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제2의 미포투쟁

[인터뷰] 김석진 미포조선 현장대책위 소집권자(현장투 의장)

메뉴보기: 클릭하세요. V

오랜 투쟁이 할퀴고 간 삶의 흔적은 잔인했다. 약속 장소로 정한 곳이 설 연휴로 문을 닫은 바람에 한참을 헤멘 후에야 도로가에 서있는 그의 뒷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검은 점퍼를 입은 그의 한쪽 어깨가 한눈에 봐도 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지난 1월 17일, 영남 노동자 대회가 열린 날 밤에 일어난 현대 중공업 경비대들의 심야 습격때 소화기로 머리와 어깨를 내리 찍힌 그는 그때 당한 폭력으로 지금도 두통과 멀미에 시달리고 목과 어깨의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지금도 막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라는 그에게 명절 연휴의 안부를 묻는 것은 미안한 일일듯 했다. 계속되는 병원 진료와 물리 치료, 그리고 순간순간 떠오르는, 삶과 죽음을 오갔던 경비대 폭행 당시의 악몽은 그의 몸과 정신을 잠시도 놓아주지 않는듯 하다.

이런 그에게 설 명절은 얼마나 고통스런 날이었을까. ‘순진이를 엊그제 병원에 가서 만났는데’라며 그는 굴뚝에서 내려온 후 정신적 고통을 심하게 앓고 있는 김순진 조합원에 대한 걱정을 했다. ‘밤만되면 공포에 쌓이는 거야. 낮에는 굴뚝위에서도 밑에 사람들이 보이지만 밤에는 안보이니까, 한사람씩 돌아 가며 굴뚝으로 누가 올라 오는지 지켜야 하니까, 한달을 그렇게 밤마다 밑을 보고 있었으니 지금도 밤만되면 공포에 쌓이는 거야.’ 끊었던 담배가 어느 새 줄담배가 되었고 속이 아프다면서도 그는 여러 잔의 커피를 계속 마신다.

보이는 것은 아주 작은 것일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상처를 함께 지키며 치유하는 것. 그는 이홍우 동지가, 김순진,이영도 동지가, 그리고 그 가족들이 오래도록 안고가게 될지도 모를 고통에 대해 이야기 했다.

용산 철거민 학살 규탄 기자 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그는 곧 서울로 간다고 했다. 그곳에서 심야에 굴뚝 앞 농성천막을 습격한 현대 중공업 경비대들의 만행을 증언할 것이다. 이 땅 곳곳에서 공권력과 자본가들에 의해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가고 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죽을 만큼 힘을 다해 투쟁을 하고 그 투쟁이 세상을 그래도 녹슬지 않게 갈아 세우고 있다.

미포조선 투쟁이 목숨을 건 굴뚝 투쟁으로 승리에 이르렀지만 아직 합의 사항의 완전한 이행과 현대 중공업 경비대 폭력 사건 등 풀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투쟁의 현장 대책위원인 김석진(미포조선 현장투 의장) 인터뷰 전문을 싣는다.


  김석진 현장투 의장

합의서, 아쉽고 부족하지만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

“2008년 7월에 대법원에서 용인 기업이 미포조선 노동자라고 판결이 났지 않습니까. 판결 나고 나서 9월달부터 미포조선 현장 활동가들이 용인 기업 복직 시키라고 중식 시간을 이용해서 현장 안에서 선전전을 했는데 이런 와중에 이홍우 동지가 산재 은폐, 부당 노동행위규탄, 용인 기업 노동자들의 복직 요구, 크게 이 세 가지와 관련해서 투신을 했고, 그리고 이영도, 김순진 동지가 굴뚝에 올라갔죠.

이런 과정에서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4개월 전에 민주노총 대책위가 떴고 미포조선 현장에는 세 개의 현장 조직이 모여 현장 대책위를 만들었고 지역에는 지원대책위가 꾸려졌죠. 이 세 개의 대책위가 나름의 역할을 하면서 이 투쟁을 함께 해왔습니다.

