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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제위기 어떤 상태인가?

[칼럼] 구조적 위기 또는 심각한 공황으로 이어질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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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국 제 5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몰락할 무렵 신용경색과 경제위기 공포가 최고조에 달했다가, 미 연방준비위원회의(연준) 지원 아래 제이피모건체이스 은행이 베어스턴스를 인수하고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었다. 그래서 대공황 전문가로서 미 연준 의장을 맡고 있는 벤 버냉키는 6월에 "미국 경제의 실질적인 하강 위험이 줄어들었다"고 언급하였고,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신용위기 최악의 상황은 이미 끝났거나 곧 끝날 것"이라 했다.

그러던 것이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민영화되었으나 정부가 일정하게 지원하는, 합해서 모기지 시장의 반 정도를 점유하는 거대 주택금융(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의 부실 소식으로 다시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다. 미 정부는 재무부로 하여금 양 기관에 대한 신용공여한도를 각각 22.5억 달러씩 향후 18개월 동안 증액하고 필요할 경우 양 기관으로 대표되는 정부지원 모기지업체 발행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한을 재무부에 부여하는 법안을 제출하여 의회의 승인을 얻었다(그린스펀은 최근 양 기관의 국유화를 주장하였고, 벤 버냉키도 최후의 카드로 이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은 다시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이렇게 금융시장이 위기감에 휩싸이고 뒤이어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및 유동성 공급과 정부의 경기진작책 및 공적자금 투입 발표가 있으면서 시장이 상대적인 안정을 되찾는 식의 교대가 2007년 중반 비우량(서브프라임)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발발한 이후 1년간 계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미국경제의 이런 불안한 행보에 유가 변수까지 가세하게 되었다.

그러면 미국경제는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는가?
최근 발표된 속보치(나중에 수정될 수 있다)에 따르면 미국경제는 2/4분기에 연율로 환산하여 1.9%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9.2% 증가한 상품 및 서비스 수출(1/4분기에는 5.1% 증가하였다)과 6.7% 증가한 정부지출(1/4분기에는 5.8% 증가하였다)이 이 정도의 성과를 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 그리고 국내총생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도 1.5% 증가하여(1/4분기에는 0.9% 증가하였다) 경제성장률이 더 악화하지 않는 데 기여하였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미 정부가 4월부터 1,680억 불에 이르는 소득세를 환급해 주었고 이것이 소비지출을 어느 정도 늘리는 데 기여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금융시장 주변에서는 2.3% 정도의 성장률을 예측하였는데 이에는 약간 미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1.0%로 발표되었던 1/4분기 경제성장률은 0.9%로 수정되었고, 0.6%로 발표되었던 2007년 4/4분기 성장률은 -0.2%로 수정되어 발표되었다. 대체로 2분기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경우로 정의되는 경기침체가 시작되었는지 아닌지, 시작되었다면 언제 시작되었는지에 대해 그동안 논란이 있었는데 논자에 따라서는 미국의 경기침체의 시작시점을 2007년 4/4분기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다.

그리고 최근 발표한 고용통계를 보면 7월 실업률은 4년 만에 최고치인 5.7%를 기록하였고, 고용규모는 7개월 연속 감소하였다. 4월까지만 해도 실업률은 5%였는데 그 사이 무려 0.7%포인트가 증가한 것이고 6월 실업률 5.5%보다 0.2%포인트가 상승한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은 경착륙이나 공황을 이야기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불안불안하게 금융위기 상황을 헤쳐 나오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 미국경제는 앞으로도 약간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우선 주택가격 하락이 얼마나 더, 언제까지 하락할 것인가에 달려 있어 보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불거진 미국경제의 위기적 양상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부실에서 시작하였다. 신용이 썩 좋지 않은 사람들이 모기지 은행에서 주택 자금 대출을 받아 주택을 샀는데(사실 이런 연유로 주택가격이 계속 오르고 주택부문의 성장도 과도하게 진행되었다. 즉 주택시장에 커다란 거품이 형성된 것이다), 이자부담이 늘고 소득이 감소하자 이들 중에 그 원리금을 제 때에 상환하지 못한 주택구매자들이 많아졌다.(이자부담이 왜 늘어났는가?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부분에서의 거품붕괴를 막기 위해 대폭 낮아진 기준금리는 2004년부터 오르기 시작했고, 많은 모기지들이 초기 2-3년은 낮은 이자율, 이후 7-8년은 높은 이자율을 지불하는데 2000년대 초중반 급격히 늘어난 서브 프라임 모기지들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높은 금리를 지불해야 했다. 소득은 왜 감소하였는가? 자동차 공업 부진 등으로 이들 지역의 실업이 늘어났고 당연히 소득이 감소하였다.)

