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하는 국가나 경제권의 경제가 성장 또는 회복을 하고 있어서 세계경제 전망은 매우 밝고 한국경제도 ‘회복경로를 밟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즉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로 전 세계 증권시장이 폭락을 하면서,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현재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져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하반기 성장전망을 낮추려 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지난 토요일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재할인율 인하로 미국과 유럽 증권시장이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증권시장의 폭락분위기가 약간 진정되었다고 하나 문제의 성격상 그렇게 단기간에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시작된 세계 금융시장의 동요는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경제에 경제위기가 또다시 찾아올 것인가?
이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한국경제 상태가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를 우선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한국경제는 아이엠에프 위기 이후 그리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최근 몇 년동안 3-5% 대에 머물렀다. 국민총소득(GNI) 성장률은 이보다 2-3% 포인트 더 낮았다. 한국경제가 만들어내 수출하는 재화(예를 들어 반도체)의 가격은 하락하고 외국에서 수입하는 재화(예를 들어 원유)의 가격은 상승해 국민들의 실질 소득은 국내총생산 성장률보다 더 낮아진 것이다. 국민총소득 성장률이 국내총생산 증가율보다 낮은 또 하나의 이유는 한국인의 대외투자로부터 얻는 소득에 비해 국내에서의 외국인투자(약 반 정도가 미국계 자본이다)가 얻는 소득이 더 크기 때문이다. 사실 이것은 경제통계에 정확히 계상이 되지 않고 있는데, 외국인투자의 미배당 이익이 제대로 반영이 된다면 국민총소득 증가율 통계치는 더 낮아질 것이다. 또한 경기순환주기가 2년 정도로 짧아졌고 그래서 반짝 1년 정도 경기가 좋아지는가 싶으면 이내 다시 나빠지곤 한다.
마르크스 말대로 경제위기 혹은 공황의 궁극적 원인은 이윤율 저하인데, 현재의 상태와 앞으로의 전망을 위해서도 <그림1>의 그래프를 보면서 이야기를 해 보자. 매출액영업이익률에 유형자산회전률(=매출액/유형자산)을 곱해 계산한 제조업 유형자산영업이익률을 이윤율 대용으로 사용하자. 반도체 가격 변화의 영향이 커 보이지만 한국경제의 대략의 추세는 알 수 있다.
79-80년 경제위기로 낮아졌을 이익률은 3저호황이 시작된 해인 86년까지 일정하게 회복한다. 그 이후 89년, 92-93년, 96년, 98-99년, 2001년 저점을 형성한다. 최근년에는 2004년 이익률이 최고점에 이르렀다가 2005년 2006년 연속 하락하고 있다. 2004년의 높은 이익률과 96년과 2006년의 낮은 이익률은 반도체 가격 상승과 하락으로 경기상황에 비해 과도하게 높아지고 낮아진 것으로 추측이 된다.
그 와중에 한국경제는 97-98년에는 구조적 경제위기와 89-90년, 92년, 2001년의 경기후퇴(순환적 위기)를 경험하고 2002년 이후에는 짧은 경기순환을 반복한다. 2007년 2/4분기에는 전기 대비 성장률이 약간 높아졌는데 앞서 이야기한 한국은행의 ‘국내외경제동향’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이윤율 추세선(들쭉날쭉한 실제 이윤율궤도를 평활하게 만든 가상의 선)이 하락하면서 이윤율이 급격히 하락할 때 구조적 위기가 발생하는데 그래프에는 나타나지 않은 79-80년과 97-98년의 경우가 그것인데, 97-98년엔 외환위기 금융위기까지 겹쳤다.
결론적으로 노무현정부의 자랑과는 달리 성장률로 본 한국경제의 상태는 썩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2007년 상반기 영업이익 상황은 2006년에 비해 그리 개선되고 있지 않은데, 최근의 짧아진 경기순환 주기를 생각한다면 외부 여건의 변화에 따라서는 한국경제는 언제든지 경기후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 하겠다. 따라서 최근의 세계금융시장의 동요에 따라서는 2/4분기 성장세가 이어지지 않고 한국경제에 또다시 경기후퇴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그 강도에 따라서는 당장은 아닐지라도 이윤율이 급격히 저하하여 구조적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투기자본의 유출입으로 인한 환률변동성을 가늠해 보기 위해 외채통계와 순국제투자잔액통계를 알아보자.
