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앞장 서 대규모의 기간제 노동자들을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하거나 도급업체로 이관을 강요하고 있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도급업체로의 이관을 강요당하고 있는 30명의 기간제 노동자들은 모두 여성이라 “KBS가 여성차별에도 앞장서고 있다”는 제기가 나온다.
KBS기간제사원협회에 따르면 KBS 사측은 이날 시청자서비스, 전화상담, 안전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는 여성 기간제 노동자 30명에게 해당 업무를 8월 10일자로 도급업체에 이관하겠다며 전직동의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했다. 서명하지 않으면 바로 도급업체를 투입해 업무 이월을 받겠다는 구두 협박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자서비스 업무의 경우 1999년 외주업체로 운영하다 회사의 이미지를 좋게 한다며 2000년 직접고용 계약직으로 전환한 업무이기도 하다.
▲ 민주노총 서울본부, 민주노동당·진보신당 여성위원회, 생생여성행동 등 노동사회여성단체들은 8일오후 12시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
“KBS 여성 노동자 착취 속내 드러내”
민주노총 서울본부, 민주노동당·진보신당 여성위원회, 생생여성행동 등 노동사회여성단체들은 8일오후 12시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KBS는 여성 노동자들을 간접고용, 저임금으로 착취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청자서비스팀에서 일하다 지난 달 30일자로 계약기간 만료 통보를 받은 홍미라 씨는 “우리는 시청자들의 항의 등을 온 몸으로 막으며 KBS의 방패막이자 얼굴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여성 기간제 노동자들은 매년 계약 갱신을 해왔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낼 수 없는 것은 물론 출산 휴가도 정규직보다 짧았다. 홍미라 씨는 “아이가 아파도 병원에 데리고 갈 수 없었다”고 했다.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은 “비정규직 해고를 추진하고 있는 경영개혁단장은 경영효율화를 위해 인건비를 감축하는 것이라며 감사 압박을 받고 있어 어쩔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곽정숙 의원은 “KBS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예로 취급한다면 국민들이 시청료를 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김영희 진보신당 부대표도 “여성이 행복해야 대한민국이 행복하다는 방송을 내보내는 KBS가 안으로는 여성 노동자들을 해고 하고 있다”며 “여성 노동자의 일의 가치를 하찮게 보는 KBS의 마이크에서 나오는 말을 어떻게 믿겠냐”고 비판했다.
KBS를 보면 비정규법의 문제점이 보인다
민대숙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사무국장은 “KBS를 통해 비정규법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한국에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삶이 어떤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경영파탄의 책임을 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가”라고 꼬집었다.
KBS의 외주화 정책은 비정규법이 시행된 2007년,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 사태로 문제점이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이랜드일반노조 부위원장이었던 이경옥 민주노총 서울본부 북부지구협 의장은 “KBS가 하고 있는 일은 2년 전에 이랜드 그룹이 비정규법을 회피하기 위해 했던 짓과 같은 것”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은 2년 동안 대책도 마련 안하고 뭐하고 있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계약해지 위험에 처함 420명 기간제 노동자의 60%는 여성이며, 상시업무를 하면서도 비정규직 차별에 여성들이 더 많이 내몰려 왔다”며 “KBS 여성노동자 30명의 외주화 저지는 비정규직, 저임금에 내몰린 여성 노동자의 생존권과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KBS는 현재 기간제 노동자 209명을 자회사로, 30명을 도급업체로 보내고 89명을 계약해지 하는 비정규직 인력운영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2010년까지 전체 직원 중 15%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의 신호탄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