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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선생님이 사라졌어요"

대통령 초청 영어장학생 중도 포기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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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에 있는 ㄴ초 교장과 교사, 그리고 85명의 시골 초등학생들은 최근 '팽'을 당했다. 교포와 외국 대학생을 한국 초등학교에 불러들여 '선생님'을 맡도록 한 대통령 초청 해외영어봉사 장학생(TaLK, Teach and Learn in Korea)이 지난 9월 17일 돌연 줄행랑을 쳤기 때문이다.  


발령 2주만에 "돌아가겠다"

이날 이 학교에 TaLK 교사 대신, 도착한 것은 몇 줄짜리 전자메일뿐이었다. "지금 인천공항인데 개인 사정으로 고향 미국으로 가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9월 1일 발령 뒤 2주 남짓 학생들을 가르친 뒤 생긴 일이다.

"참 황당하고 난감했습니다. 그렇지만 스무 살 대학생이 부모 떨어져 살다가 집에 가겠다는 데 어쩝니까?"

이 학교 조 아무개 교감의 말이다.

출근 하루만에 TaLK 일을 '때려치운'경우도 있다. 지난 8월말 충북 옥천 ㅅ초에서 생긴 일이다.

이 학교 정 아무개 교장의 사택에는 포장도 뜯지 않은 침대, 옷장, 전자제품 따위의 생활용품이 쌓여있다. 다음은 정 교장의 전언이다.

"TaLK 교사가 예비소집 날, 자기 살 집을 보더니 못살겠다고 그냥 가더라고요. 서양식 음식이 없다고 투덜대기에 '대전 가서 사다가 주겠다'고 했는데도 막무가내였습니다."

지난 26일 현재, 이처럼 중도 포기한 TaLK 교사는 모두 4명이다. 당초 6개월, 1년 두 종류의 계약과 달리 올해 '12월 중 귀국'등을 요청한 이도 8명이다. "20여 명은 TaLK에 합격해놓고도 한국행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고 교과부와 국제교육진흥원 관계자는 밝혔다.

전체 인원 400명 가운데 중도 포기 학생이 모두 32명인 것이다.

교과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국에 온 TaLK 교사를 한 달여 간 연수시킨 뒤 일선 초등학교에 발령 낸 때는 올해 9월 1일. 이들이 일을 시작한 지 3달 남짓 만에 중도 탈락(예정)률이 8%에 이르는 셈이다.

한해 6370만원, '실용'정부 맞나

TaLK 대상자들은 대부분 교사자격증을 갖고 있지 않다.

일주일에 15시간 방과후학교 수업을 맡는 이들 한 명에게 한 해에 들어가는 돈은 내년 교과부 예산안을 보면 6372만원(한국 도우미 대학생 급료 600만원 포함)이다. 교과부는 내년에는 TaLK 교사를 700명으로 늘리고,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1000명으로 유지하는 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

이들이 배치된 13개 시도교육청 담당 장학사들은 "초등학생들의 만족도가 무척 높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교과부 영어교육강화추진팀 중견관리도 "이 사업은 농산어촌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영어격차 해소사업"이라면서 "학업 때문에 귀국하는 경우가 많지만 73명이 계약을 연장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높은 중도탈락률'과 '무자격자의 영어수업'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있다.

다음은 방대곤 전교조 초등위원회 정책국장의 말이다.

"한국말 잘한다고 아무나 국어교사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영어만 잘한다고 아무나 영어교사로 만든 일은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정식 원어민 교사보다도 비싼 돈을 들여가면서 이런 사업을 벌이다니 실용주의 정부 맞습니까?"(윤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