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버 상암점에서 9일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조합원들의 결의는 지도부의 결의를 넘어서고 있다”라며 “사측에서 지도부를 압박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는 오판이다”라고 지적하며, “박성수 이랜드 그룹 회장이 노동자들에게 가장 주기 싫은 것을 내놓아야 이 사태는 해결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법대로 하고 있다고? 진짜 법대로 해보자!
▲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 |
이랜드 사측이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대로 했을 뿐인데 억울하다”라고 항변한 것에 대해 김경욱 위원장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누가 법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냐. 이랜드는 법을 어기고 있다. 불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고, 불법으로 용역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하고, “만약 법을 어기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법을 악용하는 것은 분명하다”라며 “이랜드는 거짓말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반박했다. 지난 6월 20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홈에버 시흥점에서 해고된 호혜경 씨에 대해 ‘부당해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렇게 부당행위가 증명되고 있음에도 이랜드 사측은 ‘선 농성해제 후 교섭’의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저 노동자들의 점거농성으로 얼마가 손해인지 계산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김경욱 위원장은 “대표이사가 나오겠다며 10일에 교섭하자고 해놓고 몇 시간 지나서 또 다시 대표이사가 나오지 못한다고 번복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사측은 언론에 대고 대표이사까지 나와서 성실교섭을 하려고 하는데 노조가 반발해서 안 된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경욱 위원장은 “우리는 단 한 번도 교섭을 거부한 적이 없다. 다만 진전된 안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하지만 사측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기는커녕 언론 플레이에만 온갖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랜드 사측은 노동부 중재로 어렵게 성사된 6일 교섭에서도 대표이사가 불참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으며, 8일 오후 2시 뉴코아 노사가 교섭을 벌였으나 사측은 비정규법 때문에 용역전환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만 반복해 성과 없이 마무리되기도 했다. 또한 교섭을 한다는 명분만을 쌓기 위해 이랜드 사측은 8일 새벽, 8일 집중투쟁을 하지 않을 시 10일 교섭을 하자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근본원인 비정규법에”
김경욱 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비정규법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김경욱 위원장은 “이 법을 만들었던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노동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라며 “노동자들은 비정규법이 악용될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지적했음에도, 수 천 명이 해고되고 나서야 국회의원들은 악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경욱 위원장은 “노동부 장관이 차별 없는 일터 비정규보호법이 만들어간다고 적혀 있는 홍보전단을 뿌리면서, 기업들이 비정규법을 회피하기 위해 도입하고 있는 직무급제에 대해서는 이해할 만하다고 말하고 있다”라고 이상수 노동부 장관의 태도를 비판하고, “차별없는 일터를 만들려면 노동부가 기업들이 그렇게 하도록 강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노동부의 제대로 된 대응을 요구하기도 했다.
▲ 이정원 기자 |
이번 뉴코아-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차별의 한 복판에 놓여있던 유통업계 여성노동자들의 집단적 행동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김경욱 위원장은 “유통업체 여성노동자들, 아줌마들이라며 무시했던 계산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화나면 이렇게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유통 자본에게 보여준 중요한 투쟁이 될 것이다”라고 이번 투쟁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경욱 위원장은 “처음에는 여성노동자들이 제대로 싸울 수 있을까라는 의심도 있었는데, 지도부들도 깜짝 놀랠 정도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번 투쟁을 통해 투쟁을 해야 만이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투쟁을 만들어가고 있다. 사측은 지도부를 압박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오판이다. 조합원들의 결의는 이미 지도부의 결의를 넘어서고 있다”라고 투쟁의 분위기를 전했다.
“박성수 회장은 이미 심판 받았다”
8일 투쟁은 박성수 회장 심판의 날이었다. 130억을 교회에 십일조로 바치면서 매장확대를 기도제목으로 내세웠던 박성수 회장. 윤리경영을 한다면서 뒤로는 천 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생존의 벼랑으로 내모는 비도덕적이고 반윤리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하고 있는 박성수 회장. 김경욱 위원장은 “오늘 우리가 이렇게 투쟁하고 있는 것 만으로 박성수는 이미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성수 회장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자들에게 가장 주기 싫은 것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홈에버 상암점 점거 10일째, 그곳은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닌, 노동자들이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공간으로 재구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