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기자들 없다고 경찰 폭력이 가려지는 시대는 지났다

[기자의 눈] 이명박은 디지털 세대 못 이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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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세대라고 이름 붙일 필요는 없다. 다만,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 반대 촛불을 든 사람들이 디지털에 매우 익숙한 사람들인 것은 확실하다. 이들은 행진 하다 경찰이 조금만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모두 손에 핸드폰과 조그만 디카를 들고 녹화버튼을 누를 태세를 하고 있다. ‘그래 하나만 제대로 걸려봐라.’ 이런 표정들이다. 촛불처럼 이글거리지는 않지만, 이들의 핸드폰 액정화면 빛은 21세기형 민주주의의 무기이다.

이들이 든 조그만 핸드폰과 카메라에 찍힌 영상과 사진은 더 많은 사람이 자신과 함께 분노하고, 느낄 수 있는 수단이다. 어떤 이는 아예 노트북을 들고 나와 노트북용 캠코더로 생중계를 한다. 일반인이다 보니 노트북 밧데리도 부족하고 혼자서 이리 왔다가 저리 갔다 하면서도 그 표정만큼은 9시 뉴스 생중계 현장보다 진지하고 열정적이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노력은 밤새 이어진다.

이렇게 재기 발랄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을 이명박식 독재는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이미 90년대 초에 사라진 구호가 지난 24일 밤에 되살아났다. “독재타도”, “평화시위 보장하라” 그리고 임을 위한 행진곡. 촛불집회에 나온 이들은 이전의 운동권들의 투쟁가는 잘 모른다. 그래서 대충 알 만한 노래를 누군가가 선창하면 그냥 따라 부른다. 아리랑도 부르고, 월드컵에 외쳤던 대~한민국도 외치고, 애국가도 부른다. 그리고 임을 위한 행진곡도 부른다. 운동권들의 투쟁가가 아니면 어떠하리. 이미 이 노래들은 투쟁의 현장에서 투쟁가가 되어 버린 듯하다.

언론을 주무르면 여론이 좋아질 거라는 생각을 버려야

그리고 이들은 끈질겼다. 설마 밤새 촛불을 들고 그 자리를 지킬 줄 누가 알았겠는가? 물대포를 쏘고 방패를 휘둘러도 그/녀들은 밤새 그 자리를 지켰고 이명박 대통령의 독재를 알려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경찰이 쓸어버린 그 자리에 사람들은 첫차를 타고 모이기 시작했다. 밤새 인터넷을 보고 괴로워하다 시대의 양심이 되어 그 새벽에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사랑한다 시위대”하며 나타난 이들이야말로 희망의 시작이 되었다.

다음날(26일) 자정이 넘은 시각, 대부분의 기자가 빠진 시각이었다. 경찰은 신촌에서 500여 명의 평화로운 시위대를 덮쳤다. 악명 높은 서울 시경 1기동대도 출동했다. 경찰은 갖은 폭력으로 행진하던 시민들을 진압하고 50여 명을 연행했다. 그들은 거리를 돌며 평화적으로 구호를 외쳤을 뿐이다.

그러나 기자들이 없다고 해서 경찰의 폭력이 가려진 시대는 지났다. 이미 많은 네티즌들은 경찰의 진압을 문자와 핸드폰, 노트북 등 갖은 수단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봤고 연행된 사람들을 격려하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가 가장 오판한 것은 이것이다. 과거처럼 주류 언론이 없을 때 폭력 진압을 하고 시치미 떼면 될 거라는 생각이다. 즉 언론을 주무르면 여론이 좋아 질 것이라는 20세기적 판단이 불러온 치명적 오류다.

이명박 정부의 폭력진압 소식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온 동네 네트워크에 퍼지기 시작했다. 경찰은 결국 또 악수를 둔 것이다. 가만 놔뒀으면 평화롭게 행진하다 자진해산 했을 그 사람들을 때려서 검거함으로써 이제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에 불을 붙인 격이다.

폭력진압으로 인해 촛불을 든 사람들이 잠시 흩어졌지만, 비밀번호를 몰라 컴퓨터를 켜지 못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이들을 결코 막지 못할 것이다. 촛불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뛰는 2메가 위를 나는 2기가 세대들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번이라도 그/녀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논쟁하고 토론하고 그것을 자신의 노트북으로 생중계하는 자유발언 자리에 와보기를 바란다. 당신은 결코 이들을 이길 수 없음을 단 30분 만에 깨달을 것이다.
  • 마야

    죽어가는 민주주의의 부활을 위해 오늘 저녁 7시 청계천에서 다시 모여 함께 항의합시다!

  • 서현우

    반대합니다

  • 민주주의만세

    지키자 민주주의, 이제는 미친소만의 문제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