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한강로 용산 철거민 강제 진압과정에서 철거민과 경찰이 사망하자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다.
김석기 내정자는 현재 서울지방경찰청장이라서 지휘 계통상 용산경찰서장의 바로 위 상관이다. 김 내정자는 1954년 경북 경주 출생으로 여권 실세인 이상득 의원라인으로 통한다. 김 내정자는 △서울 수서경찰서장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장·경무부장 △주일대사관 외사협력관 △경찰청 경무기획국장 △경북지방경찰청장 △대구지방경찰청장 △경찰종합학교 교장 △경찰청 차장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을 역임했다. 김 내정자는 이렇게 경찰 요직을 거치는 동안 주요 공안 사건에서 강경탄압을 해 왔다.
김 내정자는 지난 2006년 대구지방경찰청장 시절 대구경북지역건설노조가 임금인상, 다단계하도급철폐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을 때 공안탄압을 해 건설노동자와 악연의 인물이다. 김 내정자는 지난 2006년 6월 3일 대구지방경찰청으로 재직하면서 대구 시내 건설공사 현장 전역에 "건설노조원의 폭력을 112에 신고하라. 폭력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업무방해 혐의로 반드시 경찰에 고발 조치해 달라"는 협조문을 뿌려 경찰이 노사관계에 개입한다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김승환 건설노조 정책국장은 “당시 대구지방경찰청은 사용자보다 먼저 나서 사용자를 위해 협조문을 뿌리고 폭력을 행사한 적도 없는데 폭력행사의 우려가 있다며 현장투쟁에 오는 노동자들을 112 신고까지 하라고 할 정도로 과잉대응을 일삼았다”고 전했다. 대구건설노조는 당시 공안탄압으로 2년 동안 매우 힘들게 조직활동을 해야만 했다고 한다.
이런 김 내정자의 전력은 작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있으면서 촛불시위 강경진압에도 이어졌다. 작년 서울지방경찰청은 최루액과 색소분사기 사용, 검거 위주의 진압, 집회참가자 검거시 포상 등 강경 대응으로 과잉진압 논란이 일었다.
이번 용산 철거민, 경찰 참사도 조기에 특공대 투입까지 승인한 강경대응에 원인이 있다. 통상 철거민들의 건물점거와 고공망루 농성과정은 평생의 삶이 걸린 최후의 보루였다. 목숨을 건 마지막 협상책이기 때문이다. 과거 철거현장에서 강경진압은 항상 사상자를 냈다. 그 위험성 때문에 철거민 망루농성은 항상 장기화 되곤 했다. 그런데 이번 강제진압 과정에는 협상도 없이 다음날 바로 경찰특공대가 콘테이너로 투입되었다. 경찰의 무리한 조기 강경진압 기조가 초대형 참사를 불렀다는 비판이 일 수 밖에 없다.
김석기 내정자의 미니홈피 첫 화면에는 "경찰이 잘해야 국민이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그러나 이날 오전 김 내정자 미니홈피를 방문한 사람들은 김 내정자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다. 미니홈피를 방문한 시민 박규남 씨는 “경찰의 과잉진압 때문에 벌어진 대비극이니 당신이 책임을 지고 떠나시오”라고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김명진 씨도 “국민이 죽었습니다. 경찰이 잘했나요? 책임지고 물러가시지요”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경 김 내정자의 미니홈피의 메뉴는 모두 폐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