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가 밝힌 철도공사와의 그간 교섭 진행경과에 따르면, 승무원 80명을 역무계약직으로 채용키로 잠정합의했으나 철도공사가 합의서 서명을 미루고 있다는 것. 철도노조는 "80명을 역무계약직으로 채용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한 것이 12월 14일인데 철도공사가 서명일정을 계속 늦추다가 24일 태도가 돌변해 부득이하게 단식농성까지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 KTX-새마을호 승무원들은 "철도공사의 의견을 반영해 '역무계약직'으로 잠정합의했으나 공사가 이마저 거부하려 한다"며 27일 '연내해결'을 주장하는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
KTX-새마을호 승무원들은 그간 '철도공사 직접고용 원직복직', 즉 정규직 승무원을 원해 왔다. 그러다 지난 11월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하자 장고 끝에 철도공사의 방침인 '역무계약직'을 받아들였다. KTX-새마을호 승무원들은 "원래 승무원으로 계속 근무할 수 있기를 희망했지만 너무도 힘든 현실을 알게 됐다"면서 "모든 비판과 비난을 감수하고 이철 사장의 방침(역무계약직)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눈물을 머금고 '정규직화' 굽혔지만... 계약직마저 불투명"
그러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작성한 잠정합의서조차 이행되지 않을 처지에 놓였다. 철도노조는 "철도공사가 여러 차례에 걸쳐 역무계약직 채용을 언급하고, 파업 철회 직전까지 계속 이같은 내용을 주장하더니 이제 와서 공사의 주장이 반영된 잠정합의서를 휴지조각으로 만들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새마을호 승무원 김정옥 씨는 "그래도 내년부터는 다시 일할 수 있을 거란 희망으로 한두달을 지냈는데, 황당하게도 이철 사장의 고집으로 그럴 수 없게 됐다"며 "시간의 흐름 앞에 사측과 타협한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지만, (승무원 복직)주장을 굽히고 역무계약직을 선택했는데 이철 사장이 이제 와서 이마저 틀어버리니 너무나 황당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KTX승무원 강유선 씨의 어머니는 "우리 애들은 변한 것이 없는데 이철 사장은 아침저녁으로 말이 바뀌는 사람"이라 비판하면서 "스스로 '역무계약직으로 가라'고 말해놓고 이제 와서 이럴 수가 있나, 너무나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기 종료일을 하루 앞두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엄길용 철도노조 위원장은 "(승무원)부모님들께 면목이 없다"면서 "제 임기 안에 이철 사장을 쫓아내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원직복직 정규직화로 마무리하지는 못했지만 어떤 자리에서도 해결될 때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였던 승무원 문제가 다시 갈등으로 치닫자 철도공사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조 안팎에서는 철도공사의 이번 잠정합의가 대선 기간을 조용히 넘기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KTX승무원들은 지난해 서울시장 후보 선거캠프 등에서 기습 점거농성을 진행해 사회적인 이슈를 만들기도 했었다.
철도공사, "불법파업에 특혜 줄 순 없다"
철도공사가 12월 14일에 잠정합의서를 쓴 후에도 서명을 몇 차례 연기하다가 대선이 끝나고 난 후 '재검토'를 통보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제기다. 또한 지난 11월 파업을 철회한 바 있는 현 엄길용 철도노조 집행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공사로서는 신임 집행부와 좀더 유리한 방향으로의 재협상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철도공사는 승무원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한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잠정합의 후 태도 돌변'이라는 승무원들의 주장은 공사의 공식입장이 아닌 실무자 차원의 논의를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한 것"이라 일축하며 "공사의 방침을 거부해 온 승무원들을 직접고용할 경우, 불법파업을 했다고 특혜를 주는 모양새가 되어 역차별 소지가 있고 이로 인해 내부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고 항변했다.
철도공사는 "역무원 채용을 검토하고는 있으나, 현재 계열사에서 일하고 있는 승무원들(과의 형평성)을 감안해 차별없는 균등 기회보장 차원의 해결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