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해군기지 유치 찬반투표를 위한 강정마을 총회가 무산된 이후 6일만인 24일 투표권이 있는 주민 1,400여 명 중 723명이 해군기지 반대서명에 참여했다.
강정 주민의 절반 이상이 해군기지 유치를 반대함에 따라 제주도가 유치 결정의 주요한 근거로 삼았던 4월 26일 강정마을 주민총회 결과는 사실상 효력을 잃게 됐다.
강정해군기지유치반대위원회와 서귀포시군사기지반대대책위는 25일 국방부와 청와대, 국회 국방위원회를 방문해 해군기지 유치를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 723명이 서명한 용지와 진정서를 제출했다.
대책위는 이날 오전 상경에 앞서 “4.3의 뼈아픈 교훈을 잊지 않고 상생과 평화의 의지로 제주군사기지에 대한 저항을 전국으로 확대하고자”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22일 제주평화포럼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이 해군기지 건설을 기정사실화 한데 대해 “참여정부의 평화와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포기”이며, “평화의 섬을 염원하는 제주도민에 대한 무책임한 판단”이라며 비난했다.
강정마을안 해군기지반대집회 처음으로 열려
지난 19일 찬성 측의 방해로 총회가 무산된 이후 반대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강정마을에서는 처음으로 해군기지반대집회가 열렸다.
강정대책위는 24일 강정마을 의례회관 앞에서 마을주민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염원촛불문화제’를 개최하고, 해군기지 유치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책위는 호소문을 통해 “강정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해군기지 반대 서명운동을 통해 주민들이 해군기지 유치를 분명히 반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고, “대통령과 도지사의 뜻보다 더 중요한 건 그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야 할 주민들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문화제에서는 강정초등학교 5학년 윤소원 양이 ‘아빠에게 힘을 주세요’라는 자작시를 직접 낭독해 주민들의 마음을 숙연케 했다.
아빠에게 힘을 주세요
새가 울고 꽃이 피고
물빛 은어가 바다에서 노래하는
아름다운 우리 마을
보릿고개 모진 가난에도
웃으며 웃으며 마을을 지켜 나가시던
우리네 할아버지들
그렇지요.
언제나 우리 마을은 하나였지요.
아랫집 윗집 사이에 돌담은 있어도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들이
하늘보다 푸르게 피어났지요.
어려서 세상을 모른다고
어른들은 저에게 말을 해도
저의 귓가에 들리는 건
바람 소리만이 아니지요.
해군기지 해군기지……
제 귓가에는 요즘 이 소리만 들려오지요
평화와 자유와 사랑은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이름이라고
어른들이 가르쳐 주었잖아요.
돈보다 진실된 마음이 중요하다고
그랬잖아요.
눈을 뜨면 바라보던 바다를 잃고 싶지 않아요.
군사도시가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강아지 풀 억새꽃을 바라보며
친구들과 지금처럼 그렇게 놀고 싶어요.
아빠가 꿈을 꾸며 자란 우리 마을에서
우리들이 평화롭게 웃으며 자라게 해주는 건
어른들 책임이잖아요.
그래요. 어려서 잘을 몰라요.
알고 있는 건 아빠의 길은
언제나 옳은 길이었다고,
잠 못 드시면서도 마을은 지켜야 한다는
젖은 목소리를 들으면
저도 큰 목소리로 외친답니다.
“해군기지 건설을 절대 반대합니다.”
“아빠에게 힘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