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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분회의 똑같지만 다른 하루

기륭전자 노사, 13일 밤새 교섭 이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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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전자 노사의 교섭이 또 다시 열린 13일,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은 투쟁 1,087일 동안 보내왔던 하루하루와 같은 날을, 하지만 조금은 다른 하루를 보냈다. 출근투쟁을 하고, 연대투쟁을 온 사람들을 챙기고, 단식자들의 상태를 살피고, 동조 단식자들과 이야기하고, 밤새 교섭이 이어지고...


박행란 조합원이 농성장 구석에서 “비에 젖은 신발에서 냄새가 나는데도 그냥 두니 참을 수 있어야지”라며 신발을 빨고 있었다. 그리고 조합원들의 흉보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신발을 다 빤 박행란 조합원은 자리를 일어서면서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기륭분회 조합원들은 오후 3시 여의도에 위치한 한나라당사 앞에서 열리는 ‘기륭투쟁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 참석하기 위해 농성장을 나섰다. 약간 늦게 출발해 버스정류장에 급하게 갔지만 여의도를 가는 버스를 바로 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뒤에서 천천히 오던 조합원에게 이미영 조합원이 핀잔을 줬다. 뒤에서 오던 조합원은 짐짓 못들은 척하며 버스정류장 옆에 있던 의류매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의류매장에서 돌아온 조합원은 티셔츠 하나를 만 원에 샀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백화점에서 팔던 이월의류를 싼 값에 사는 ‘쇼핑의 지혜’까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버스를 내려 집회 장소로 걸어가는 길에 드라마 촬영 중인 차량을 만났다. 이들은 신기한 장면을 건진 듯 수다를 떨었다.

작은 일에도 미소를 머금고 행복을 찾는 이들이 어쩌다 1080일이 넘게 싸우게 됐을까.



기륭분회 조합원들이 집회 장소에 도착하니 집회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곧바로 이미영 조합원이 발언을 시작했다.

“한나라당의 본질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단식하고 있는 동지를 살리기 위해 찾아갔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중재한 합의서는 다음 날 기륭자본에 의해 파기됐다. 천일의 투쟁보다 더 길고 힘든 3개월이었다. 조금 있으면 야 3당 여성 국회의원의 중재로 교섭이 시작된다. 중재안 그 어느 것도 우리를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함께 하는 동지들이 있어 싸우고 있다. 단식하는 동지를 살리기 위해, 비정규직이 더 이상 목숨 걸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위해 싸울 것이다”

이미영 조합원은 마이크를 잡으며 눈물을 흘렸고, 기륭분회 조합원들도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훔쳤다. 조금 전 수다를 떨며 웃던 모습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마음이 여려 눈물을 참지 못하는 이들이 어쩌다 1080일이 넘게 싸우게 됐을까.



집회가 끝나기도 전에 이들은 교섭을 위해 노동부 관악지청으로 향했다. 기륭분회 조합원들은 교섭장 옆에 위치한 휴게실에서 대기했다. 금속노조 교섭위원들은 수시로 휴게실을 드나들며 조합원들에게 교섭상황을 보고했다. 기륭분회 조합원들의 질문과 토론이 이어지자 휴게실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교섭위원이 나가고 몇 분이 지나기도 전에 “누가 나를 왕따 시키네”, “시도 때도 없이 방귀를 뀌네”라는 식의 잡담이 이어지며 분위기는 다시 화기애애해졌다.

작은 일에도 행복을 느끼는 이들이 어쩌다 1080일이 넘게 싸우게 됐을까.

기륭분회의 막내인 최은미 조합원의 글이 실린 한 단체 간행물이 휴게실에 전달됐다. 모두의 관심이 최은미 조합원의 글에 집중됐다. 한 조합원이 진지하게 그 책을 집어 들었다. 기륭분회 조합원들은 그 조합원이 책 읽는 모습을 처음 본다고 입을 모았다. 최은미 조합원의 입가에 미소가 돌며 어깨에 힘이 들어 갔다.

작은 일에도 행복을 찾는 이들이 어쩌다 1080일이 넘게 싸우게 됐을까.


촛불문화제를 위해 기륭전자 농성장에 있었던 조합원들이 노동부 관악지청으로 돌아 왔다. 돌아온 조합원들은 ‘82cook.com'에서 밑반찬을 가득 챙겨주었다는 이야기, 누가 와서 악수를 했다는 이야기를 웃음과 함께 도란도란 펼쳐냈다.

