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MBC ‘PD수첩’에서 용역업체 직원이 경찰 물대포를 살수하고, 당사자가 시인한 장면이 보도되자 검찰과 경찰의 회피, 짜맞추기 태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사실이 확인된 만큼 형사책임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찰-용역 커넥션, 사실 드러날 때마다 말바꾸기
‘PD수첩’은 경찰특공대가 작전에 나선 20일 새벽, 용역업체 직원으로 보이는 5명이 ‘POLICIA’라고 적힌 방패를 들고 경찰병력과 함께 이동하는 장면과 19일 망루를 저지하기 위해 물대포를 살수하는 장면을 담았다.
‘PD수첩’이 방영되자 경찰은 “자체 감찰 결과, 철거를 맡았던 H건설 정모 과장이 20여 분 간 소화전과 연결된 물대포를 분사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소방대원이 잠시 자리를 비우면서 정과장에게 ‘분사기를 잡고 있으라’고 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소방대원은 소화작업 외엔 경찰의 작전에 동원되지 않았다. 당시 그 자리에서 물을 뿌린 사람은 경찰관”이라고 밝혔다.
용산소방서는 시위 진압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출동한 것은 20일 새벽 5시 20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19일 살수한 사람이 소방관이라는 것도, 살수한 사람이 경찰관이라는 것도 성립하지 않는다.
경찰과 용역의 커넥션과 검찰의 수사 태도는 1월 23일 민주당 김유정 의원이 공개한, 경찰과 용역업체 직원의 무선기록 사실 처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처음에는 경찰 교신 내용이 아니라고 주장하다 “용역 경비원들, 해머 등 시정장구를 솔일곱(지참)하고 우리 병력 뒤를 따라 3층에서 4층 그 시정장치 해제할 진중(진행중)입니다” 등의 추가 무선교신 내용이 공개되자 “현장 지휘관이 순간적으로 오인해 무전 보고한 것이며, 실제로 용역직원들이 작전에 참여한 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현장에서 용역업체 직원이 불을 피우거나 작전에 참여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경찰의 입장을 수용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는 오늘(5일) 용역업체의 경찰 작전 동원 문제와 서울 용산4구역의 농성 철거민에 대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형사책임 불가피
‘PD수첩’ 방영 내용이 사실로 확정되면 경찰과 용역 사이에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용역은 경찰의 호위 하에 물대포를 발사한 것으로, 철거민에 대한 폭행죄 및 경비업법(제15조의 2, 제28조 제2항) 위반이 적용된다.
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범죄의 진압 및 예방에 대한 책무가 있는 현장 경찰책임자는 그 행위를 제지해야 하나, 이를 묵인.방조한 것으로, 경비업법 위반의 공동정범 내지 교사범.방조범이 성립된다.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죄도 적용될 수 있다.
오윤식 변호사는 “물을 뿌린 사람은 폭행 및 경비업법 위반이, 경찰 지휘관은 공동정범 및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이 성립한다”고 말했다.
오윤식 변호사는 “경찰은 법 집행 기관이고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의 위치에서 국민의 공복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누구의 편을 드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