계약기간 1년으로 명시한 근기법 16조 효력 상실
근로계약은 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것과 일정한 사업의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 외에는 그 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
노동자의 계약기간을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2장 16조다.
법 조문을 뜯어보면 1년을 초과 해 계약을 맺으려면 ‘기간을 정하지 않거나’(정규직) 일정한 사업의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일정한 사업의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임시업무 외의 임시업무에서는 계약기간을 1년 이하로 규정한 것이다. 이 조항은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은 노동자를 원칙으로 하고 예외조항으로 계약기간을 정한 노동자를 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특별법인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 시행되면서 근로기준법 16조는 2007년 6월 30일로 효력을 상실했다. 기간제법에서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2년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며 만든 기간제법과 파견법 등 일명 ‘비정규직 보호법’이 모든 노동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을 개악한 것이다.
“노동법의 핵심 해고제한 형해화”
애초 근로기준법에서 계약기간을 정했던 이유는 사용자가 노동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근로기준법 24조에서는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해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계약기간 1년을 넘긴 노동자는 사용자 맘대로 해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조항으로 계약기간 반복 갱신 후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법적 다툼을 할 시 부당해고 판결을 받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16조가 효력을 상실한 이후 반복갱신으로 2년 이상 일한 기간제 노동자가 계약기간 만료를 통보받아도 이를 해고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가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또한 25조에서는 “24조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한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해고된 근로자가 해고 당시 담당했던 업무와 같은 업무를 할 근로자를 채용하려고 할 경우 24조에 따라 해고된 근로자가 원하면 그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우선 재고용’도 보장하고 있다.
기간제법은 사용사유 제한 없이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간제를 사용할 수 있는 사유나 해고 사유 등을 규정하지 않은 기간제법은 2년 동안 기간제 노동자를 마음대로 사용하고 2년 후에는 마음대로 해고 할 수 있도록 했다. 근로기준법에서 해고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조건으로 마련해 놓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무시되었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는 “기간제의 무제한 허용은 수백 년에 걸친 투쟁의 결과로 쟁취된 노동법에서 핵심 중의 핵심인 해고제한 규정을 형해화했다”고 지적했다.
동종 업무에 대한 우선 재고용 조항도 기간제법 5조 “기간제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로 바뀌어 약화되었다. 민변 노동위원회는 “단시간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에 통상근로자를 채용하는 경우 해당 근로자가 반대하지 않는 한 단시간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우선고용의무’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으로 비정규직 보호하자
이에 노동계는 특별법이 아닌 일반법인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기간제를 포함한 단시간 노동자들 보호하자고 한다.
민주노총이 비정규법 시행 전인 2007년 6월에 제출한 청원입법안은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폐기하고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비정규직을 보호하자는 것이었다. 무력화된 근로기준법 16조를 다시 부활시켜 기간제한을 1년으로 하고 해고 제한 조항인 23조에 기간 제한의 사유를 명시해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하자는 것이다.
윤애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위원(법학박사)은 “일반법이 아닌 특별법을 자꾸 만드는 이유는 근로기준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노동자를 규정하는 것”이라며 “모든 노동자를 보호하는 근로기준법에 사용사유와 기간제한, 차별시정을 명확히 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