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해가 지면 아침을 먹고, 저녁 11~12시 사이에 점심격인 새참을 먹은 후 새벽에 식사시간을 알리는 신호가 오면 저녁식사를 한 후 기도를 하고 해가 떠오르면 잠자리에 들어서 하루 종일 잠을 잔 후, 낮시간에 볼일 있는 사람은 오후 느즈막한 시간에 볼일을 보고 해가지면 다시 식사를 시작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낮시간의 볼일은 하루에 한가지 이상을 처리할 수 없습니다. 이런 방법은 밤새 가족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가정 주부나 직장이 없는 실업자들이 즐기는 방법입니다.
담배를 아주 많이 피우는 한 친구는, 제가 담배를 피울 때 미안해서 그친구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동을 하자 저더러 옆으로 와서 담배를 피워달라가 아예 간청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라도 간접 흡연을 통해서 흡연의 욕구를 충족시켜 보고자 하는 간절함이었습니다.
그런데 새벽에 식사시간을 알려주기 위한 신호가 저처럼 단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곤욕스럽습니다.
새벽 2시반에서 3시 사이에 젊은이들이 북을 치면서 돌아다닙니다. 자고있는 사람들을 깨워야 하기 때문에 소리가 대단히 큰 북을 이용합니다. 한번 잠이들면 어지간한 소음에는 잠이 깨지 않는 저도 이 북소리엔 꼭 잠을 깨고는 합니다. 그러면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식사준비와 먼저 일어난 가족이 다른 가족을 깨우는 소리 등 때문에 다시 잠이 드는데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큰 대도시에서는 모스크에서 마이크로 전하는 기도를 통해서 해지는 시간을 사람들에게 알려주지만, 작은 도시에서는 해지는 순간을 알리는 의식도 정겹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도시의 가장 높은 언덕을 볼 수 있는 규모의 작은 도시나 마을에서는, 시간을 알리는 역할을 맡은 한 사람이 이 해질 무렵에 이 언덕위로 올라갑니다. 그때 쯤이면 주민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서 삼삼오오 집밖으로 나와서 언덕을 쳐다봅니다.
떨어지는 해를 계속 관측하던 이 사람이 해가 지평선 넘어로 막 넘어가는 순간에 허공에 공포탄을 발사해서 해가 졌음을 알리고는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서 집으로 막 달음박질을 칩니다. 그러면 집밖에 나와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각자 집으로 돌아갑니다. 물론 집에는 곧바로 식사를 시작할 수 있는 완벽한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라마단이 반성과 참회의 시간에서 축제로 변질되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몇년 전부터 라마단 기간마다 언론에서 접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일부 도시지역의 상류층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직 라마단은 대단히 의미있는 종교의 성일입니다.
제가 살고있는 집 주인은 집문제로 부동산 회사쪽과 문제가 발생하자, 라마단 기간 중에 화를 내면서 싸울 수 없다면서 단식을 하지 않는 딸을 보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라마단 기간 중에는 화를 내서도 안되고 나쁜 말을 입에 담아서도 안되며, 심지어 나쁜 생각을 하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일주일 여가 지나면 라마단이 끝나고, 이드(혹은 아이드)라고 불리는 축제가 시작됩니다.
이 기간에는 가난한 이웃들을 초대하여 음식을 나누면서 선행을 하는 관습이 있습니다. 벌써부터 여러 친구들로부터 저녁식사 초대를 받아놓은 상황입니다. 혼자사는 불쌍한 외국인에 대한 이들의 선행입니다.
무슬림은 아니지만 모하멧의 은총은 저한테까지 돌아오고 있습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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