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본사 앞이 시끄러웠다. 현대, 기아, 쌍용차 등 완성차 노동자들이 현대기아그룹을 규탄하기 위해 모였기 때문이었다.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이 집회를 연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 현대기아차 노사 간 협의 고비 때마다 있어왔던 일이다. 하지만 이날 분위기는 전과는 달랐다. 요구안 관철을 위한 ‘공세적’ 입장보다는 사측 압박에 대항하기 위한 ‘수비적’ 자세에 가까웠다.
현대차 울산2공장 야간조 노동자들은 이날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현대차 울산2공장 노동자들은 지난 2일부터 8/0(주간 8시간 근무, 야간 휴무)에 들어가 휴무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잔업, 특근이 없어진 지는 꽤 되었고 작년 11월경부터는 8시간 정치근무마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현대차노동자들이 비교적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던 이유는 잔업, 특근과 야간근무 등 장시간 노동을 담보로 했기 때문이다. 장시간 노동을 할 수 없는 지금 이들의 월급은 반토막 났다. 한 정규직노동자는 지난 달 13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현대차 울산1공장도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지난 9일 휴무에 들어갔다. 현대차 전주공장은 주간연속2교대를 1월에 시행하기로 노사합의했지만 현대차는 생산량 감소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 전국에 걸쳐있는 현대차 생산 공장에서 울산3공장만 유일하게 잔업과 특근을 하고 있다.
정규직의 월급 반토막은 비정규직에게 해고에 대한 불안함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한 조합원은 “당장 눈에 보이는 해고가 발생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시하청 등은 수시로 계약만료를 이유로 공장을 떠나고 있다. 휴무가 해고로 이어질까 많이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집회가 끝날 무렵 약간의 실랑이 끝에 금속노조 간부들이 현대기아차 그룹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기아차 단협파기 위협, 현대차 전주공장 주간연속2교대 합의 위반을 규탄하고 이익잉여금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항의에 현대기아차그룹이 얼마나 귀를 기울일지는 미지수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한 대의원은 “부서장(현장 관리자)이 한 대의원에게 휴가를 가라고 봉투를 들이밀더라. 전 같으면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관리자들이 단단히 교육을 받았는지 노조 간부에게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위기를 틈타 노조를 길들이려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현대기아차그룹이 노조에 대해 ‘강성’기류로 대응하는 것이 감지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