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으로 이주노동자 진료비 요구한 서울대병원
의정부이주노동자센터 사무국장을 맡았던 이성환 씨 이야기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동자 망 샤리플모함 씨가 심근경색 및 심장질환으로 상태가 위독해 의정부성모병원에서 구급차로 호송돼 서울대병원으로 입원했고, 심장 수술을 했지만 결국 10월 1일 사망하고 말았다. 입원 초기 1~2천만 원의 병원비가 예상됐지만,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보조장비를 착용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병원비는 4천 3백만 원으로 급격하게 불어났다.
결국 샤리플모함 씨가 서울대병원으로 옮길 때 연대보증을 선 이성환 씨에게 병원비가 청구되었고, 모금과 후원을 통해 약 2천2백만 원을 치료비를 납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신을 모국인 방글라데시에 보내기 위해 염처리비용, 냉동보관료, 항공료 등 4백여만 원을 더 모금해야 했다.
3년이 지난 10월 22일에 이성환 씨에게 서울중앙법원에서 보낸 이행권고결정서류가 도착했다고 한다. 서울대병원에서 청구한 진료비 약 1천 8백만 원을 가집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성환 씨는 진료비를 내지 않으며 재산이 가압류될 수도 있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이런 일은 이성환 씨뿐 아니라 이주노동자 단체에 일하고 있는 활동가들에게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연대보증 국감 지적에도, 연대보증인에게 진료비 끝까지 청구
이주노동자의 병원비를 이주노동자 단체 활동가들이 떠안게 되는 이유는 병원에서 환자의 연대보증인을 요구하는 관행 때문이다. 이런 관행은 이주노동자 뿐 아니라 진료비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환자 모두에게 이뤄지고 있다.
대형병원의 연대보증 관행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고쳐야 할 문제”라면서 “환자가 연대보증 때문에 진료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의료기관의 고충도 덜 방법은 고민 중”이라고 답한 바 있다.
국정감사에서 연대보증 관행이 문제가 됐음에도 서울대병원은 소송을 통해서 이성환 씨에게 진료비를 청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주노동자단체들은 공공병원인 서울대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진 일이라는 점에서 분노하고 있다. 2일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서울대 후문 앞에서 서울대 병원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오은영 공공운수연맹 서울대병원지부 지부장은 “얼마 전 좋은 말이 다 들어간 공공성 합의를 했는데, 이주노동자 진료비를 소송까지 하면서 받으려는 서울대병원이 부끄럽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출처: 서울대병원 홈페이지] |
서울대병원은 작년 5월부터 공공의료사업단을 발족해 의료취약계층 대상으로 한 순회진료사업의 일환으로 이주노동자를 위한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국정감사에서 저소득층 환자 비율이 전체의 4.1%로 사립대학병원(9.7%)이나 국립대학병원(7.3%)의 평균 저소득층 환자 비율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주노동자 무료진료 사업을 펼치는 서울대병원이지만, 낮은 저소득층 환자 비율과 이주노동자의 거액 진료비를 소송을 통해 받으려는 이면이 존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