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국내 30개 그룹 신입사원 연봉을 최대 28% 삭감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재계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고통분담이라고 주장하지만 노동계에선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리는 발상이라며 반발하는 중이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27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신입사원 초임에 거품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임금 삭감만 있고 구체적인 일자리 신규창출 계획이 없다는 비판과 관련해선 "정규직원을 갑자기 추가로 대량 뽑기 어려워 인턴채용 계획들을 내고 있는데 이는 미봉책이 맞다"고 말했다.
이승철 전무는 그러나 "취업자 입장에서 당장 노는 것보다는 인턴을 하면서 직장을 찾는 게 훨씬 낫다"면서 "전경련에서 추론해 볼 때 낙관적으론 1만 명, 인턴이라면 2만 명 채용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또 '임원이나 고위직의 연봉은 왜 깎지 않느냐'는 항간의 제기에 대해선 "기존 직원은 동결이 대세고 삭감 내지 반납은 임원들이 선도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23일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 사회적 대타협에 참여한 한국노총은 전경련의 입장에 발끈하고 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강충호 한국노총 대변인은 "(노사민정)합의문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일방 추진하겠다는 임금삭감은 중대한 도발"이라고 말했다.
강충호 대변인은 "합의의 핵심은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아니라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였다"며 "공기업이 됐든 대기업이 됐든 임금부터 줄이자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기업들이 쌓아놓은 사내보유금이 수백조 원에 달하는데 이를 투자해 경기를 부양할 노력은 않고 임금을 깎아서 경쟁력을 높인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면서 "임금 삭감이 중소기업에까지 파급될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만 더 벌어지는 측면도 간과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