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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_노동부, 올해 첫 대화

5, 6월 투쟁 앞둔 탐색전에서 현격한 입장차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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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4시 민주노총과 노동부가 만났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과 배강욱, 반명자 부위원장이 직접 정부 과천청사의 노동부로 찾아가 만났다. 이날 만남은 지난 1일 선출된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단순한 신임 인사차 만남이었다. 민주노총과 노동부는 양자 면담을 지난 2월에 진영옥 위원장 직무대행과 날짜를 잡았다가 성폭력 사태로 취소한 뒤 재추진했다.

이번 만남은 비정규법 개정 등 민감한 사안을 앞둔 시점이라 단순 인사로만 볼 수 없다. 5, 6월 투쟁을 앞둔 민주노총은 대정부 직접 교섭의 단초를 여는 의미이기도 하다. 민주노총이 면담에서 요구한 비정규직법, 최저임금, 특수고용직 노동자성 등은 양쪽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이날 만남은 일단 화기애애 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앞으로 민주노총과 노동부가 다양한 방식으로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전에도 있어왔던 노동부 차관과 사무총장이 자주 만나 정책 협의하는 방식도 언급했다. 임성규 위원장은 이날 면담에서 언론에서 강경파라고 표현한 것과 달리 자신은 원래 대화로 모든 것을 푸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동부도 “면담에서 대화 분위기를 만들었고 앞으로 만남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영희 장관도 필요하면 임성규 위원장에 언제든지 전화를 하라고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영희 장관은 첨예한 현안에서 굽힐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이영희 장관은 덤프, 화물, 레미콘 노동조합의 설립신고 반려 문제에도 기존 노동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장관은 “경제적 약자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필요하지만 고용관계가 없는 분들이 노조를 만드는 건 맞지 않다. 협회와 같은 단체를 만들면 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비정규직과 최저임금에서도 “경제가 어려운데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위기가 오고 있어 고용보장 문제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입장 차를 드러냈다.

이영희-임성규, 커피 앞에 두고 비수 담긴 설전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과천 정부청사 노동부 장관실에서 만났다. 둘은 얼굴에 웃음을 보이며 첫 만남을 가졌지만 오가는 말 하나하나에 비수를 담았고 평소 상대에 대한 인식을 고스란히 담았다.

본격 면담에 앞서 민주노총 임원들을 맞아 차를 내온 이영희 장관은 당선축하의 말을 먼저 꺼냈다. 그러나 임성규 위원장은 30여 명의 기자 앞에서 “축하만 받을 수 없다”고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언론에는 짧은 인사만 공개하고 비공개 회의를 할 참이었다.

임 위원장은 “노동부가 노동자를 위한 부서여야 하는데 장관님께서 (노동부 직원들에게) 보고를 잘못 받고 계신듯하다. 비정규직 법을 나쁘게 개악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영희 장관은 웃으면서 임 위원장을 말을 받았지만 자신의 뜻을 분명히 드러냈다. 이 장관은 “친기업이라 비판들을 하시는데 저는 처음부터 근로자에게 도움을 주는 행보를 하겠다고 생각해 왔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실업문제인데 근로자의 고용과 생활안정에 노력하고 있음을 이해해 달라. 서로 견해가 다르더라도 이해하고 폭넓은 생각으로 의견 차이를 좁혀가 보자”고 덧붙였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장관의 말에 견해차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임 위원장은 “견해가 다른 문제가 아니라 보고를 잘못 받으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비정규법 개악이 비정규직에게 좋기 때문에 강행한다고 말씀 하시는데 저도 처음에는 잠깐 착각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보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임 위원장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조설립신고 반려 문제에 유감을 표하고 최저임금 문제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임 위원장은 “노동부가 최저임금을 낮추려는 시도는 이해가 안 간다. 장관께서 이해를 구하시는데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영희 장관은 임 위원장의 강한 어조에 섭섭함을 드러냈다. 이 장관은 “노동부는 항상 문을 열고 있으니 자주 만나다 보면 노동부 입장을 이해 하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노동부를 지나치게 친기업, 반노동으로 규정하신 점은 유감스럽고 섭섭하다”고 밝혔다.

함께 면담에 온 배강욱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대통령과 경제부처가 드러내놓고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하는데 노동부라도 레이버 프렌들리(친노동) 정책을 해야 한다. 이것은 민주노총의 시각이 아니라 시장의 시각”이라고 반박했다.

노동부 장관 면담에 참석한 민주노총 임원 3명 이외에 김태현 정책실장과 우문숙 대변인도 함께 했다. 노동부는 노사협력국장과 근로기준국장, 법제과장 등이 배석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노동부 장관을 만나 △비정규직법안 상정 반대 및 정규직전환특별법 제정 요구 △최저임금 개악 중단 요구 △일자리·실업안전망 관련 법개정 요구 △특고노동조합 인정 및 노동기본권 보장 △퇴직급여법 개정안 등 기타 요구 △민주노총과 노동부간 협의틀 마련 등의 내용이 담긴 자료를 가져왔다.

임성규 위원장은 지난 2월 주말 민주노총 비대위원장이 된 뒤 서울역에서 열린 대중 집회의 연설 앞부분에 "이명박 정부가 제대로 된 정부라면 민주노총과 만나자고 먼저 제안해야 하지 않느냐"고 발언해 노정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