합의서 관련해서는 ,서면으로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구두로 민주노총 대책위와 현장대책위가 모든 교섭 통로는 민주노총으로 하고 민주노총에서 회사측과 충분히 협의가 이루어지면 현장 대책위와 충분히 논의해서 합의서를 도출한다 이렇게 약속이 되있어요.

회사,노동조합, 민주 노총,이렇게 삼자가 합의를 해왔고 그 공개된 합의서 내용을 보면 부족하지만 우리의 요구 조건이 일정 정도 관철되었다고 보고요. 비공개한 보충 합의서가 있어요. 그 비공개된 보충 합의서 내용을 민주노총 실무자에게 구두로 전해 들었는데 그대로만 이행이 된다면 이번 투쟁은 부족하고 아쉽지만 승리한 투쟁이 아니냐, 쉽게 정리하자면 공개된 합의서와 내가 구두로 전해들은 비공개된 보충 합의서, 그 내용대로만 지켜진다면 아쉽고 부족하지만 승리한 투쟁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나, 마음이 무겁다

“2004년 박일수 열사 투쟁 때도 경험했듯이 이번 공개된 합의서와 아직 공개하지 않은 보충합의서가 제대로 지켜질지 이게 이제 염려가 되고 부족하고 아쉽지만 그나마 이게 지켜지지 않는다면 제2의 투쟁을 강고하게 해나가야 하는 과제가 놓여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일정 정도는 승리했다고만 볼 수는 없죠.

두 번째로 이홍우 동지가 투신하고 난 뒤 건강을 되찾아 현장으로 곧 돌아오겠지만 본인과 가족의 정신적 고통이 하루아침에 해결될 그런 문제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특히 굴뚝에 올라간 두 동지들, 이 동지들에게 삼십일 동안 밤마다 엄습되던 공포, 암흑 천지죠. 이 공포,거기에 따른 정신적 충격이 얼마나 지나야 본인들과 가족들이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올지 그런 게 힘들어요.

마지막으로 미포조선 현장 활동가들이 중식 때나 퇴근 투쟁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일부 어용세력들이 수백 명의 조합원들을 동원해서 반대 행동을 했어요. 현장 조합원들과의 갈등,분열, 이런 부분에 대해 마음이 무겁고요. 심지어 저 개인적으로는 저하고 같이 근무하는 반원 일곱 명이 결의서를 작성했어요.

김석진이가 현장조직을 탈퇴하지 않으면 같이 근무할 수 없다는, 거기에 또 담당 부서장은 이걸 근거로 해서 법률적 검토를 해서 조치를 취하겠다고 협박하는 거죠. 반 사람들을 내가 개별적으로 만나갖고 정말 서운하다, 내가 업무상 문제가 있으면 이해를 하겠지만 현장활동을 하는 걸 가지고 탈퇴하라 마라하면 되겠나, 그리고 이런 결의서를 쓰는 건, 물론 자기 의지로 썼다기 보다는 먹고 살아야하니 윗사람 눈치 보느라 그랬겠지만 옆의 동료를 같이 근무 못하겠다고 자필 서명을 쓰니 서로 간에 갈등이 심하죠. 상처를 많이 받죠.”

원칙은 분명히 세워야 한다

김석진 조합원을 만나기 전 사전 자료를 찾아서 조사하던 중 울산 민주노총 게시판에서 ‘김주철 울산본부장, 미포조선 투쟁에서 직권조인은 안 됩니다!’라는 제목을 단 글을 보게 되었다. 그 글이 담고 있는 직권조인에 대한 우려와 비판에 대해 무슨 내용인지 김석진 조합원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애초에 민주노총 대책위와 현장 대책위의 구두 약속이 있었어요. 모든 교섭의 통로는 민주노총으로 연다. 민주노총에서 회사와 교섭하고 민주노총 자의적 판단으로 회사와 합의하지 마라, 교섭했으면 우리 현장 대책위, 우리 열일곱 명 현장 투쟁의 주체가 있잖아요, 이 사람들에게 와서 그 협의 내용을 보고 같이 논의를 해가지고 합의를 한 후 그러고 나서 합의서에 도장을 찍어라 그렇게 요구를 한 거예요. 처음부터 구두로 계속 그렇게 한 거예요.

