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 성신여고 앞에서 성신여고 규탄 비정규직 해고철회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지난 22일 음독자살을 시도한 정수운 학교비정규직 조합원이 자살시도 전날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보내려던 글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정수운조합원은 성신여고에서 95년부터 12년동안 구육성회직원으로 근무하다 지난 1월 25일 학교장으로 부터 비정규법 때문에 재계약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뒤 학교측은 재계약1년을 약속하다 지난 3월 일방적으로 6월말 해고통보를 해왔다.
정수운 조합원의 보내지 못한 글
성신여고 선생님들과 학생 여러분들께,
성신여고 선생님들과 학생 여러분들께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저는 성신여고에서 12년 동안 행정실 직원으로 일했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정해 주시는 일을 정말 성실히 해왔습니다. 만삭인 몸으로 부른 배를 굽혀 가며 교장실 커피 심부름 등 교장선생님이 시키시는 것은 정말이지 모두 성심성의껏 해왔습니다.
그 동안 계약서를 한번도 작성하지 않고 일해 왔던 저에게 2004년도 학교는 5년치 계약서를 한꺼번에 작성하라고 하였습니다. 그 당시 학교 측은 이 계약서는 단지 감사를 받기위한 형식적인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며 저에게 계약서 날인을 요구 하였습니다. 십 년간 계약서 없이도 일했기에 기분이 언짢았지만 시키는 대로 날인을 했습니다.
그러던 올 해 1월 22일 행정실 직원에게 교장선생님께서 전달할 사항이 있으니 집합하라는 내용을 통보 받았습니다. 자리에 집합한 저희들에게 서병무 교장선생님께서는 계약직에 근로하는 4사람은 비정규직 법안 통과로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없으니 2007년 2월 28일까지 근로계약이 종료된다는 내용을 전달하였습니다
서병무 교장선생님께서는 “나라가 잘살고 있는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며 “비정규직 법안통과로 어쩔 수 없게 되었다”며 하셨고 오정국 실장님께 보다 정확한 사유를 말해 달라 요구한 우리들에게 “인터넷 찾아보라. 거기에 다 나와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며칠 후 정말 해고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그간 우리 교장선생님께서는 학교 행정실은 심장부라며 학생과 교사들에게 헌신과 희생과 봉사를 강요해왔습니다.
그러며 모든 일들은 성신여고 교장 서병무가 다 책임질 테니 나만 믿고 따르라고 했습니다. 정말 믿고 따른 결과가 12년간 한솥밥 먹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를 강산이 변해도 몇 번 변할 시간이 지난 시점에 비정규직 법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고한다는 무책임한 말뿐인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정말 분하고 원통했습니다.
그 후 전 우울증에 걸려 심한 불면증으로 정상적인 생활하기조차도 힘들었습니다. 무엇이 한사람을 이처럼 비참하고 한심스럽기 까지 만들었는지 저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던 저에게 한자락 희망이 생겼습니다. 다름 아닌 비정규직도 가입하는 노동조합 이었습니다. 전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노동조합은 5차례 학교 측에게 교섭을 요구했지만 교장선생님께서는 2월 내내 학사일정으로 교섭을 계속 회피했습니다. 해고당한 저가 얼마나 피마르는 심정이었는지 교장선생님께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장선생님께서는 교섭 파행의 원인을 노동조합에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가까스로 교섭이 성사되었을 때 교장선생님께서는 저희들에게는 비정규직법이라고 했다가 사회여론화 되자 예산 감축 때문으로 말을 바꾸는 등 해고하겠다는 학교에 입장은 변함이 없다는 답만 하였습니다. 행정실에서 수납을 하는 제가 학교 예산을 모를 수 없어 너무나 당연한 거짓말에 그 자리에서 울고 말았습니다.
▲ 12년동안 올라다닌 성신여고 언덕길은 정수운 조합원이 12년동안 느낀 비정규직의 설움과 정규직의 높은 문턱이다. |
교장선생님께서는 저희들에게는 해고 후에 비정규직을 채용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2007년도예산서에는 2명의 비정규직 인건비를 책정해 놓으셨습니다. 어떻게 눈 가리고 하늘을 가리려고하는지 도저히 납득이 어렵습니다.
저는 노동조합교섭이 있던 오후 퇴근시간 교장실에서 교장, 교감, 실장님으로부터 이러한 사실을 학부모회에서 알고 있으면 학교보다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 날것이라며 저에게 협박과 노동조합이 저를 이용하고 있다는 거짓말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학교운영위원회 녹취록 공개를 아직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런 서병무 교장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제주산 옥돔 선물을 집으로 보내셨습니다. 가진 협박과 모진말씀 하셔놓고 고급옥돔 선물이라 정말이지 이해 할 수 없었습니다.
우연히 다른 학교 일자리 주선했는데 제가 거절했다고 들었습니다. 주변의 사람도 그렇게 알고 계십니다. 어떻게 이런 거짓말까지 하는것입니까.
부당해고, 정리해고 당한 힘없는 여성이 학교를 상대로 할 수 있는 최대한에 항의는 학교 앞 1인 시위였습니다. 학교 앞 1인 시위는 저로 하여금 또다시 학교로부터의 외면과 냉대를 불러왔습니다. 비정규직 여성에게 학교는 이참에 집에서 아이나 키우라는 말 뿐이었습니다.
여성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성신재단 창립자 이사장님이신 이숙종 박사님께서는 “믿음이 있고 안으로 성실하면 그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으며 슬기롭고 유능한 인격을 갖춘 전문여성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전 이사장님 말씀을 가슴에 새겨 거듭나는 여성으로 살고자 12년간 열심히 성심을 다해 노력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비정규직법안 때문에 어쩔수 없는 정리해고였습니다 .
▲ 기자회견이 끝날무렵 쉬는 시간에 성신여고 학생들이 옥상에 올라가 손을 흔들며 "정수운 선생님 힘내세요!"라고 소리를 치고 있다. |
선생님 학생여러분, 전 학교에서 또다시 6월말이면 해고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왜 저가 또다시 해고를 당해야 되는지 학교에서는 아무런 이유도, 교섭도, 답변도, 하지 않습니다. 전 일하고 싶습니다. 12년 동안 성신여고 행정실에서 근무했던 것처럼 계속해서 일하고 싶습니다. 정말 일하고 싶습니다.
이 일이 저 개인의 일이 아님을 선생님과 학생여러분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성신여고는 여성교육과 인성과 우리 사회에서 전문여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인재를 키우는 여성고등학교입니다. 우리학생들이 아무리 열심히 잠 못 자고 공부해도 사회에 나가면 비정규직 여성으로써 살아야 한다면 선생님들께서 바라는 바가 아니라 생각됩니다.
선생님 학생여러분, 저의 해고철회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2007년 6월 21일 12년간 성신여고 행정실에서 근무한 정수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