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감옥 국가를 넘어야 한다

[기고] 1국가 방안과 2국가 방안에 대해서

메뉴보기: 클릭하세요. V

팔레스타인과 관련해서 강연을 하다보면 많은 분들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관계의 해결책이 무엇이냐고 물어 보십니다. 그러면 저는 '아랍인이건 유대인이건, 팔레스타인인이건 이스라엘인이건 모두 평등한 권리를 누리며 사는 겁니다'라고 대답을 드립니다. 너무나 뻔한 대답이지요. 그런데 사실 여기에는 저의 정치적 입장이 들어 있습니다.

뻔한 말에 무슨 정치적 입장이 들어 있냐구요? 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관계의 해결책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라고 말하지 않았냐구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학교가 파괴되어 천막에서 공부하고 있다. [출처: ElectronicIntifada]

후퇴하라

1948년 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78%(지금 흔히 이스라엘이라고 불리는 지역)를 차지합니다. 나머지 22%인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는 이집트와 요르단의 통치 아래로 들어가게 되구요. 48년 전쟁 당시 75만 명 가량의 아랍인이 시오니스트들에게 쫓겨나 난민이 되는데, 일부 아랍인이 48년 점령지에 남아서 지금의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진 팔레스타인인이 됩니다.

이스라엘이 1967년 6일 전쟁에서 팔레스타인의 나머지 22%인 가지지구와 서안지구를 또 차지하면서 이스라엘이 전체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게 됩니다. 팔레스타인은 48년 점령지와 67년 점령지로 나뉘게 되구요.

이 당시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의 요구는 무엇이겠습니까? 당연히 48년 점령지를 포함한 전체 팔레스타인의 해방이었겠지요. 한반도가 일본의 식민지였을 때 조선의 민족해방운동이 함경도와 평안도만의 해방을 목표로 하지 않고 전체 조선의 해방을 목표로 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입장에서는 어떻겠습니까? 팔레스타인인들의 해방을 향한 목소리를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그들의 요구가 자꾸 후퇴하도록 만들어야겠지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관계에서 많이 언급되는 것이 6일 전쟁 이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결의안 242호입니다. 242호의 2항에는 이스라엘보고 최근의 분쟁에서 점령한 지역에서 철수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요.

그런데 3항에는 이 지역에서 모든 국가가 안전하고 평화롭게 존재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242호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은 철수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과 함께 48년 점령지는 이스라엘의 영토로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아라파트와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에게 요구했던 것도 242호의 내용에 따라 78% 지역에 존재하는 이스라엘은 인정하고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하는 2국가 방안을 받아들이라는 겁니다. 과거에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이 요구했던 1국가 방안 즉, 팔레스타인에 아랍인과 유대인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하나의 민주적인 국가와 같은 것은 잊어버리라는 겁니다.

실제로 1976년 PLO는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고 2국가 방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합니다.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 언론, 학자 등은 1국가 방안은 허황된 주장이고 2국가 방안은 현실적인 방안이고 평화를 위한 길인 것처럼 말합니다.

감옥 국가

그런데 실제 상황은 1국가 방안은커녕 2국가 방안도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1993~1995년 사이에 맺어진 오슬로 협정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오슬로 협정을 통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들어선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오슬로 협정에는 서안지구 전부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넘긴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라말라, 나블루스, 제닌 등 소규모 지역에 대해서만 자치정부가 아주 제한적인 권한을 가질 뿐 대부분의 지역과 중요한 권한은 여전히 이스라엘이 가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대중의 착각을 이용합니다. 자치정부가 들어섰으니 2국가 방안이 실현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하지만 이것은 거짓말입니다. 2국가 방안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인 영토문제에서 2국가 방안이 말하는 것은 67년 점령지인 가자지구와 동예루살렘을 포함하는 서안지구의 반환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오슬로 협정을 통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철수하지도 않았고 동예루살렘을 반환하기는커녕 지금도 팔레스타인인들을 추방하고 있습니다. 또 동예루살렘을 포함해 서안지구에 40만 명이 넘는 점령민들을 이주시킴으로써 영토 확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주장하듯 자신이 중동지역의 유일한 민주국가라고 한다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주민들에게도 시민권을 주고 같이 선거도 하면 됩니다. 그런데 인구가 문제입니다. 7백만에 이르는 이스라엘 인구 가운데 19% 가량인 140만 가량이 팔레스타인인입니다.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인이 약 400만 명 됩니다.

현재 팔레스타인 전역에 약 1,100만 명이 살고 있는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540만 명 가량이 팔레스타인인인 셈입니다. 만약 이들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선거에 참여해서 정부를 구성한다면 지금과 같은 이스라엘 정부는 존재할 수 없겠지요. 그래서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주민들에게 정치적으로 평등한 시민권을 주지 않는 겁니다.