2007년 1/4분기 대외채무, 즉 외채는 약 2,861억(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3/4분기에 1,774억 달러였다), 대외채권은 약 3,789억 달러였고 이 둘의 차이인 순채권은 약 928억 달러이다. 순채권 규모는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4/4분기에 -681억 달러였다가 2006년 1/4분기에 약 1,211억 달러로 최고규모를 나타냈다가 그 이후에 급격히 줄고 있는 것이다. 1/4분기 이후에도 대외채권 증가규모보다 대외채무 증가규모가 더 커서 순채권 규모는 현재 약 7-800억불 대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외채무에서는 단기외채는 2007년 1/4분기에 1,297억불(외환위기 직전 1997년 2/4분기에 약 837억불이었다)이고 총외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1/4분기에 45.3%에 이르렀는데 이 또한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한 비율이다.
대외채무과 대외채권에다 지분성 직접투자와 주식투자를 포함한 더 포괄적인 범주인 대외투자잔액과 외국인투자잔액과 그 차이를 나타내는 순국제투자잔액(2001년부터 통계가 작성되고 있는데, 이 액수가 마이너스인 미국에서는 이것을 외채라고 하기도 한다)은 2001년 4/4분기에 약 - 638억이었다가 2007년 1/4분기에는 - 2,092억 불에 이르렀다. 이 순국제투자잔액의 마이너스 규모도 계속 급증하고 있는데 미국식으로 치면 외채가 엄청나게 늘고 있는 것이다.
순국제투자 마이너스 규모가 이렇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원화가치의 상승과 외국인투자에서의 엄청난 이윤 및 국내 주식시장의 급등 등에 그 원인이 있다. 최근 주식시장 폭락 와중에서 외국인들의 철수로 인해 엔화와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급격히 하락한 바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동요가 계속된다면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도 지속될 것이다. 이는 외채규모 증대 및 순채권규모의 축소와 순국제투자잔액의 마이너스 규모 증대와 관련이 있다 하겠다.
그러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시작된 최근의 세계 금융시장의 동요와 그것이 미국 및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간단히 알아보기로 하자.
미국의 CEPR(경제정책연구센타)의 딘 베이커는 주택시장 거품이 주택건설 감소라는 직접적 효과와 주택거품붕괴 및 주식시장 하락으로 인한 소비축소 효과(‘역자산효과’)를 더하면 국내총생산 감소 누적효과가 최저 3.1%에서 최고 7%에 이를 것이라고 추계하고 있다. 2006년부터 주택건설 감소의 효과가 약 국내총생산 1% 정도 발생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앞으로 국내총생산이 2.1%에서 6% 정도 추가로 감소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효과가 2년 정도에 걸쳐 발생하고 통상적으로 미국경제성장률을 3% 정도로 상정한다면 앞으로도 1년 또는 2년 제로 성장에 가까운 성장을 한다는 것이고, 만약 이 효과가 급격히 발생한다면 심각한 마이너스 성장이 나타날 것이고 3-4년에 걸쳐 나타난다면 1-2%의 낮은 성장이 지루하게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이 정도만 해도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에는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베이커는 주택시장 거품 붕괴로 인한 금융기관의 파산 및 이로 인한 금융위기는 별로 고려를 하지 않은 것 같다. 주택시장 거품붕괴가 심각하면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금융기관이나 몇 개의 헤지펀드 파산으로 그치지 않고 대형 은행들도 부실화할 수 있다. 이로 인한 금융위기의 효과는 기술적으로 계산해 낸 주택건설 축소효과나 ‘역자산효과’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유동성의 추가공급으로 해결되지 않을 ‘화폐기근’ 및 이로 인한 거래 및 생산 축소 등의 사태도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리고 베이커는 현재 미국이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를 내면서 세계의 수출품을 빨아들이는 최종소비자 역할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민의 소비축소는 중국 남미 아시아 일본 유럽의 대미 수출을 줄일 것이고 이는 이들 나라들의 성장을 떨어뜨릴 것이고 이것이 또한 미국의 이들 나라로의 수출을 줄일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취약한 몇 개의 개도국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미국내 금융위기로 인한 전세계적인 교역 및 생산 축소와 이것이 다시 미국에 미칠 영향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사태가 난다면 그야말로 그것은 ‘세계대공황’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태는 어디까지나 잠재적인 가능성일 뿐이고 베이커가 예측한 최소한의 영향, 즉 한해 정도 제로성장에 가까운 성장에 그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극단의 시나리오 중에 어느 것이 더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을까? 이 또한 미국경제의 현재의 상태와 일정한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림2>는 미국의 비금융 법인부문 수익률인데 역시 이윤율의 대용으로 사용해 보자. 65년 최고치의 수익률을 보인 이후 70년, 74년, 80년, 82년, 86년, 92년, 2001년에 수익률이 저점에 이르렀다. 그리고 80년대 중반 이후 수익률 궤적은 추세선을 그려본다면 97년까지는 약간 우상향하는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97년에는 70년 이후 최고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고 2006년의 수익율은 1997년의 수익률에 버금간다(이 점에 있어서, 그리고 80년대 중반 이후 97년까지의 이윤율 추세선이 우상향의 모습이라고 보는 점에서 필자는 앞서 참세상에 글을 쓴 정성진 교수와는 약간 다르다).
