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이 잘못한 것도 무조건 노동자에게 떠넘겨”

택배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은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대한통운 광주지사에서 일하다 지난 3월 집단해고 된 택배노동자들은 “개당 930원의 수수료를 받으며 하루 16시간 온 종일 뛰어다녀도 돌아오는 것은 각종 패널티로 도배된 수수료 내역서”라며 “대한통운이 책임져야 할 것들도 택배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마당에 서비스 질이 나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대한통운, 오전 7시에 영업소 도착해 오전 배달 가능
택배노동자, “아침 10시에 오기만 해도 우린 땡큐여”

일반적으로 대한통운 택배는 고객이 주문을 하면 주문→물류센터(상품준비)→분류→출고→간선(수송차량)→대전HUB터미널→중계(입고→분류→출고)→간선→해당사업소배송과정을 거쳐 고객에게 물건을 건넨다.



대한통운은 자사 홈페이지에 “새벽 3시 이전에 분류작업이 완료되어 지방 발송차량에 의해 오전 7시 이전에 배달영업소에 도착. 오전 배달이 가능해 졌으며 이에 따라 집배 차량의 집화시간도 연장돼 고객의 집화요청에 적극 응할 수 있게 되었다”며 대전터미널이 고객 만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택배노동자 노만근 씨는 “늦어도 아침 9시나 10시엔 지역 사업소에 와야 하는데 11시에 오는 일이 허다해요. 우리도 분류작업하고 PDA에 찍은 다음에 고객이랑 약속한 시간에 배달하려면 시간이 촉박하잖아요. 그런데 항상 늦어요. 물건 오면 바로 나가는 게 아니라 다시 구역별로 나누고 고객에게 연락하다 보면 12시가 훌쩍 넘어서 점심도 거르고 일해요”라고 말한다.

김현수 씨는 “하루에 대전 간선차량에서 (광주로) 만개 정도 오면 해당 배달사원이 출고 PDA를 찍는다”며 “광주지사에 내려온 물건에 택배 노동자들이 PDA를 찍으면 고객에게 배송 시간과 담당 사원이 전송되는데, 대한통운이 PDA를 통해서 움직임을 체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선차가 늦게 올수록 고객이랑 약속한 시간에 못 간다. 그걸로 대한통운이 우리한테 패널티를 준다”고 분개했다. 김 씨는 “대한통운이 시간 내 완료 스캔을 중요시하는 것은 고객만족 서비스 자료로 활용해 물류를 더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간선차량 지연으로 고객 약속 안 지켜지면, 택배노동자 수수료 공제
“수수료 930원인데 패널티 요금이 800원부터 많게는 몇 십 만원”

더구나 “간선차량이 지연되면 그 책임은 모두 노동자가 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제시한 수수료 내역서 곳곳에는 VIP SQI부진벌과금, 스캔 누락, 수거지연 등 여러 가지 명목의 패널티가 부과되어 있었다. 각각의 명목에 따라, 일반 개인화물이냐 대형업체의 화물이냐에 따라 금액이 천차만별이었다.

수수료 내역서에 의하면 대한통운은 배달스캔오류의 경우 일반적으로 836원을 공제했다. 바빠서 스캔을 못하거나 PDA가 고장 나서 스캔오류가 많아지면, 개당 930원의 수수료를 받는 노동자들이 일은 일대로 하고 수수료는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홈쇼핑 등 대형업체 물품은 일반 화물의 몇 십 배로 패널티가 부과되고 있었다.


김효섭 씨는 “홈쇼핑 반품 늦었다고 7개월 뒤에 수수료를 8만 9천원 깠어요. 얘기도 못 들었다가 나중에 안거죠. 그래서 홈쇼핑에다가 반품된 추리닝 그 돈 내가 물었으니 달라고 한 적도 있어요. 안 맞으면 걸레로라도 쓰겠다고요”라며 “대한통운이 당사자인 택배노동자에게 알리지 않고 패널티를 부과한 후 수수료에서 공제하고 있어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쉿! 당사자는 모르는 패널티 "나중에 알아도 돌려받기 힘들다"

다른 노동자들 역시 수수료가 2개월에서 3개월 후에 지급되다보니 “대한통운이 임의로 공제한 내역이 틀려서 항의해도 증명이 안 되면 못 받거나 증명이 되도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UPS(국제화물집화물)를 담당하는 김상길 씨가 그랬다. 김 씨는 “UPS관세가 최하 4~50만원부터 많게는 몇 백 만원이어서 회사가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수수료 입금을 확인한 후 배송 하는게 원칙인데 대한통운은 무조건 배송먼저”라고 밝혔다. 이어 “고객이 수수료를 입금 안하면 대한통운은 고객에게 전화도 안하고 내 수수료에서 까는 거야, 것도 두세 달 후에”라며 “시간이 지났으니까 고객을 찾아가도 내역서가 없지. 아직도 24만 2천원 못 받았다”고 한숨을 내셨다.

또 “UPS에 직접 전활 걸어서 계속 이렇게 빼면 배달안한다고 하기도 했는데, 대한통운이 맘대로 빼지 않고 나랑 협의한다고 약속하면서 왜 UPS에 전화하냐고 뭐라 하더라고. 그 말뜻은 UPS자체서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한 걸 대한통운이 임의대로 그렇게 하고 있다는 걸 증명한 거지”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사무실로부터 물품 배상애기가 없어서 안심하고 넘어갔다가 수수료가 공제된 걸 뒤늦게 발견하거나, 고객을 못 만나서 홈쇼핑 반품이 늦었는데 전후 사정은 생략하고 패널티를 받았다는 하소연이 줄을 이었다. (천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