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가지고 온 항의서한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열기로 한 창성동 정부청사 별관 앞을 지나 청와대 앞으로 진출하면서 경찰과 거리에서 30분 넘게 대치했다.
▲ 항의서한을 직접 전달하겠다는 용산참사 유족들이 청와대 앞 진명길에서 경찰에 둘러싸여 있다. /이정호 기자 |
▲ 30여분을 실랑이 끝에 유족들이 청와대 민원 연락관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
고 양회성 열사의 부인 김영덕씨 등 2명의 유족은 창성동 별관과 청와대 입구 사이 경복궁 담장 아래 진명길 앞에서 항의서한을 손에 든채 경찰에 둘러싸여 오전 11시10분부터 30여분 동안 길을 열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들고 온 항의서한을 내 보이며 "청와대를 개방한 이명박 정부가 왜 국민을 막아서냐"며 서한을 청와대에 직접 전달하겠다고 버텼다. 100m 가량 위쪽 청와대 입구에선 중국 관광객들이 단체로 와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청와대 입구 광장을 지키던 경찰이 20여명이나 있었지만 누구도 중국인 관광객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 청와대 입구 앞 광장에선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단체로 사진을 찍으며 자유롭게 보내고 있었다. |
진명길에서 경찰에 둘러싸였던 유족들은 이날 낮 11시40분께 경찰의 주선으로 나온 청와대 민원 연락관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돌아서야 했다. 유족들은 서한을 전달하면서 연락관에게 "항의서한을 공식접수한 것이 맞느냐"고 누차 확인했다.
범대위의 기자회견은 예정된 시간을 지나 유족들이 청성동 별관으로 되돌아온 낮 11시45분부터 열렸다. 범대위는 이날 '대통령 사과촉구 청와대 앞 용산참사 유가족 항의 기자회견'에서 "청와대가 경찰과 용산구청 등이 건의한 수습책마저도 거부하고 범대위와 어떤 대화나 접촉도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사태 장기화에 대한 청와대 개입설을 시사했다.
이날 회견에는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장과 한국진보연대, 민가협 어머니, 유족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 용산 범대위가 22일 대통령 사과촉구와 용산참사 유가족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
임기란 민가협 회장은 이날 회견에서 "정치는 시인도 하고, 부정도 하는 것인데 이 정부는 깡그리 부정만 하고 있다"며 청와대의 사과를 촉구했다.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땅의 목소리인 민중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정권은 오래가지 못하는 게 역사적 사실"이라며 정부에 철거민들과 범대위의 요구를 들어 줄 것을 호소했다.
이규재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검찰이 재판을 앞두고 3천여쪽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을 두고 사람들이 경찰에게 불리한 내용이라서 미공개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경찰 몇몇이 잘못한 게 공개되면 그들만 처벌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그런데도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는 청와대 등 더 높은 곳의 지시 등 개입사실이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용산 범대위는 오는 27일부터 5월 2일까지 범국민 추모주간을 선포했다. 범대위는 노동절 다음 날인 5월 2일 대규모 범국민 추모대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