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일 자유선진당·친박연대와 비정규법 시행 1년 6개월 유예에 합의했다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국회가 적절한 기간을 연장하고 그 기간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세워야 한다”며 유예에 힘을 실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근본적인 대책은 고용유연성”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비정규법 사용기간 조항이 1일부로 시행되었음에도 시행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유예’만을 고집하고 있어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들의 반발이 거세다.
민주당은 ‘유예’를 전제한 논의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재윤 민주당 간사는 “3당의 합의는 야합”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1일 있었던 한나라당의 비정규법 유예안 기습상정에 대해 김재윤 간사는 “안상수 원내대표의 공개 사과를 요청했다”며 “한나라당은 인간적 신의도 정치적 신뢰도 다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민주당 등 야3당과 민주노총 등 노동사회단체는 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여당은 더 이상 비정규법 개악 시도를 하지마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자신들도 합의해 통과시켰던 법을, 근거도 없이 시행한지 20시간도 안돼서 개정하려 한다는 것이 어떤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라며 한나라당의 기습상정을 비판했다. 이들은 “비정규법은 제정 당시부터 비정규직을 더욱 확산시키고 고착화할 것이란 비판을 받았으나 오늘에 이르러 정규직화라는 애초의 입법취지마저 위협받고 있다”며 “법이 시행된 만큼, 비정규법 흔들기와 해고 분위기 조장행위, 부자와 기업편향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법 시행에 따른 문제점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진보신당도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 와서 비정규법 시행을 유예할 것이냐, 아니냐는 논쟁을 하는 것은 마치 ‘우리 집에 있는 수 억 원의 빚을 부모가 갚을 것이냐, 자식이 갚을 것이냐’는 비참한 논쟁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비정규법 논란이 시행유예냐 아니냐로 가는 것을 결코 반대한다”며 “비정규법을 시행하면서 동시에 이 법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 한계를 어떻게 손질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