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진 화물연대 박모 지회장 |
민주노총 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광주지부 박모 지회장이 29일 새벽 최근 재벌그룹의 노조탄압에 맞서 투쟁중인 대한통운택배분회의 투쟁이 답보상태인 것을 안타까워 하면서 더 힘있는 연대투쟁을 호소하는 글을 노조사무실에 써놓고 잠적했다. 박 지회장은 하루뒤 30일 0시께 자신이 활동해온 민주노동당 광주시당 홈페이지에 연대투쟁 호소와 함께 죽음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박 지회장은 이날 낮 12시께 대한통운 대전 물류센터 맞은편 숲속 아카시아나무에 목을 매 숨진채 발견됐다. 주변을 지나던 농부가 경찰에 신고했다. 민주노총 대전본부는 “고인이 목을 맨 나무에 ‘대한통운은 노조탄압 중단하라'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신은 대전 중앙병원에 안치돼 있다. 화물연대 간부들은 박 지회장의 소식을 듣고 대책 마련을 위해 급히 대전 현장으로 이동중이다.
박 지회장이 남긴 글에서 투쟁을 호소했던 대한통운택배분회는 대한통운 광주지사에 소속된 택배기사들로 지난 3월 16일 78명의 조합원을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집단으로 계약해지 당해 파업투쟁중이다. 지난달 17일에는 대한통운 광주지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다가 조합원이 대체수송차량에 치여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대한통운택배분회는 대한통운 자본의 일방적 운송료 인하 중단과 지난해 6월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서 내용의 이행을 요구하며 한달 넘게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화물연대는 3일 밤 비상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어 대한통운택배분회 투쟁 지원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 파업중인 대한통운택배분회 |
박 지회장과 함께 투쟁해왔던 화물연대 이모 지부장도 30일 밤 운수노조 홈페이지에 ‘박00 동지 함께합시다.-극단적인 결정은 마시기를’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박 지회장에게 극단적 선택을 자제하고 가족들에게 연락하기를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이 지부장은 박 지회장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번호로 1시간 간격으로 전화하고 있지만 1일 밤 10시까지 통화가 되지 않아 안타까워 했다.
박 지회장은 30일 새벽 0시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투쟁을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면 바쳐야지요”, “길거리로 내몰린 동지들이 정정당당하게 회사에 들어가 우렁찬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함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등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다.
▲ 숨진 박모 지회장이 30일 새벽 0시께 민주노동당 광주시당 홈페이지에 남긴 글 |
박 지회장은 화물연대 간부로 지난 2006년 일지테크 원직복직투쟁과 광주삼성전자 파업 등 여러 투쟁에 적극 결합해 헌신적으로 활동해왔다. 실종의 계기가 된 대한통운택배분회의 투쟁은 40일을 넘겼지만 사업주인 금호그룹의 노조탄압으로 합의한 교섭내용마저 번복되고 여러 조합원이 해고되는 등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