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국제금융기구 탈퇴 흐름과 남미은행 건설
미 대항 블럭 형성에 탄력
라파엘 꼬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의 세계은행 지부 대표 추방, 베네수엘라가 차베스 대통령의 4월 30일 IMF, 세계은행 탈퇴 선언에 이어 볼리비아도 세계은행 산하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 탈퇴를 선언했다.
남미 외채위기를 심화시키고, 천연자원 사유화와 빈곤의 책임이 있다고 비난받아 왔던 IMF,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에 맞선 남미 좌파 정부들의 대응이 더욱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은 남미 좌파 정권들이 제헌의회를 구성하고, 에너지를 비롯한 기간산업 시설을 국유화하는 과정에서 외국 투자자들의 공격과 저항으로 부터 국가의 정책집행력을 강화할 수 있는 효과를 가진다.
아울러, 국가적 수준에서 뿐만 아니라 남미에 부는 국제금융기구 탈퇴바람은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추진해온 남미은행에 대한 기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미국에 반대하는 남미 좌파 정권의 대항블럭 형성이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미은행은 미국국제통화기금(IMF), 미주개발은행(IDB) 등을 대신해 남미국가들의 경제성장을 돕는 지역기금을 제공한다는 목표로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주도로 진행되어왔다.
볼리비아 정부, 국유화 과정에서 더욱 강경한 입장 취할 듯
볼리비아 정부의 이번 선언은 페트로브라스와의 운영권회수에 따른 보상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이후 협상에서 볼리비아 정부는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볼리비아 정부는 운영권 회수의 대가로 6천만 달러를 제시했으나, 페트로브라스는 2억 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볼리비아 정부는 천연가스 및 석유자원 개발과 판매에 대한 완전 국유화를 선언했으며, 대통령은 12개 다국적 에너지 기업과 맺고 있는 44개 계약서를 국유화 방침에 맞게 변경해 통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도 볼리비아 정부는 통신기업 텔레콤 이탈이아, 스위스계 제철기업 글렌코어 등과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볼리비아 정부가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 탈퇴를 선언하자 외국계 투자 자본들은 “볼리비아 정부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며 크게 반발하고 “탈퇴 결정이 외국계 투자가들을 쫓아내는 행위이며,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해 5월 볼리비아 정부가 석유가스 국유화방안을 선언하며 산 알베트로 지역의 페트로브라스 운영 기업을 강제점거 했을 당시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의 지지도가 81%까지 상승한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조치에 대해서도 볼리비아 국민들의 지지가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를 통해 에너지 자원을 국유화하는 과정에서 국제금융기구의 개입 여지를 축소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데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8, 29일 ALBA 정상회담 이후,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는 IMF,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에 대한 비난과 탈퇴선언이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남미블록 형성에 더욱 탄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볼리비아는 2004년 12월 ALBA 출범당시부터 참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