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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도 유지도 비정규직 보호 못해”

비정규노동자들 기자회견...“고용대란 걱정되면 법 새로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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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법은 처음부터 2년 동안 사용자가 비정규직을 맘대로 쓰라는 것이지 2년 후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와서 3년 유예를 한다고 하는데 그럼 3년 후에는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것이냐”

명지대에서 7년 동안 행정조교로 일하다 지난 1월 비정규법 때문에 해고된 서수경 씨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비정규법의 기간제한을 유예시키는 것이 아니라 법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간만 제한하는 현행 법으로는 비정규직을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비정규법의 기간제한 3년 유예 당론 결정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4일 오후 12시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정규법의 유예도 유지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저는 5월 15일부로 보라매병원 의무기록실에서 정확히 2년을 근무하고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당했습니다. 근무한 지 1년이 지난 2008년 5월부터 의무기록실에서 제 담당업무인 차트영상작업을 외주화하겠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외주화가 결정되고 계약만료라는 이유로 퇴사를 강요받았습니다. 외주업체로 가서 일을 한다면 더 없이 고맙겠다는 한 가지 제안을 더 받았습니다”

사용자가 정규직 전환 부담을 덜기 위해 업무 자체를 외주화해 직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를 간접고용으로 전환하는 전형적 사례다. 이들은 기간제한 조항을 유예한다고 해도 비정규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필요하다면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만 기간제 노동자 사용(사용사유 제한) △사용기간 1년 제한 및 기간제 남용 시 정규직 즉시 전환 △차별처우 금지 및 노동조합 차별시정신청권 인정 △파견법 철폐 및 간접고용 규제 △실질 사용자 책임 규정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포함하지 못하고 있는 현행 비정규법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자회견에서 김형우 금속노조 비정규직투쟁본부 본부장은 우습지만 아픈 얘기로 비정규직의 삶을 비유했다.

“100일 동안 매운 마늘과 쓴 쑥을 먹으면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하더니 딱 곰 한 마리만 사람이 되었다. 다른 동물들도 사람이 되기 위해서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었더니 100일을 더 먹으라 한다. 100일 동안 더 먹어도 사람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여야가 진정으로 비정규직 고용대란을 걱정한다면 비정규직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비정규직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입법의 틀을 새로이 짜는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들은 이날 오후 '5인 연석회의'가 예정되어 있는 민주노총에서 피켓시위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