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5일 북한의 지하 핵실험 이후 남북한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더욱이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책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주요국이 마련한 대북제재안이 예상 보다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예전처럼 확인되지 않은 갖가지 소문과 많은 문제점으로 인해 커다란 우려를 낳고 있다. 남한의 국가정보원에 의해서 김정일의 3남인 김정운 후계자설이 유포되고 있고, 대북정보 공개를 두고 한미간 마찰이 발생했으며,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중국의 대북태도가 사상 최악이라는 보도, 추모정국을 안보정국으로 전환하려는 이명박 정권의 의도 등등이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이번 북핵 실험과 연속적인 미사일 발사를 둘러싸고 남한 사회의 대중들에게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것은 크게 3가지로 압축할 수 있겠다. 첫째, 김정일 후계체제에 대한 진실, 둘째, 핵개발을 둘러싼 북한의 전략, 셋째, 유엔의 대북 제재안과 북한의 대응으로 인한 무력충돌의 가능성 등이 그것이다.
고독한 군주의 결단
북한이 4월 5일 로켓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핵실험을 한 것은 핵무기만이 자신들의 체제를 지탱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믿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북한은 지난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통해서 '사실상의 핵 보유 국가'가 되었으며, 이제는 핵 군축 협상을 전개해야 할 ‘완전한 핵 보유 국가’가 된 것이다. 이것은 북한의 핵이 교환가치와 함께 사용가치를 동시에 지니면서 북한 핵의 성격을 새롭게 탈바꿈시켰다.
그 동안 북미 대화는 양측의 신뢰상실과 무리한 요구로 인해 표류하면서 파열음을 내기 시작하였다. 과거 북한의 1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로서 미국은 미국발 세계 경제 위기와 그로 인한 군사 패권국으로서의 지위 상실을 우려하면서 북핵 문제보다는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에 집중하였던 것이다.
물론 미국에게 있어서 북핵문제는 순위에서 항상 하위에 있기 때문에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관례화된 상식이었다. 다만 이를 모를 리 없는 김정일이 오히려 자신들 문제에 대한 관심 촉구와 잘못된 습관을 시정하는 것이 자신들 목표 달성에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조급증이 발동한 것이다.
무엇보다 건강 이상설에 시달리고 있는 김정일이 강성대국으로의 진입을 예고한 2012년까지 후계자에게 견고한 권력 기반을 물려주겠다는 일반적인 분석에 대해서는 일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특히 2012년은 남한과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예고되는 시점이다. 이를 감안할 때 그때까지 대미 협상을 통해 체제의 안전판 격인 북미 관계 정상화를 달성하겠다는 의도 아래 '속도전'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후계체제를 3남인 김정운에게 물려줬다고 남한의 국정원이 발표했지만 확인된 바는 아직 없다. 그 진실은 좀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퍼즐 맞추기와 같은 것이어서 섣불리 판단했다가 정책적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 만약 김정운에게 권력을 상속하기 위해서 핵실험을 했다면 북한 민중들의 안전은 어떻게 보장하는지, 또한 상속세는 어떤 식으로 부담할 지 자못 궁금하다.
이번 국면에서 이례적인 것은 중국의 북핵 실험에 대한 비판에 대해 남한을 비롯하여 국제사회가 매우 흥분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강력한 불만과 분노를 표출했지만 이는 동북아 정세를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서는 북한과의 동맹관계를 파기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 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남한과 미국 등이 중국에게 막연하게나마 과도한 기대를 하고 있다면 그것은 일장춘몽에 불과하다는 것을 빨리 인식하기 바란다. 설령 김정일이 중국의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해도 국제사회의 비주류이며 거의 왕따 수준의 외롭고 고독한 군주로서 내린 치밀한(?) 결단에 대해서는 세심한 분석과 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북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파국을 부를 뿐이다
지난 5월 25일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책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주요국이 마련한 대북제재안이 예상 보다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이사국 5개국과 한국 일본 등 7개국이 합의한 초안에는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채택되고도 제대로 시행이 안 된 안보리 결의 1718호를 철저하게 이행하는 것을 토대로 무기금수, 화물검색, 금융제재를 포괄적으로 대폭 강화한 것이다. 이번 대북제재 결의 초안은 지금까지 나온 어떤 안보리 결의보다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비록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고,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제재 수위를 낮추며 표현을 완화했고, 논의에서 배제됐던 베트남 등 9개국이 크게 반발하고 있어서 결의안 채택이 다소 늦어질 수도 있지만, 이번 제재가 제대로 시행된다면 북한은 상당한 압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제재의 실효성에 있어서는 회의적인 느낌이 없지 않지만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무역에서 최소 15억 달러에서 최대 37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손실이 현실화된다면 북으로서는 또 하나의 재앙이 시작될 것이고, 그 재앙은 북의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
하지만 핵심적인 문제는 결의안 자체가 북을 압박하는 수단은 될 수 있지만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ICBM 발사, 추가 핵실험 등 북한의 강한 반발로 북한과 국제사회 사이에 심각한 대결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
역사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가 그러한 외압에 굴복해 양보한 사례는 없다. 북에 대한 압박과 제재는 역효과를 초래했으며, 제재 국면에서 북은 언제나 자신의 핵능력을 강화시켰다. 더욱이 6월 16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핵우산(확장 억지력)을 명문화하면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기정사실화되고 한반도에서 핵군비 경쟁은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6월 8일자 노동신문은 핵우산 제공의 문서화가 확인되면 핵전쟁 발발의 위협은 그만큼 커진다고 경고했다.
지금부터 앞으로 한 달여 동안 위기가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이명박 정권은 협상을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보지 않고 보상으로 간주하는 시각을 갖고 있다. 이는 미국 내 보수 강경여론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PSI 전면 참여, 미국의 핵우산 제공 명시 추진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강경 대응은 북한이 굴복하고 대화에 나와야 한다는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강경책이 오바마의 입지를 좁혔으며, 북한의 강경대응에 명분을 주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감정의 분출구를 남한에서 찾기 때문에 개성공단, 휴전선, 서해안 등이 그 무대가 될 것이다. 최근 개성공단의 북측 노동자 임금 4배 인상과 토지 임대료 31배 인상 요구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현재는 '말 대 말'의 공방에서 '행동 대 행동'으로 전환하여 무력 충돌의 가능성을 조금씩 높여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그렇다고 전망이 그리 비관적이지는 않다. 중국이 북미대화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면 무력충돌의 가능성은 매우 낮아질 것이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에 억류된 2명의 미국 여기자에게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한 것은 오바마로 하여금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긍정의 신호로 읽고 반응해야 한다. 특히 대북 협상에서 열쇠를 쥔 미국은 안보리 결의안의 불가피성만을 강조하지 말고 핵문제를 근본적으로 진전시킬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최근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정권교체론'을 불식시켜야 한다.
북으로서도 상황이 악화되는 것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섣부른 행동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권의 자극적인 발언 자제, 남북대화의 복원 등의 확실한 목표를 갖는다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도 안보리 제재 결의안의 의미를 직시하고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대화에 나서야 한다. 시간이 항상 북한 편을 들어줄 수는 없다. 또한 북한은 핵보유국가로 인정받는다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이미 2차례의 핵실험으로 인해 비공식적 핵보유국가가 되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이는 남북 관계개선과 동북아 정세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은 '위기로 느끼지 않는’ 국민 정서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선동하며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몸부림을 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안보정국을 통해서 돌파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과거로 회귀해서도 더욱 안 된다. 인류의 재앙은 순간이 선택이 좌우한다는 것을 인류 역사를 통해서 얻은 교훈이다. 자신을 파멸의 길로 내모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