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뒷받침하는 증언들이 보고서로 제출되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은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에서 '전쟁범죄' 여부를 독립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는 4일 이스라엘 보병들이 제이툰의 한 주택으로 민간인들을 모은 뒤 그 집을 폭격했다는 보고서를 냈다.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것이다.
"들어가서 나오지 마라"
보고서는 "증언에 따르면 1월 4일 이스라엘 보병들이 제이툰의 한 주택으로 약 110명을 피신시킨 뒤 나오지 말라고 경고하고 약 24시간 뒤 이스라엘 군은 반복해서 그 집을 폭격했다"고 밝혔다. 보고서가 밝힌 사망자의 수는 30명이다.
"민간인 차량에 실려 병원으로 가기 전까지 폭격에서 살아남아 걸을 수 있었던 사람들은 2km를 걸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5개월된 영아 등 3명의 어린이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숨졌다. 당시 그 집에 있던 사람의 절반이 어린이였다고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밝혔다.
이스라엘의 한 인권단체는 피해자 메이사 파우지 알 사무니(19)의 말을 인용해 군인들이 창고 같이 생긴 집으로 들어가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도 당시 폭격으로 다리와 가슴에 부상을 입은 13세 소년을 인터뷰했다. 이브라힘 사모우니는 그의 어머니가 죽은 뒤 세 남동생들을 지키며 사망자들 사이에 있는 부상자들을 도왔다고 말했다. "물도 빵도 먹을 것도 없었다"고 이브라힘 사모우니는 전했다.
"이스라엘이 구조활동도 막아"
이스라엘은 이들에 대한 긴급 구호활동도 막았다. 국제적십자위원회와 적신월사 응급구조대원이 폭격 사실을 알고도 현장에 갈 수 없었다. 이스라엘이 안전한 통행을 보장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자지라>는 국제적십자위원회와 적신월사 응급구조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은 거의 굶주린 상태였다고 전했다. "아이들은 심지어 혼자서 설 수도 없었다. 살아 있는 성인조차도 걸을 수가 없었다. 매트리스에는 적어도 열두 구의 시신이 놓여 있었다"고 적십자 대원이 <알자지라>에 말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담당하는 국제적십자의 피에르 웨타치는 "이스라엘은 이런 상황을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인데도 부상자들을 돕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9일 이 사건에 대해 아직 하는 바 없다고 밝혔다고 <알자지라>, <가디언> 등 외신은 보도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전쟁범죄의 모든 요소 갖춘듯"
이스라엘의 공습과 폭격으로 인한 희생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가운데 나바네템 필레이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9일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에 대한 "독립적이고 투명한" 전쟁범죄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나바네템 필레이 판무관은 남아공 출신의 전직 국제형사재판소 판사다.
필레이 판무관은
필레이 판무관은 하마스의 공격도 비난의 대상이지만 "가자지구 민간인의 상황은 극단적 인권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국제법을 위반하면 반드시 책임을 지워야 한다. 첫 조치로 위반 행위를 확인하고 책임을 지우도록 믿을 만하고 독립적이며 투명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만 목표로 삼는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7일에는 구호물품을 싣고 가던 유엔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차량도 폭격을 받아 직원이 사망했다. 유엔은 6일엔 40명의 사망자를 낳은 유엔학교 폭격에서도 이스라엘 군은 민간인이 거주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엔은 27일 이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인 780명 이상이 죽었고 이 가운데 257명의 어린이와 56명의 여성이 있다고 파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