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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 이주노동자 ‘감축’정책 시작되나

‘군사작전’방불케 한 단속으로 부상자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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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법무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동집중단속으로 5명의 이주노동자가 부상을 당하고 100여명의 이주노동자가 연행됐다.

“다친 이주노동자는 버리고 가”

목격자들은 마석가구공단에서 이뤄진 이날 합동집중단속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고 전했다. 오전 9시 30분 경 대형버스 두 대를 마석가구공단 정문과 후문에 세우고 경찰을 배치시킨 뒤 출입국 사무소 직원들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무차별 연행이 시작됐다는 것. 출입국 사무소 직원들은 공장은 물론 이주노동자 숙소의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이주노동자들을 연행했다고. 이 과정에서 5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알룸씨는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을 피하다 굴러 떨어져 팔꿈치의 연골뼈가 완전히 부서져 인공관절을 해야 하는 상태이기도 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추격하던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은 알룸씨가 굴러 떨어진 것을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다른 이주노동자들을 쫓아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카메룬에서 온 세시씨도 단속을 피해 도망치다 5미터 아래로 떨어져 발꿈치가 부서졌다고.

이에 대해 이종선 대한성공회 샬롬의 집 샬롬나눔터 팀장은 “단속 과정에서 부상당한 이주노동자를 연행하면 출입국 사무소 직원이 부상의 책임을 질 것을 우려해 부상당한 이주노동자에게 응급조치를 취하지도 않고 버리고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속된 한 이주노동자의 아들은 돌을 한 달 앞두고 있었다.
또한 이날 단속으로 연행된 이주노동자 중에는 5살 딸을 둔 어머니와 한살 아들을 둔 아버지도 있었다. 단속된 깔끼씨의 부인인 오은정씨는 “네팔에서 서류가 와야 혼인신고를 할 수 있는데 서류가 늦어져 혼인신고를 못한 것이 결국 남편이 화를 당하게 했다”며 “평소에 남편이 늦게 집을 들어오면 단속을 당했을까 항상 걱정했는데 현실이 돼버렸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날 단속은 9월 25일 법무부가 “22만여 명인 불법체류자를 연말까지 20만 명 수준으로 줄이고 2012년까지는 전체 외국인 체류자의 10% 수준으로 감소시키겠다”는 발표가 있은 후 이뤄진 첫 합동집중단속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초 “불법체류자들이 활개치고 다니게 하지 말라”고 법무부에 지시한 바 있다.

단속피해 도망치다 교통사고로 사망하기도

이날 합동단속에 대해 법무부는 “외국인 밀집지역이 슬럼화되고 외국인 범죄의 온상이 되는 등 치안부재가 심하다”며 “법질서 유지뿐 아니라 지역주민을 보호하고 불법체류자 본인의 인권보호를 위해서도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이정호 신부는 “이곳에 20년을 살았는데 범죄를 저지르는 이주노동자는 본 일도 없고, 이곳 사장들은 이주노동자들에게 공장 열쇠를 맡기고 퇴근할 정도로 상호신뢰가 있다”면서 “인권보호를 위한다는 게 토끼몰이식 단속으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이냐”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그는 단속과정에서 법무부 직원에게 “이렇게 폭력적으로 단속하는 게 이주노동자들을 겁주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고도 했다.

  단속을 피한 이주노동자들이 샬롬의 집에 피신해 있었다.


이순이 샬롬의 집 지역복지사업부장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이 일상적으로 있어왔지만, 대대적으로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단속 시 출입국 사무소 직원들이 신분을 밝히지도 않는 등 정당한 절차를 갖추지 않고 단속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말은 이날 단속을 피해 살롬의 집으로 피신해 있던 이주노동자들에게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명의 이주노동자가 단속을 피해 도망치다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죽었다거나 식당에서 밥 먹던 동료를 바로 출입국사무소 직원이 체갔다는 식의 증언이 이어졌다.

샬롬의 집에 피신해 있던 한 이주노동자는 “밖에도 안 나가고, 술도 안 먹고 열심히 일해 돈 벌 생각만 하는데, 한국 정부는 단속할 생각만 하고 있다”며 “단속하면 새로운 사람을 써야 하는데 숙련된 우리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하는 게 서로에게 이익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