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사측이 노조 측이 벌이고 있는 쟁의행위에 대해 ‘사탄의 유혹’이라고 엄명하고, “매장을 점거하는 노조 간부들이 체포되는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날 수 있도록” 전 직원의 기도를 독려하는 메일을 보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메일은 이랜드 그룹의 반노동자적 행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20일 오전 이랜드 그룹 계열사인 ‘이랜드 월드’ 사장 명의로 이랜드 전 직원에게 발송된 메일에서는 “불법 파업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고 노동조합원들이 회개하고 현장으로 복귀하여 다시는 사탄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해 달라”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한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자신의 달란트(임금)에 불만을 갖지 않는 성실한 종의 소임을 다하도록”이라고 말해 기독교의 순종 개념을 악용하기도 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메일에 대해 사측은 “누군가 메일주소를 도용해 보낸 것”이라고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사측은 마포경찰서에 명예훼손을 이유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최대한 빠르게 사건을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직원 및 매장주에게 메일 보내 행동지침 지시
한편, 이랜드 사측이 입점업체 매장주들과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한 사실도 사측이 보낸 메일을 통해 확인되었다.
이랜드일반노조가 사측이 매장주들에게 보낸 메일을 공개했다. 이 메일에는 행동지침까지 상세히 담겨있다.
정부의 공권력 투입이 이뤄진 20일, 이랜드 사측은 메일을 보내 “오후 8시 다운교회에서 열리는 기도회에 참석해 달라”고 하고, “전 직원은 토요일, 일요일 홈에버와 뉴코아 매장을 방문해 머물러 달라”라며 “직접 찾아가서 쇼핑도 하고 매장 내에서 머물다가 만일의 사태가 생기면 점포 직원들과 입점업체 매장주들이 힘을 합쳐 점거에 항의해 달라”라고 지시했다.
또한 21일 민주노총이 매출 0% 투쟁을 벌이기 전날도 메일을 보내 “민주노총이 각 유통점을 점거한다”라면서 “전 직원이 야탑 뉴코아로 집결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21일 뉴코아 야탑점 앞에서는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1명이 크게 다치기도 했다.
▲ 이랜드 사측이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 |
“100명에게 메일 보내라” 직원들에게 지시
이 뿐만 아니라 오늘(23일)은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내 직장 지키기 운동’에 나서라며 “이랜드에 대해 잘못 알려진 몇 가지 핵심 사항들에 대해 사실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주변의 아는 사람 100명에게 인터넷 이메일과 블로그, 까페 등을 통해 전달해 알려주길 바란다”라며 사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내용을 인터넷에 유포시킬 것도 지시했다.
‘1만 5천 이랜드 직원들이 국민 여러분께 호소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일부 강성 노조원들과 외부 세력들은 이랜드 그룹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면서 매출 제로화로의 투쟁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라며 “뉴코아, 홈에버 직원 일동은 노조 측이 ‘이 나라에서 이랜드가 없어져야 하는 이유’를 들먹이며 주장하고 있는 ‘5가지 큰 거짓말’에 대해 진실을 시민 여러분들에게 밝히고자 한다”라고 주장하고, 사측의 일방적 주장을 담았다.
이런 사측의 행동은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등 여론이 이랜드 노동자들 편에 서자 이것을 막기 위해 방법으로 보인다. 이미애 이랜드일반노조 상황실장은 “회사가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는 증거”라며 “여론이 확산되고, 사측이 코너에 몰리다 보니까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