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기재부)는 19일 오후 3시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기관장 평가에서 미흡평가를 받은 영화진흥위원회 등 4명의 기관장에 대해서는 ‘해임건의’, 성과가 부진한 17명의 기관장은 경고조치하고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운수연맹은 강력히 반발했다. 공공연맹은 성명을 내고 "이번 기관장 평가 결과는 철저하게 MB 정권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공공기관 선진화'를 위한 '코드 평가'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연맹은 "'선진화 방안'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 4개 기관에 대해서는 해임건의를 함으로써 공공기관 기관장들에게 확실한 '협박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기관장 평가는 전체 117개 기관 중 2009년 3월말 기준 재임기간이 6개월 이상인 92개 공공기관장에 대해 평가를 실시했고 평가방식은 기관장 평가지침을 중심으로 임기 중 핵심사업인 고유과제와 선진화, 경영효율화 등 공통과제로 구분해 평가했다.
기관장평가결과는 4등급으로 구분해 미흡 4명, 보통 64명, 우수 24명이며 아주 우수에 해당하는 기관장은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기재부는 평가결과에 따라 50점 미만의 미흡 평가를 받은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산재의료원, 한국소비자원, 한국청소년수련원 등 4개 기관장에 대해 해임건의할 예정이다. 또한 성과가 부진한 기관장 17명에 대해 경고조치하고 다음 평가에서 다시 경고를 받을 경우 해임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흡 평가를 받은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소비자원, 한국청소년수련원은 공공운수연맹 공공연구노조 소속이고 한국산재의료원은 보건의료노조 소속으로 4곳 모두 민주노총에 가입한 사업장이다.
해임건의 예정인 4개 기관의 기관장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고유과제보다 선진화, 경영효율화 등 공통과제에 초점을 둔 것으로 드러났다.
박순애 서울대 교수는 “4개 기관장은 대체로 선진화, 효율화 점수가 상당히 미흡하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경우 평가대상 67개 기관 중 유일하게 정원감축을 미완료했고, 노조전임자 수 과다, 간부 인사시 노조의 동의를 요하는 등 평균이상의 대우를 했고 한국청소년수련원도 대졸초임 삭감 폭이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고 단체 협약상 불합리한 조항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효율화 평가를 명목으로 자율적인 노사관계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노동법 위반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박용범 한성대 교수는 “제 3자 개입 아니다. 금번 기관장 평가는 국민이 주인인 공공기관에 국민을 대신해 위탁 경영하는 경영자에게 정부가 노사관계를 이런 식으로 이끌어줬으면 좋겠다는 점을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정부가 노사관계 가이드라인을 10년 이상 내보냈는데 아직 전임자수가 정부기준에 맞지 않고 인원감축이나 기관 통폐합 등 여러 가지 지표에서 노동조합의 힘이 강하다보니 기관장이 끌고 가기 힘드니까 결과적으로 점수가 나빠졌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만우 기관장경영계획서 평가단장은 “노사관계를 선진화 과제에 포함시킨 이유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 높이고 건전하고 생산적인 산업현장을 만드는 기초로 노사선진화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경영평가 결과지표는 공개되지 않았다. 해임건의 예정인 4개 기관 기관장에 대한 평가근거도 구두로 설명할 뿐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기재부는 “평가 지표가 50여개 정도이고 세부지표에 30여개 항목이 더 있다. 그 자료가 방대해서 다 말씀드리지 못한다. 다만 내부논의를 통해 자료를 공개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평가단 구성에 고대출신의 평가위원들이 5명이나 참여하고 있어 평가위원 구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만우 기관장경영계획서 평가단장은 “평가위원 45명 대부분 과거 공기업경영평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다만 지리상 저와 인접해 있는 고대교수님을 몇 분을 팀장으로 모신 수준이다.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기관장 평가에서 해임건의 될 기관장에게 중간 평가서를 배포하고 의견을 수렴했기 때문에 따로 소명절차는 없다고 전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가속화와 책임경영을 확보하기 위해 기관장 평가결과를 해임건의 하는 등 인사조치와 연계한다. 기관평가는 평가의 공정성, 피드백 강화 등을 제고하기 위해 기능중심평가에서 계획, 집행, 성과 등 과정별 평가방식으로 전환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실시됐고, 평가단은 교수, 회계사 등 민간전문가로 구성했다.
공공운수연맹은 19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선진화 방안 강행추진은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일자리를 파괴할 뿐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MB정부가 사회적 논란이 되는 정책들을 공공부문에 강요한다면 노동자들 역시 더 강도높게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