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이주노동자는 버리고 가”
목격자들은 마석가구공단에서 이뤄진 이날 합동집중단속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고 전했다. 오전 9시 30분 경 대형버스 두 대를 마석가구공단 정문과 후문에 세우고 경찰을 배치시킨 뒤 출입국 사무소 직원들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무차별 연행이 시작됐다는 것. 출입국 사무소 직원들은 공장은 물론 이주노동자 숙소의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이주노동자들을 연행했다고. 이 과정에서 5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알룸씨는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을 피하다 굴러 떨어져 팔꿈치의 연골뼈가 완전히 부서져 인공관절을 해야 하는 상태이기도 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추격하던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은 알룸씨가 굴러 떨어진 것을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다른 이주노동자들을 쫓아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카메룬에서 온 세시씨도 단속을 피해 도망치다 5미터 아래로 떨어져 발꿈치가 부서졌다고.
이에 대해 이종선 대한성공회 샬롬의 집 샬롬나눔터 팀장은 “단속 과정에서 부상당한 이주노동자를 연행하면 출입국 사무소 직원이 부상의 책임을 질 것을 우려해 부상당한 이주노동자에게 응급조치를 취하지도 않고 버리고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단속된 한 이주노동자의 아들은 돌을 한 달 앞두고 있었다. |
이날 단속은 9월 25일 법무부가 “22만여 명인 불법체류자를 연말까지 20만 명 수준으로 줄이고 2012년까지는 전체 외국인 체류자의 10% 수준으로 감소시키겠다”는 발표가 있은 후 이뤄진 첫 합동집중단속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초 “불법체류자들이 활개치고 다니게 하지 말라”고 법무부에 지시한 바 있다.
단속피해 도망치다 교통사고로 사망하기도
이날 합동단속에 대해 법무부는 “외국인 밀집지역이 슬럼화되고 외국인 범죄의 온상이 되는 등 치안부재가 심하다”며 “법질서 유지뿐 아니라 지역주민을 보호하고 불법체류자 본인의 인권보호를 위해서도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이정호 신부는 “이곳에 20년을 살았는데 범죄를 저지르는 이주노동자는 본 일도 없고, 이곳 사장들은 이주노동자들에게 공장 열쇠를 맡기고 퇴근할 정도로 상호신뢰가 있다”면서 “인권보호를 위한다는 게 토끼몰이식 단속으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이냐”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그는 단속과정에서 법무부 직원에게 “이렇게 폭력적으로 단속하는 게 이주노동자들을 겁주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고도 했다.
▲ 단속을 피한 이주노동자들이 샬롬의 집에 피신해 있었다. |
이순이 샬롬의 집 지역복지사업부장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이 일상적으로 있어왔지만, 대대적으로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단속 시 출입국 사무소 직원들이 신분을 밝히지도 않는 등 정당한 절차를 갖추지 않고 단속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말은 이날 단속을 피해 살롬의 집으로 피신해 있던 이주노동자들에게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명의 이주노동자가 단속을 피해 도망치다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죽었다거나 식당에서 밥 먹던 동료를 바로 출입국사무소 직원이 체갔다는 식의 증언이 이어졌다.
샬롬의 집에 피신해 있던 한 이주노동자는 “밖에도 안 나가고, 술도 안 먹고 열심히 일해 돈 벌 생각만 하는데, 한국 정부는 단속할 생각만 하고 있다”며 “단속하면 새로운 사람을 써야 하는데 숙련된 우리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하는 게 서로에게 이익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