모기지 은행에서 다른 금융기관으로 넘겨진 주택대출자산을 근거로 하여 채권(MBS, ABS)과 이보다 더 복잡한 채권들(CDO)이 발행되었는데(주택대출자산의 유동화) 이들의 가격이 하락하고, 이런 채권들을 보유한 각종 금융기관들(투자은행, 헤지펀드, 상업은행 등)이 부실해졌다. 물론 원리금을 못 갚은 주택소유자들의 주택은 값싸게 처분되고 주택가격은 하락하였다.

사실 주택가격이 오르고 있을 때에는, 원리금을 갚지 못할 사람들이 오른 주택가격에 기초해 다시 대출을 받아 문제를 연기할 수도 있었고 받은 현금을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일단 주택가격이 내리기 시작하면 이것이 불가능하게 되고 하락한 주택가격은 대출금에 미달해 주택을 팔아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게 되어, 연체율은 더욱 높아지게 되고 결국 주택은 금융기관으로 넘어가 처분된다. 즉 연체는 주택가격 하락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해 연체가 늘어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건설 축소 및 해당부문에서의 생산 및 소득의 감소, 금융기관의 부실 및 해당부분의 손실 확대, 신용경색으로 인한 금리상승과 이로 인한 소비 및 투자 축소나 주식시장의 부진, 그리고 이로 인한 소비 축소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주택가격 하락은 현재의 위기의 크기나 깊이의 척도가 된다.

주택가격은 이전 최고치에서 30% 내외의 하락이 있을 것이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대도시 20개 지역의 주택가격을 재는 케이스쉴러지수(S&P/Case Shiller Home Price Indices)로는 지난 5월까지 최고치 대비 20% 약간 못 미치는 주택가격 하락이 있었다. 금융시장이 약간 안정을 찾은 시기여서인지 몰라도 5월의 주택가격 하락은 전월 대비 0.9%가 하락하여 약 2%가 하락했던 3월, 4월에 비하면 약간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앞으로도 10% 이상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이다. 그리고 그 하락은 2009년까지 계속될 것이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보유자산의 상각을 계속 해나가고 있고, 딱히 영업상황도 개선될 기미가 없는 메릴린치나 리먼브라더스같은 미국 3, 4위 투자은행의 경우 베어스턴스의 길을 뒤따르지 말란 법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상업은행 4위 와코비아나 심지어는 자산규모 기준 1위 씨티은행의 안전한 운행도 장담할 수 없다. 이것은 이번 금융위기의 규모나 파장을 가장 정확히 예측하고 있어 이름을 드높인 뉴욕대학의 루비니 교수의 진단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루비니 교수는 8,500개 대소규모의 은행 중 8% 정도가 파산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파산한 은행 예금 중 개인당 1억 한도 안에서는 보장을 해 주어야 할 책임이 있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앞에서 이야기한 패니메이나 프레디맥의 재국유화 가능성도 있고, 쓰러진 거대은행들에도 직간접적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될 것이어서 미 정부의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부실의 사회화’).

미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주택시장 거품문제만은 아니다. 지금껏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해 오고 있던 3대 미 자동차업체(지엠, 포드, 크라이슬러)는 또다시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고 빈사상태에 놓여 있다. 고유가는 자동차 업계 전체를 위기에 몰아넣고 있는데 이들 업체는 픽업트럭, SUV, 대형차 등 고유가에 특히 취약한 차들을 생산해 와 그 타격이 특별히 크다. 미국자본주의가 세계헤게모니로 등장한 데는 자동차산업의 발전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는데 이들 업체들의 부진은 매우 상징적이라 하겠다.

미국경제의 앞날에 또 다른 변수는 미국을 제외한 세계 다른 국가나 지역의 경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경제와 여타 경제는 상호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표에 따르면 유럽연합, 일본, 영국 등 거대경제권의 성장이 매우 미약하다. 몇몇 나라는 경기침체에 들어갈 가능성도 농후하다.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의 주택시장 거품도 붕괴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2008년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였고 2분기도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이 되고 있어 경기침체에 들어섰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호주, 남아공 경제상황도 좋지 않다. 중국, 베트남, 인도는 주가가 폭락하고 있으며, 베트남, 인도, 필리핀 등은 대외 불안 요소를 가지고 있다. 즉 세계 다른 많은 지역이나 국가의 경제도 거품붕괴나 부진한 성장, 혹은 대외 경제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최근 미국경제의 성장을 그나마 지탱해 준 수출도 부진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이들 지역이나 국가들의 미국 내 투자자산에 대한 환수 가능성도 없지 않다.

