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소식은 아이러니하게도 기자들에겐 '좋은 소식인 법이라서' 카메라는 끊임없이 이들이 떨어져 나간 팔과 피 흘리는 얼굴을 따라다닌다. 카메라는 이들을 '희생양'으로 비춘다. 의도적 왜곡도 보인다. 앞뒤 다 잘라먹고 이들을 수제 로켓포를 든 '테러리스트'로 그린다. 이제는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이스라엘의 '6일 전쟁'은 들어봤어도, 팔레스타인인들의 '인티파다(저항)'는 모르는 척박한 한국 땅에서 소중한 책이 나왔다.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염원하는 국내 활동가들이 자기 경험과 연대의 마음을 꼭꼭 눌러서 쓴 팔레스타인 입문서 <<라피끄_팔레스타인과 나>>(도서출판 메이데이)다.
입문서 답게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읽도록 만들었다. 책장이 잘 넘어간다. 가끔 현지에서 활동가가 찍은 사진속 사람들이 시선을 한참 붙들기도 한다.
"팔레스타인을 이해하는 건 우리를 이해하는 것"
이 책을 엮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의 마음은 책 제목 <<라피끄_팔레스타인과 나>>에 고스란히 묻어있다. '라피끄'는 아랍어로 '동지'다. 이 책은 말 그대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라피끄'가 되려고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료를 뒤져 글 쓰고 토론해서 만들었다.
'한국에도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왠 팔레스타인이냐'는 비난도 받는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팔레스타인을 이해하는 건 단지 팔레스타인만을 이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팔레스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이스라엘을 이해하는 것이고, 이스라엘을 이해하는 것은 미국을 이해하는 것이며, 미국을 이해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서울 시청 광장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을 하나님으로 떠받드는 이들이 미국의 세계 지배를 가능케 하는 힘이며, 미국은 이런 힘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미국으로부터 정치.군사.외교.재정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은 그 힘으로 팔레스타인을 지배하고 착취합니다. 세상은 서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여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책머리 가운데
저자 스스로도 이야기 하듯이 이 책을 읽는다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 대해 품는 모든 의문이 해결되진 않는다.
팔레스타인을 이해하는 쉬운 입문서
그러나 저자들은 팔레스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징검다리를 놓기 위해 꽤나 폭넓게 펼쳐놓았다.
<<라피끄_팔레스타인과 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뿌리인 유대인과 시오니즘의 문제, 영국과 시오니즘에 대항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사, 아랍과 이스라엘 전쟁의 역사를 다루는 데서 시작한다.
2부 '팔레스타인 들여다보기'에서는 팔레스타인이 처한 현실을 생생하게 설명한다. 검문소 때문에 왜 팔레스타인인들이 먹고 사는 것조차 힘든지, 고립장벽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이들은 고립장벽을 어떻게 넘어 학교에 가는지, 수감자들은 어떻게 고문을 받았는지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3부 '팔레스타인 다시보기'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왜곡된 이미지 깨기를 시도한다.
"이슬람은 자살을 금지한다. 팔레스타인 사람은 자살폭탄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을 자살했다고 생각치 않고 점령에 항거하다 사망했다고 여긴다...사실상 몸에 폭탄을 두르고 하는 공격은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을 방치한 직접적인 결과다."
"홀로코스트가 일어나서 시오니스트들이 이스라엘을 건국한 것이 아니라, 이미 원주민들을 추방하고 이스라엘을 건국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을 벌이던 중에 홀로코스트가 일어난 것이다"
기존에 가진 고정관념들을 마구 흔들고 나서, 저자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팔레스타인인들과 '라피끄'가 되고 싶어 하는 독자들을 위해 친절하게도 팔레스타인과 연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 팔레스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도서, 영화, 인터넷 사이트들을 소개하고 있다.
우연히 마주친 저자 중 한 명은 "한 만 명쯤 이 책을 읽으면 뭔가 좀 바뀌지 않을까" 싶은 간절한 소망을 털어놨다. 누구든 팔레스타인인의 고통과 희망속으로 함께 걸어갈 만 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