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의 제닌, 나블러스, 칼킬리아 등 11개 지역에서도 고립장벽에 반대하는 행동이 열렸다.
이스라엘 점령군, "최루탄과 총으로 위협해"
14일 제닌과 나블러스에서는 약 700여명의 주민들과 해외 평화, 인권 활동가들이 모인 집회가 열렸다. 이스라엘의 고립장벽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 이스라엘 군은 총을 앞세워 시위대를 위협했다고 참가자들은 전했다. [출처: stopthewall.org] |
그러나 고립장벽으로 향하는 행진은 이내 이스라엘 군에 가로막혔다. 지역의 젊은이들은 돌을 던지며 맨몸으로 항의했지만, 이스라엘은 마을까지 들어온 군을 앞세워 봉쇄했다.
참가자들은 이스라엘 군이 "시위 참가자들을 곤봉으로 내리찍으며 시위대를 위협했다. 심지어 어린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에게도 해외 활동가들이 마을을 떠난 후에 다시 오겠다고 위협해 어린아이들이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며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땅 빼앗는 정착촌 건설도 중단해라"
▲ 고립장벽으로 향했던 맨몸의 시위는 봉쇄되었다. [출처: stopthewall.org] |
14일 오전 제닌에서 열린 집회에는 이스라엘에서 새롭게 정착지를 건설하고 있는 호메시 지역의 부크라, 바자리야, 실라트 아드 다흐르, 바바스티야, 베이트 마을에서 온 대표단이 무대위에 올랐다.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의 정착촌이 호메시 지역으로 확산되면 "토지 몰수와 정착촌 확대로 고통 받을 것"이라며 정착촌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9일과 10일 나블러스 베이타에서도 농업조합과 고립장벽반대캠페인(Stop the Wall Campaign) 공동 주최로 이스라엘의 땅 "몰수"와 정착촌 건설, 고립장벽을 비난하는 집회가 열렸다. 농민들은 직접 생산한 올리브 관련 생산물들을 내 놓고 전시를 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11월 8일 '고립장벽 건설반대 국제 공동행동주간'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높이 2미터, 15미터 길이의 벽화를 그리며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아르헨티나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에서 건설하고 있는 고립장벽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집단적 처벌"이며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굴욕감을 주고 있다. 국제법의 기준과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난했다. 또 "이미 만들어진 장벽을 해체하고 압류한 팔레스타인인들의 토지를 되돌려 주어야 한다"고 이스라엘에 요구했다.
2004년 7월 9일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분리장벽 건설은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동권과 직업선택권, 교육 및 의료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하면서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2009년을 향해가는 지금 이스라엘 고립장벽 건설은 전체계획 730킬로미터 가운데 409미터가 완성 되었으며,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팔레스타인에 보내는 희망과 연대의 메시지
6차 고립장벽반대 공동행동주간 한국에서도 열려
추운 날씨 때문에 좀 처럼 주머니에서 유인물을 받기 위한 손이 빠지지 않는 지난 금요일 '경계를넘어'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7명이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 나왔다. 6차 '고립장벽반대 공동행동주간'에 함께하기 위해서다.
나정호 경계를넘어 회원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고립시키고 자유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아무것도 누릴 수가 없다"며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노을을 본 적이 없다. 이 생활의 한 단면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안타까움을 비쳤다.
실제로 고립장벽 인근의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은 8미터가 넘은 높이의 고립장벽 때문에 노을을 볼 수가 없다. 지난 주만 하더라도 이스라엘의 봉쇄조치가 내려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정전사태가 났고, 구호 물자가 들어가는 통로를 이스라엘이 막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한국 사람들에게는 낯설기만하다. 이스라엘의 고립장벽 건설 이야기는 더욱 생경하다. 그러나 길을 나서 이야기하면서 희망의 길은 보인다.
미니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는 "노동자대회에서 유인물을 나눠주었는데 관심있는 분들이 많았다. 고립장벽 문제를 토론하는 사랑방이 열렸는데 고등학생도 2명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피켓을 들고 청계천에서 인사동으로 향하던 수진 활동가는 "팔레스타인의 상황은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것은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맞선다는 의미가 있다"
며 UN이나 국제기구의 중재가 아니라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힘으로 함께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공동행동에 의미를 부여했다.
강아지똥 경계를넘어 활동가는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중동에 평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와는 달리 팔레스타인 문제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아지똥 활동가는 "오바마가 평화적인 인물로만 묘사되는 데 이해관계만을 중심에 놓는 정책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진보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강제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께 참가한 덩야핑 활동가는 팔레스타인에 "내가 한국에서 즐거운 삶을 살아도 미안하지 않을 날이 올 것"이라며 "열심히 하자"는 희망과 연대의 메시지를 보냈다.
참가자들은 이스라엘 대사관 앞을 출발해 인사동을 돌며 "이스라엘은 고립장벽을 해체하라. 이스라엘은 집단처벌을 중단하라. 이스라엘은 자결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외치며 관심과 연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