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화인켐'은 삼성전자의 최대 규모 협력업체로, 삼성전자에 LCD를 납품해 연매출 1조5천억 원, 순이익 9천억 원을 내는 회사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인 1천여 명이 사내하청 비정규직이며, 지난 5월 11명이 모여 결성된 비정규직노조는 '무노조 삼성에서 최초'라는 수식을 달고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폭언 등 인권유린, 가스가 새는 불안한 작업환경에 놓여 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 후 4개월만에 4백여 명이나 가입하는 등 호응을 보였지만, 회사는 지난 7월 있었던 이틀간의 작업거부에 2억 원의 손배가압류를 신청하고 10월에는 간부 11명을 해고했다.
▲ 지난 10월 13일, 여성 조합원이 용역업체 직원에게 구타당해 쓰러져 있는 모습 [출처: 동우화인켐비정규직분회] |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0월 20일부터 공장 앞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회사에서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이 이들을 막고 있어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 동우화인켐 비정규직분회는 지난 10월 13일 있었던 출근투쟁에서 "50여 명의 용역이 조합 간부들을 폭행하고 현장에서 일하다 뛰쳐나온 여성 조합원들에게도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2명의 여성 조합원이 구타당해 실신하고 응급실로 실려가기도 했다.
잦은 가스누출, 벤젠 노말헥산 톨루엔 등 검출 '충격'
최근에는 작업장에서 채취한 가스에서 발암물질인 벤젠, 앉은뱅이병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노말헥산, 독성물질인 트리크로에틸렌과 톨루엔 등이 검출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지난 10월 13일 '크린룸'에서 가스가 누출됐다는 소식을 들은 노조 간부들이 노동부를 닥달한 끝에 현장에 들어가 가스를 채취할 수 있었다. 무려 6시간이 지난 후에 채취한 가스임에도, 이의 분석을 의뢰받은 원진노동환경연구소가 이같은 성분분석 결과를 낸 것. 이는 일반 학교나 가정집보다 2-3배 정도 높은 유해성분이다.
애초에 노조 간부들이 해고된 것도 7월에 발생한 가스누출에 항의하며 작업을 중단했다는 이유인 만큼, 노조 주장대로라면 거의 두 달에 한 번 꼴로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지난 6월에도 노조가 가스누출과 관련해 노동부에 진정을 넣었으나 회사 쪽에서 20억 원을 들여 측정기를 설치하면서 진정 사건이 종료됐다. 그러나 그 측정기는 화재위험 휘발성분만을 잡아줄 뿐, 유독물질과 전혀 상관없는 모델이라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 동우화인켐비정규직분회 조합원들이 공장 앞에서 중식집회를 열고 있다. [출처: 동우화인켐비정규직분회] |
이효진 동우화인켐비정규직분회 교육선전부장은 "가스가 유출되면 매캐한 타는 냄새와 함께 눈앞이 자욱할 정도이고, 눈물과 콧물, 두통이 일어난다"고 전했다. 또 "회사가 설치한 측정기가 유독가스와 상관없다는 것을 노동부도 알고 있으면서 그냥 넘어간 것 같다"는 의혹과 함께 "제대로 된 현장 조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구체적인 검사가 시행돼야 유해정도가 상세히 조사될 것이나, 이미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삼성전자반도체 기흥공장 등에서 노동자 사망 내지 질병을 부른 작업장 내 유해물질 사례가 다른 곳에서도 빈번하다는 결론에 이르면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최대협력업체서 벌어지는 '무노조 삼성'의 노무관리 기술
지난 10월 28일에는 공장 앞 컨테이너 농성장 부근에서 촛불투쟁문화제를 열고 있던 동우화인켐 비정규직분회를 대상으로 몰래 촬영을 하던 회사 노무 관리자들이 발각됐다. 이들의 차량에서는 노조와 간부들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기록한 사찰일지가 발견돼, 노조에 대한 회사의 인식을 짐작케 했다.
노조에 따르면 크린룸 유독가스 성분이 밝혀진 이후에도 회사는 조합원들을 일대일 면담해 노조 탈퇴서를 받아내거나, 탈퇴를 거부한 조합원 2명에 대해 강제 전환배치를 실시했다고 한다. "삼성에 노조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조합원들이 전하는 사측의 탈퇴 강요 이유다. 그러나 익산에 위치한 동우화인켐의 다른 공장에는 한국노총 소속의 노조가 있어, 노동부로부터 '노사문화 우수기업' 상까지 받았다.
▲ 10월 28일 문화제 도중 발견된 회사 노무관리자의 노조 사찰일지 [출처: 동우화인켐비정규직분회] |
더구나 하청업체 중 한 곳인 '신우종합관리'의 사장은 삼성SDI 노무관리자 출신. 이효진 교선부장은 "삼성SDI에서 노조를 만들려 했을 때 사람들을 납치하고 감금했던 바로 그 사람"이라며 "삼성의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너무나 잘 알겠다"고 말했다.
한편, 평택시청 안중출장소 측에서는 임시 노조사무실을 겸하고 있는 공장 앞 컨테이너 농성장을 10월 말 철거 시도한데 이어, 오는 17일 행정대집행(철거)하겠다는 계고장을 보내온 상태다.
이효진 교선부장은 "평택 지역에 농성장이 우리가 처음도 아닌데 컨테이너를 설치한지 4일만에 경찰과 공무원이 들이닥친 건 처음"이라며 "동우화인켐이 평택 지역에선 대기업이라 시청과 경찰 등 여러 군데에 압력을 넣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