시민권을 줄 수 없다면 그 다음 방법은 모두 쫓아내는 겁니다. 서안지구 사람들은 요르단으로, 가자지구 사람들은 이집트로 보내는 거지요. 그런데 문제는 요르단과 이집트, 이스라엘은 미국이라는 큰 집안에 사는 한 지붕 세 가족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팔레스타인인들을 무작정 쫓아낼 수도 없지요.

그러면 결국 남는 방법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최소한의 지역에 몰아넣은 뒤 독자적 생존이 불가능해 외부 원조와 이스라엘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겁니다. 여기에 팔레스타인 내부 정치 세력을 분할지배하면서 일부는 협력 대상으로 삼고, 계속 저항하는 세력은 파괴의 대상으로 삼는 겁니다. 지금은 마흐무드 압바스와 파타가 협력 대상으로, 하마스가 파괴 대상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가자학살과 같은 대규모 공격을 통해 이스라엘이 노리는 것 가운데 하나도 팔레스타인인들이 1국가 방안은 물론 2국가 방안이고 뭐고 이제는 그냥 봉쇄만 하지 말고 죽이지만 말아달라고 요구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정치적으로 자꾸 후퇴 하라는 거지요.

이것이 미국이 말하는 2국가 방안이고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이며, 실제로는 감옥 국가인 것 입니다. 물론 그들이 말하는 2국가 방안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말하는 67년 점령지의 반환, 난민의 귀환권 등이 포함된 2국가 방안과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1국가 방안이냐, 2국가 방안이냐

그러면 어떤 팔레스타인인이 2국가 방안을 주장한다면 그건 대부분의 땅을 이스라엘에게 내어 주고 작은 땅만 되찾으려는 나약한 주장이라고만 봐야 할까요?

이번 가자학살을 봐서도 알 수 있듯이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 지역에 살고 있느냐, 가자지구에 살고 있느냐, 서안지구에 살고 있느냐, 동예루살렘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삶의 조건이 달라집니다. 가장 심각한 곳은 가자지구입니다.

  유일하게 외부로 통하는 지하땅굴. 가자 주민들은 이 통로로 각종 생필품을 조달하고 있다. 이스라엘 봉쇄에서 유일한 '숨구멍'이다. [출처: Aljazeera]

여기서 2국가 방안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이 나옵니다. 전체 팔레스타인은 둘째 치고 이대로는 도저히 살 수 없으니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만이라도 최소한의 생존권을 확보하자는 거지요. 그것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해방에서 그치든 아니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1단계로 해방시킨 뒤 나머지 이스라엘 지역까지 해방시키든 말입니다.

또 1국가 방안은 이루어질 수 없는 허황된 꿈이기만 한 걸까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사용되는 화폐는 이스라엘 정부가 발행하는 셰켈이고, 전기며 수돗물의 상당 부분은 이스라엘 회사가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수도인 텔아비브와 서안지구의 예루살렘 사이를 차로 달리면 1시간 거리이고, 전면 봉쇄 상황이 아닐 때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지역으로 가서 일을 해 왔습니다.

이스라엘에는 아랍 정당이 있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는 기독교인 할당이 있습니다. 전체 팔레스타인은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현실적으로도 정치·경제·문화·인종이 복합·공존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런 팔레스타인을 억지로 인종에 따라 유대국가와 아랍국가로 만들어야 할까요? 만약 아랍국가가 만들어진다면 이스라엘은 자국의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니들 나라로 가!’라고 하지 않을까요? 백인 지배 시절 남아프리카 공화국 문제의 해결 방법이 백인 국가와 흑인 국가로 나누는 것이었을까요?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이라는 하나의 민주적인 국가는 안 되는 걸까요?

인터넷에 올라갈 글이라 가능하면 짧게 쓸려고 했는데 길어졌습니다. 주저리주저리 글이 길어졌던 이유는 정치적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1국가 방안 지지냐 2국가 방안 지지냐 식으로 줄 세우기가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램에서입니다.
관련기사
  • qnseksrmrqhr

    역사란 시대의 어려웠던 일들이 왜 생겨났으며,어떻게 해결 과정을 이루어냈는가 하는 것들을 기록하여 후세대들이 좋은 해결점을 찾기를 바라는 가르침입니다. 결국 시간의 문제일뿐 옳은 것은 세대가 바뀌어도 옳은 것입니다...그래도 지구는 돌고 있다

  • qnseksrmrqhr

    역사란 시대의 어려웠던 일들이 왜 생겨났으며,어떻게 해결 과정을 이루어냈는가 하는 것들을 기록하여 후세대들이 좋은 해결점을 찾기를 바라는 가르침입니다. 결국 시간의 문제일뿐 옳은 것은 세대가 바뀌어도 옳은 것입니다...그래도 지구는 돌고 있다

  • qnseksrmrqhr

    역사란 시대의 어려웠던 일들이 왜 생겨났으며,어떻게 해결 과정을 이루어냈는가 하는 것들을 기록하여 후세대들이 좋은 해결점을 찾기를 바라는 가르침입니다. 결국 시간의 문제일뿐 옳은 것은 세대가 바뀌어도 옳은 것입니다...그래도 지구는 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