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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민주화를 목 놓아 외치다

버마 대사관 앞 200여명 인간 띠잇기 시도...경찰 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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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마지막 날 빨간 셔츠를 입고, 머리에도 빨간색 머리띠를 두른 버마 민주화 운동가와 이주노동자들이 한남동 버마 대사관 앞에 섰다. 계속되는 군부의 시위 진압과 학살에 항의하고, 퇴진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가슴에는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사진이 담긴 배지를 달았다.

이들이 미얀마 대사관 앞에 모이기로 결정한 것은 전날 광화문에서 진행된 촛불집회에서다. 대다수가 이주노동자들인 버마 인들이 그나마 모일 수 있는 시간이 일요일이어서 급하게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다음 날 아침까지 불과 몇 시간이 남지 않았지만, 일요일 아침 11시 버마 대사관 앞에는 200여명의 버마 민주화 운동가 및 한국의 연대 단위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이 인간 띠잇기를 하기 위해 한남 초등학교 앞에 있는 버마 대사관 앞으로 올라가려고 하자 전경이 둘러쌌다. 어쩔 수 없이 이들은 ‘한국’의 전경들에게 둘러싸인 채 본국 대사관 앞 약 50미터 못 간지점에서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이정원 기자

  이정원 기자

  이정원 기자

이날 인간 띠잇기를 위해 버마 대사관 앞에 온 윈 민씨는 본국에서 “시위를 시작할 때부터 많은 활동가, 학생, 스님, 양심적 사람들이 탄압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버마 인들이 참을 수 없어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라고 참가이유를 밝혔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버마에서 희생당했던 가족과 같은 마음 아니 그 이상의 마음”이라고 심정했다.

이 자리에 모였던 버마 활동가는 전경들에게 둘러싸인 채 준비해 온 결의문을 읽기 시작했다. 결의문을 낭독한 버마 활동가는 “독재를 끝내야 한다. 슬프고 충격적인 상태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한국에 있는 버마 인들의 마음을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가 원하는 정부가 일어나야 한다. 국내에 있는 버마 인들과 한 마음으로 싸워나갈 것이다. 군사독재 정부가 죽어나갈 날이 멀지 않았다”고 싸움의 결의를 다졌다.

이어 버마 군부 독재가 사용해왔던 국기를 태웠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원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나왔다. 삭발식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세 명이 삭발식을 진행하자 주변에서는 88년 투쟁당시 불렀던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정원 기자

대사관 아래에서 삭발식이 진행되는 동안, 버마 활동가들은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자신의 출신 국가 대사관 앞에 허용되었던 것이 1인 시위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삭발식이 끝나자 버마 국민운동촉진위원회 소속의 소모띠 씨가 나와 발언을 이었다. 소모띠 씨는 “한국이 아직까지 제제를 취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버마에서 무기공장을 하고 있는 대우 인터내셔널이 있다. 여기서 뜨끈하게 나오는 총알들이 국민들의 가슴에 박히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죽어야만 조치를 취할 것인가?”라고 한국 정부를 비난했다.

소모띠 씨는 이 자리에 모인 한국의 활동가들에게도 “여러분이 여기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국민들을 총으로 쏜다고 해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 기업, 대우 인터내셔널이 사업을 중단하고, 한국기업들이 (버마에서) 중단할 수 있도록 함께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정원 기자

  이정원 기자

대사관 앞에 모인 대오는 “우리는 승리한다. 군사 독재 물러가라. 단결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때로는 북을 치며 88년 민주화 운동당시 불렀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대오는 ‘이 세상 끝까지 이 군사정부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비장한 노래를 부르며 대사관 앞 항의행동을 마무리했다.

10월 2일에도 버마 대사관 앞에서는 ‘버마민주화운동탄압규탄긴급행동(가)’의 주최로 기자회견이 진행된다. 아울러 매일 광화문에서는 사진전과 촛불집회가 진행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