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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5~8호선, 출근길 시민 대상 ‘비밀 무인운전’ 실험

문에 끼이는 등 민원 쇄도, “기관사 정신건강 대책커녕 시민들까지 위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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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철도공사 비밀실험에 출근길 시민들은 실험쥐?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지난 26일, 27일 출근시간에 지하철 무인운전 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무인운전은 기관사가 탑승해 있긴 하지만 출입문 개폐와 열차출발 등 모든 단계를 열차가 알아서 하는 것으로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출근길 시민들에게 어떤 공지도 없이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26일에는 6호선, 27일에는 5,7,8호선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무인운전 실험에서는 전 호선에서 출입문에 승객이 끼이고, 일부구간에서는 터널에서 멈추기도 했으며, 열차 도착 후 문이 열리지 않거나 15초만 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은 전했다. 결국 사고방지를 위해 탑승한 기관사가 판단해 혼잡한 역에서는 무인운전 모드를 설정하지 않거나 아예 취소하고 운행하기도 했다.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도시철도공사, 1인 승무 위험성 지적에 기관사 아예 없애기?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은 29일과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이영순 의원은 “도시철도 측은 이 같은 일을 저지르면서도 시민들에게 사전에 어떤 고지도 없었고 실험결과 또한 쉬쉬하고 있다”라고 폭로하고, “서울도시철도공사의 무인운전이라는 극단적인 실험은 최근 발표된 도시철도노동자의 임시건강검진 결과에 의해 1인 승무를 계속 고집할 수 없을 만큼 궁지에 몰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카톨릭대 성모병원 산업의학과가 도시철도 기관사 83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도시철도 기관사들은 일반인에 비해 7배나 많은 수가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으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4배, 우울증은 2배나 많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영순 의원은 “도시철도공사는 이 결과를 수용하고 위기와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실시해 기관사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마련에 고심해야 할 시점이었다”라며 “그러나 공사 측은 대책은커녕 무인운전 실험이라는 엉뚱한 행동으로 시민들을 커다란 위험에 빠뜨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시철도공사 측 이상한 답변에, 거짓말 까지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은 실험 이유에 대해 “이영순 의원실에서 1인 승무시 기관사 졸도 시 대책을 요구해 이에 대한 대책으로 무인운전을 제시하기 위해 실험을 했다”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영순 의원은 “어처구니없다”라며 “시민의 안전이라는 정당한 지적에 맞대응하기 위해,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이런 무모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이영순 의원에 따르면 국정감사에서 음성직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은 무인운전 실험에 대해 “자동모드 운전이었다”, 실험 보고서에 대해서는 “보고서가 없다”고 말하는 등 거짓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순 의원은 “도시철도공사 사장은 국정감사장에서 거짓 증언을 일삼으면서 그 자리에 있는 건교위 소속 국회의원은 물론, 시민 모두를 속였다”라며 “거짓증언은 국회법에 의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 중죄”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에서는 무인운전 실험 결과가 시민안전을 담보할 수 없음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구에서는 오는 2014년 개통될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무인자동으로 운행될 예정이다. 대구시는 29일, 도시철도 3호선 설계 중간보고회를 갖고 무인운전 계획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