작은 일에도 행복을 찾는 이들이 어쩌다 1080일이 넘게 싸우게 됐을까.

한 조합원이 “교섭결과보다 단식하고 있는 동지들이 더 걱정이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교섭이 13일 자정을 넘겨 계속됐다. 기륭분회 조합원들이 지쳤는지 의자에 기대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눈은 감고 있지만 좀처럼 깊게 잠이 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기륭노사 간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팽팽한 의견 차이로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금속노조 교섭위원이 14일 새벽 2시경 교섭을 마치고 기륭분회 조합원이 있는 휴게실로 돌아왔다. 14일 오전 10시에 교섭이 재개된다고 했다. 기륭분회 조합원들은 농성장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이들의 하루가 또 다시 끝이 났다.

투쟁이 쉽지만은 않은 이들이 어쩌다 1080일이 넘게 싸우게 됐을까.
그리고 하루하루가 쉽지 않은 이들에게 내일은 어떤 오늘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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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돈....

    결국 너희들의 목적이 돈이란 거네...
    너희들 위로금 달라고 난리라며..? 그게 아직 타결이 안됐다..? 그렇겠지... 그 목돈을 챙겨야 하는데 ....
    그 긴시간 굶는다고 쑈까지 했는데 그거 관람료라도 받아야 겠지... 여하튼 이나라 노동운동 하는 것들의 현주소를 너희들이 제대로 보여주는 구나.... 더럽고, 추악한 것들...
    것으론 불쌍한 척 온갖 쑈를 다하더니 그래 위로금이냐..?

    얼마나 받고 싶은데...?
    드럽고 추악한 것들의 본모습을 드러내는 구나...
    결국 그럴줄 알았다...

    영어가 되시는 분은 미국 시리우스사에 항의 전화나 메일을 부탁드립니다. 기륭전자는 위성라디오를 시리우스사에 수출합니다..[출처] 기륭전자 교섭 속보 (기륭전자분회) |작성자 최석희

    이게 너희들의 노골적인 추태의 모습이다..
    그래도 수출하나라도 더해서 외화 한푼이라도 벌겠다고 직원들은 밤낮없이 뛰는데 그래 할짓이 없어서 그 회사에 항의전화 하고, 메일테러를 가해서 수출길을 막아달라...?
    하하하하.....

    참 도덕적인 것들이다...
    너희같은 것들은 밥먹을 자격도 없으니 그냥 굶어 .....
    말라 비틀어질때까지 굶어라...
    제발좀 제대로 굶어라... 숨어서 처먹을거 다 처먹지 말고들...

  • 소로로

    '결국 돈'이라니? 결국돈님 그런 얘기야말로 기륭자본에게 해야할 이야기인듯 싶은데요? <수출하나라도 더해서 외화 한푼이라도 벌겠다고 직원들은 밤낮없이 뛰는데> 외화 한푼이라도 더 벌어서 그거 누구 주머니로 들어갑니까? 노동자들 주머니로 10원 한푼이라도 더 들어올 것 같습니까?
    최저임금도 안되는 임금으로 노동자 부려먹고 문자한통으로 해고통보하는게 기륭자본입니다. 기륭전자 조합원들 거기에 맞서 지금까지 1000일이 넘게 싸워온거구요.
    위로금 왜 달라고 하냐구요? 기륭자본이 이리저리 돌려대고 방관하고 공권력으로 탄압하면서 이들의정당한 요구 안들어줬기 때문에 1000일동안 길거리에서 싸워야 했습니다. 거기에 대해 보상하라는 겁니다. 위로금으로 그 상처가 다 보상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것을 보상하라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 소로로

    게다가 이들이 긴 시간 단식하는 것이 '쑈'로 보이시나요? 님 TV광고를 너무 많이 보셨나 보네요. 결국돈님 이렇게 긴 시간을 '쑈'를 위해 단식 할 수 있다면, 한번 해 보십시오. 제가 그 '쑈'에 대한 관람료를 내 드리죠.
    누군가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일에 대해 함부로 말하면 안되죠. 설령 그들과 생각이 다르더라도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자신이 주장하는 바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며 글을 쓰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