2009년 혹은 2010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미국의 금융위기의 양상은 거대금융기관의 부실, 거대 자동차업체나 항공업체의 부실, 세계 여타지역의 경제위기나 개도국의 외환위기 등으로 인해 앞으로도 위기와 상대적 안정이 교차되는 싸이클을 지속할 것이다. 이런 와중에 기존 제도들이 위기의 부담을 감당해내지 못하고 무너져 위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를 경험할 수도 있어 보인다. 이는 당연히 구조적 위기 내지 심각한 공황으로 이어질 것이다.

설사 공황까지는 가지 않을지라도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부실의 사회화와 이로 인한 재정적자 심화 등으로 미국경제는 최소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어떤 양상이든 임금억제, 실업률 및 비정규-단시간 노동의 증가, 물가인상 등으로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과 노동권은 심각히 훼손될 것이다.

이윤율 추이를 통해 본 미국경제 위기
이윤율 추이를 소묘해 보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하자. 이윤율 대용으로 비금융법인자본 수익률(이윤과 이자 등의 자본소득 ÷ 생산 자산[=고정자산+재고자산])을 이용하자.


미국경제의 이윤율은 65년까지 상승을 하다가 1982년까지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그 사이 작은 등락들이 있는데 새로운 정점들은 그 이전 정점들에 비해 더 낮고 새로운 저점들은 그 이전 저점들에 비해 더 낮다. 그리고 1997년까지 이윤율은 완만한 기울기로 다시 상승하다가 97년 이후 2007년까지는 이윤율이 다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82년부터 97년까지 작은 등락들의 정점들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고 97년 이후의 새로운 정점인 2004년의 정점은 97년보다는 낮다.

한편 82년 이후 가장 높은 이윤율을 보이고 있는 97년의 이윤율도 65년의 이윤율에 비하면 70% 정도에 불과하다. 윤소영(『이윤율의 경제학과 신자유주의 비판』, 2002)에 따르면 미국경제는 69-70년 순환적 위기, 73-75년 구조적 위기, 80년 순환적 위기, 81-82년 구조적 위기, 90-91년 순환적 위기를 경험한다. 구조적 위기란 이윤율 추세선이 하락하는 가운데 이윤율이 급격히 하락할 때 발생하는데 이는 공황으로 연결된다.

널리 알려진 대로 미국자본주의는 70년대 중반 징후적 위기가 발생한다. 이를 계기로 하여 미국자본주의는 성장기에서 불황기로 진입한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이익을 향유하면서 5-60년대 황금기에는 현저히 미달하지만 일정한 호황을 구가한다. 90-91년 순환적 위기를 한차례 겪었을 뿐 97년까지 이윤율이 추세적으로 상승한다. 이윤율이 상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제국주의 그룹들 중 최정점에 위치하면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편익의 대부분을 영유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국내 노동자의 노동권과 개도국의 발전의 권리가 희생되었다. 97년 이후 이윤율은 다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미국자본의 해외부문으로부터의 수익률은 아직도 증가하거나 유지되고 있는 반면에 국내에서의 수익률이 감소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97년 이후를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후반부라 일컬을 만하다.

이런 설명 틀에서라면 2001년의 위기는 구조적 위기라 할 수 있을 것이고, 2009년 혹은 201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이 되는 현재의 금융위기의 결과는 2001년 위기를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윤율도 2001년의 이윤율보다 더 낮아질 것이다.

윤소영(『마르크스의 경제학비판』, 2005)은 미국자본주의의 최종적 위기를 2010년대로 예상하고 있는데, 2009년 혹은 2010년 이후 또 다른 회복국면이 있을지라도 이때의 이윤율은 2004년의 이윤율보다 더 낮을 것이고 이 정점 이후 이윤율 하락은 81-2년의 수준을 하회할 것이다. 미국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동권과 공적자금 투입기관들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둘러싼 투쟁을 완강하게 전개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말

박하순 님은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소장으로, 사회진보연대 공동운영위원장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