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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이주민의 날 “거꾸로 가는 한국정부”비난

전날 단속에도 200여명 이주노동자 집회에 참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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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이주민의 날(12월 18일)을 앞두고 이주노동자 200여명을 포함한 700여명이 12월 9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모였다. 그러나 여기에 모인 참가자들은 세계 이주민의 날을 기뻐할 수도, 축하할 수도 없었다.

지난 26일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만으로 구성된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 지도부 3인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같은 시각 단속이 되면서, 3명의 지도부를 한꺼번에 잃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는 그 동안 인권유린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단속’을 강화하는 법안을 입법예고 하고 있다. 출입국관리법개정안에 따르면 출입국 단속반원들은 ‘의심’ 만으로도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검문과 사업장 조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대해 이주노조를 비롯한 인권 단체들은 “인간사냥에 날개를 달아주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2007 세계이주민의 날 기념집회-단속추방중단! 출입국관리법개악저지! 이주노조 표적탄압 분쇄를 위한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마로니에 공원에 모인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의 열기는 뜨거웠다.

현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소부르 이주노조 조합원은 농성을 시작한 후 “이주노동자들의 항의를 잘 보여주지 못했는데, 오늘은 강력하게 항의를 하기 위해서 여기에 왔다”고 이번 집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주노동자 정책 잘되고 있다’ 선전은 거짓말”

경기북부 지역에서 참가한 마문 이주노조 조합원은 “이주노조가 탄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보조금을 받고 있는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들에서는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에게 비자를 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세계이주민의 날 행사 홍보를 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마문 조합원은 “센터들이 사실을 숨기고 있다. 우리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리고 항의를 하기 위해서 모였다”고 설명했다.

집회에 참가한 이쇼르 경기북부 지부장은 “집회가 열리기 전 날인 8일 경기도 일대에서 단속이 진행되었고, 집회가 진행되는 아침까지도 단속이 진행되어 많이 참가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참가했다”며 이후 투쟁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농성단에 따르면 8일 오산지역에서만 단속으로 40명이 잡혀갔다.

대회가 시작된 후 단상에 오른 농성단은 집회 참가자들의 열띤 지지를 받았다. 농성단을 대표해 발언에 나선 토르나 이주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100만 외국인시대라고 말하면서 한쪽에서는 탄압하고 있다”며 한국정부의 이중적인 외국인 정책을 꼬집었다. 아울러 한국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함께해야만 이런 한국정부의 정책을 바꾸어 낼 수 있다며 연대를 호소했다.

이번 집회에는 이주노조 뿐만 아니라 필리핀 이주노동자 공동체 카사마코가 무대에서 인터내셔널가를 부르고, 민주화 투쟁을 하고 있는 버마국민운동촉진위원회에서도 무대에 직접올라 발언을 하기도 했다.

청주 보호소 까지만 위원장, “내가 다섯 번째 보호소 전화발언”

집회가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청주 보호소에 구금되어 있는 까지만 이주노조 위원장과 전화가 연결되자 대오에서는 환성이 터졌다.

까지만 위원장은 “보호소에서 전화 발언이 (본인을 포함해) 다섯 번째”라며 어려운 이주노동자운동의 현실을 지적했다. 2004년 써멀 명동 농성단 대표와 안와르 전 이주노조 위원장도 “표적단속”으로 연행되어 보호소에 구금된 바 있으며, 전화로 항의집회 연설을 한 바 있다.

까지만 위원장은 “추방당하는 것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20년 가까이 이주노동자가 노동하고 있지만 정부는 꼼짝하지 않고 있고, 인권유린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 이주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면 탄압하고 있다”고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까지만 위원장은 “우리가 조금만 앞서 나가서, 스스로 단결해서 거리에 나가 투쟁하자”며 집회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웠다.

집회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일반적인 한국시민들의 이주민에 대한 인식은 지난 10여년간 크게 발전해왔다. 하지만 한국정부의 이주민 정책은 최근 거꾸로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이주노조 지도자 3인 석방, 단속중단, 출입국 관리법 개악 중단 등 우리의 요구가 관철 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후 4시를 조금 지난 시각 집회를 마친 700여명의 대오는 현재 농성을 진행중에 있는 기독교회관을 거쳐 명동성당까지 행진한 후 집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