민주노총에서 합의되기 전 날, 중간 협의된 내용을 가져왔더라고요. 그리고 민주노총에 전권을 달라, 그러면 여론 수렴을 해서 내일 합의안을 만들어내겠다 하더라고요. 우리는 내일 회사와 합의를 하기 전에 다만 한 시간이라도 협의 내용을 같이 보고 우리 현장 대책위의 동의를 얻어 도장을 찍으라고 요구했죠. 이게 왜 중요하냐면 앞으로 어떤 투쟁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원칙은 분명히 세워야 합니다. 합의서 결과에 대한 책임은 세 개의 대책위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겁니다. 그러니 당연히 우리에게 의논하고 합의 후에 합의서에 도장을 찍어야 하는 게 아닙니까. 그런 이야기가 게시판에 올라온 거죠.”

합의서 내용의 성과를 떠나서 민주노총 울산본부의 행동은 우려할 만한 일로 보인다.

“제가 집회 때마다 항상 이야기 해온 게 이번 투쟁은 현장의 투쟁을 넘어서 이 투쟁에 결합한 모든 동지들이 함께한 투쟁이다, 그러기 때문에 많은 동지들의 합의를 얻어서 결과를 도출해 해야 한다고, 함께한 동지들이 투쟁때 몸만 동원된 사람들이 아니지 않습니까. 다들 내 문제로 생각하고 투쟁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현장 투쟁의 주체인 현장 대책위의 동의는 반드시 얻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설명해 주고 그렇게 가는 건 안 맞죠.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에도 어긋나고요.”

정몽준 공개 사과, 현대 중공업 경비대 해체 요구할 것

“한편으로는 싸움이 끝이 났지만 한편으로는 제 2의 시작이 아니겠습니까. 끝났다고 그냥 끝나는게 아니라 문제가 있는건 제 2의 투쟁을 또 이어가야겠죠. 진보신당에서 심야 폭력 테러건에 대해서 고소고발을 하겠다고 하던데 저는 그것과는 별도로 직접 현대 중공업 최길선 사장과 이번 폭력 사태를 직무유기한 울산 동부 경찰서장을 고발할 예정입니다.

특히 심야폭력 테러 건에 대해서는 미포조선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죠, 이 부분에 대해 직접 책임을 물을거고 그 내용은 공개 사과와 현대 중공업 경비대의 해체가 될겁니다.

그럼에도 삶과 투쟁을 이어 가는 힘은

“87년에 민주노조가 만들어지고 2009년 현재, 노동 3권이 현장에서 통하지 않는 현실입니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노동 3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나또한 현장의 노동 운동이 이렇게 무너진데 대해 반성해야 할 사람 중 한사람이고 그 책임과 의무가 나를 세우는 힘입니다. 조합원들 한사람 한사람 만나 보면 나서지는 못해도 정말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전 그런 대중의 힘을 믿고 갑니다. 그 대중의 힘을 믿기 때문에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김석진 조합원은 지역의 지원 대책위에 대한 절절한 고마움을 오래도록 이야기 했다. 헌신적인 그들의 지원이 있어서 그에게 이번 투쟁은 좀 더 따뜻하게 다가간 듯 했다. 그렇게 가슴에서 우러나는 자연스러운 운동이 정말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지 않겠냐고. 그래. 우러난다는 것. 진한 녹차를 우려 마시면서 우러남에 대해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천천히 가져봐야겠다.
  • 칼바람

    김석진의장님 심야에 살인미수에 가까운 경비들의 집단폭력 끝까지 책임을 묻는 싸움 해야합니다. 이런일이 어떻게 일어날수 있습니까. 내용적으로는 굴뚝 농성투쟁이 끝난것 같지않군요 동지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며 늘 함께지켜보고 연대하겠습니다
    힘내세요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