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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철도 부실, 정부가 키웠다"

사회공공연구소 "법 어긴채 민간자본에 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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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천억 적자의 부실덩이가 된 인천공항철도의 협약단계부터 문제점을 키워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인천공항철도 건설에 과도한 수익률을 보장한데다가 사업계획(2단계)과 총사업비조차 확정하지 않은 관련법 위반상태로 협약을 체결해 사실상 건설에 참여한 민간자본인 현대건설에 과도한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협약을 체결했던 정부측 직간접 당사자들은 그 직후 해당 직책을 사임해 특혜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 관료가 부실의 원인제공

사회공공연구소와 운수노동정책연구소는 11일 발표하는 보고서(이슈페이퍼)에서 “정부가 당시 이례적으로 높은 실질수익률 10.43%(명목수익률 15.95%)을 현대건설컨소시엄에 제공했고, 사업기본계획과 총사업비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투자법령까지 위반하며 협약에 조인했다”고 주장했다. 두 연구소는 지난 2001년 철도청과 현대건설컨소시엄이 인천공항철도 민간투자사업 협약체결 직후 이뤄진 2002년 감사원 감사결과 등을 분석했다.

정부가 현대건설컨소시엄과 2001년 3월 협약을 체결하면서 현대건설컨소시엄에 부여한 실질수익률은 10.43%(명목수익률 15.95%)이다. 당시 국고채(10년) 명목금리가 7%였고 30년 장기투자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현대건설컨소시엄에 부여된 실질수익률은 명목금리에 2배가 넘는 15.95%로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투자위험이 가장 높다는 항만건설사업의 실질수익률이 모두 9%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협약체결 당시 체결된 어떤 민간투자사업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또한 항만사업이 전체 운영기간 50년 중 20년만 최소운영수입보장율 80%가 적용된 반면, 인천공항철도는 운영기간 30년 내내 최소운영수입보장율 90%가 적용됐다.

철도공사(당시 철도청)은 철도사업이 도로사업 등 다른 사업에 비해 투자위험이 크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제공했다고 주장하지만 위의 근거로 볼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2002년 인천공항철도 사업을 검토한 감사원도 민자사업의 수익률은 투자위험도 다른 민자사업과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인천공항철도의 수익률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2007년 개통 이후 인천공항철도의 실제수요는 예측의 7%에 불과, 향후 30년 간 예측치의 30%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2년(2007년,2008년)간 2,700억원의 국고보조금이 지급되었고 앞으로 30년간 연평균 4,610억원으로 총 13.8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투자법령까지 위반하며 협약 조인


당시‘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따르면 인천공항철도 건설사업은 대형국책사업이어서 정부가 노선 및 역사계획 등 사업기본계획을 직접 수립·고시해야 하고, 이러한 내용이 확정된 상태에서 민간투자회사와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측 대표인 철도공사(당시 철도청)이 직접 계획을 수립하고 제시해야 할 2단계 구간 전체 노선계획, 용산역 추가설치 계획 등을 고시하지 않고 민간투자회사에 위임했다. 2002년 감사원은 이 부분을 <표 3>과 같이 민간투자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현대건설컨소시엄은 인천공항철도 건설에서 고시를 위반한 협약내용을 체결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고시에는 외부에서 조달하는 2조원의 타인자본 대출확약서를 제출해야한다고 명시했으나 현대건설컨소시엄과 협약 체결할 때는 이를 제출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바꿨다. 철도공사(당시 철도청)의 출자지분을 5% 이하로 한다는 고시 내용을 어기고 아무런 절차없이 철도청 출자지분을 9,9%로 확대했는데도 재고시절차를 밟지 않고 협약을 승인했다.

정부 고시에는 경의선 복선전철화공사가 현대건설컨소시엄의 몫이 아니었으나 노선이 인천공항철도와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복선전철화 공사 7Km구간(추정사업비 6,187억원)을 현대건설컨소시엄이 맡도록 협약을 맺은 것도 고시 위반이다.



감사원 법 위반 확인하고도 '주의'에 그쳐

더 큰 의혹은 2002년 인천공항철도 사업감사를 벌인 감사원이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도(감사원:1266-1268쪽, 1289쪽) 건설교통부장관, 철도청장에게 주의, 통보 조치만 취하고 마무리한 점이다.

당시 협약 체결에서 정부 책임자였던 김윤기 건설교통부장관은 체결 이틀 뒤 2001년 3월 25일 장관직을 사임했고, 정부측 협약 서명자인 정종환 철도청장(현 국토해양부 장관) 역시 일주일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윤기 전 건교부장관은 공직자 윤리법이 정하는 관련사기업체 취업제한 기간이 경과한 2004년 인천공항철도주식회사 사장으로 부임해 현재까지 재직중이고 당시 철도청장이었던 정종환씨는 현 국토해양부장관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현재 부실덩어리 인천공항철도를 공기업인 철도공사에 넘기려는 작업의 정부와 민간측 핵심축이다.

현대건설컨소시엄은 2007년 인천공항철도가 개통되자 지분매각으로 사업을 정리작업을 추진했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는 이미 투자이익을 실현했고 사회적 논란을 피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협약체결 직후 떠났던 핵심 관료 지금도 건재

오건호 실장은 “정부는 인천공항철도 부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는커녕 인천공항철도 지분을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인수하는 방침을 발표, 이는 국책 부실 사건에서 민간자본이 빠져나가려는 것을 방조하고 자신도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조치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인천공항철도의 국가 인수를 논하기 이전에 "(이런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선결되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당시 정부가 현대건설컨소시엄에 상식을 넘는 특혜조치를 베풀었는지 과정에서 정부 관료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히고 민간자본과 관련 관료들에 적절한 책임을 물은 뒤 국가 인수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