그래서 80년대 중반 이후부터 2001년 이전까지 미국경제에서는 구조적 위기가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금융세계화 효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계 초민족적 자본은 자국노동자와 전세계로부터 막대한 이윤을 뽑아내고 있는 것이다. 2001년에 구조적 위기가 발생하였는데 73-4년과 81-82년의 구조적 위기에 비해서는 그 강도가 덜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위기는 발생했는데 97년 경에 정점에 달한 금융세계화의 긍정적인(자본에게!) 효과가 약해지고 그 부정적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또한 80년대 초반 저축대부조합 파산과 2001년 IT 버블붕괴는 구조적 위기로 연결되었고 87년 주가 대폭락은 구조적 위기로 연결되지 않은 점도 눈여겨볼 점이다. 전자는 이윤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상태에서 금융위기가 구조적 위기로 이어졌고 후자는 이윤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태여서 금융위기가 구조적 위기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이는 이윤율이 높아 기업들이 내부이윤이 많으면 금융위기에 내성이 더 강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현재 미국자본의 이윤율은 매우 높다. 상반기의 이윤상황을 보면 사실 2006년이 정점이고 2007년은 이보다는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상태다. 그만큼 금융위기에 대한 내성은 높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금융위기는 금융세계화의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구조적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반면에 현재 미국자본의 이윤율이 매우 높은 상태에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위기로 전화할 가능성을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윤율이 줄어들고 결국 구조적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하겠다. 더구나 중국경제가 활발한 성장기에서 불황기로 접어드는 등의 변화가 있다면 구조적 위기의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런 상황이 한국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경제가 구조적 위기로 치달을 것인가? 이윤율 추세선의 우하향, 낮아진 이윤율, 외채규모 증대와 순국제투자자산의 마이너스 규모의 급증 등으로 취약해 져 있는 한국경제는 현재의 금융위기로 미국경제가 구조적 위기로 치닫는다면 당연히 구조적 위기로 빠져들 것이다. 주식시장 폭락 및 주택거품의 붕괴, 환율급등까지 겹쳐 물가는 오르고 실업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구조적 위기에 빠지지 않고 경기후퇴에 머문다면? 그렇다 하더라도 2007년 2/4분기의 성장을 이어가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경제의 성장둔화 혹은 저성장 국면으로의 진입 등의 변수가 생긴다면 미국경제의 상태와는 무관하게 한국경제는 구조적 위기로 빠져들 것이다.
최근 한국경제의 3-5% 정도의 성장은 노동자 민중들에겐 그 효과가 전혀 느껴지지 않은 장기불황 속의 미미한 성장이었다. 앞으로의 상황은 이 보다 좀 더 어려워지거나 훨씬 어려워 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진행될 어떤 투쟁, 설사 그것이 선거투쟁일지라도 이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노동자 민중들의 삶을 개선시킬 수 없을 것이다.
1992년 미 대통령 선거 시기의 클린턴 진영의 선거구호를 비틀어 보자. “문제는 자본주의 체제야, 바보같으니라고!”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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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순 님은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소장으로 사회진보연대 공동운영위원장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