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눈먼 사람들이 만든 세상에서 그들이 바라는 대로 사는 것은 아이들을 더욱 아프게 하고 세상을 갈수록 더럽게 하는 일이다. 세상을 맑고 밝게 하려면 살아있는 것을 마구 죽이는 세상을 바꾸는 삶을 살아야 한다. 바로 ‘올곧게 착하게 사는 삶’이다.
지금부터 150여 년 앞서 이 책을 쓴 소로우도 같은 마음이었다. 나라가 하는 일이 살아있는 것을 마구 죽이는 일이라면 따라 하지 말라고. 잘못된 나라에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 그 나라를 올곧게 세우는 일이라고. 나라는 백성들을 아끼고 섬기며 가장 적게 다스려야 한다고.
내 아이는 지금 대안 학교인 삼각산 재미난 학교에 다닌다. 어떤 사람들은 아이가 학력이 뒤떨어져서 이 험난한 세상에 어떻게 살아가느냐고 걱정을 한다. 나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 배우려는 마음을 갖고 자란다. 배움은 누군가 억지로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놀면서 배운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나라가 백성들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억지로 시키면 안 된다. 더군다나 그 나라가 힘없는 다른 나라를 쳐들어가 그 나라 아이들을 괴롭히고 죽이는 일을 하는데 그것을 어찌 따라 하라고 하는가.
소로우는 미국이 멕시코를 쳐들어가고 사람들을 노예로 부리는 나라에 세금을 내지 않았다. 그러다 감옥에 갇혔다. 비록 감옥에 갇힌 지 하루 만에 누군가 돈을 내어서 풀려났지만 . 예나 지금이나 이렇듯 나라가 잘못한 일을 막으려는 사람들은 줄곧 감옥에 갇힌다. 소로우는 말한다. 그렇게 감옥에 갇힌 사람만이 자유롭다고.
소로우가 생각하는 올곧은 삶은 무엇일까. 자기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나라가 사람 하나가 가진 맑은 마음을 이길 수 없다고 한다. 여기서 불복종 운동이 나온다. 자연을 더럽히고 돈에 눈먼 삶을 가르치는 나라는 따라 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운동은 간디에게 이어져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 데 큰 힘으로 자랐다.
어떤 사회주의자들은 소로우 생각을 싫어 했다. 소로우는 사람 하나하나가 나라가 하는 일을 바꿀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노동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았다.
그래도 세상을 바꾸려면 내 자신을 먼저 바꿔야 하는 것 아닐까. 간디도 이런 말을 했다. 인도가 독립을 하는 것 보다 인도 한 사람 한 사람이 깨닫는 것이 더 기쁘다고.
소로우는 어떤 모임을 꾸려 혁명을 이루기 보다 사람들 스스로 마음이 움직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그럴 수 있다면 이 보다 더 좋은 혁명이 어디 있겠는가.
내 마음에 평화 싹을 띄워 내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로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며 이루는 혁명.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찬 일이다. 소로우가 쓴 ‘시민의 불복종’은 이런 꿈을 꾸게 한다.
2006년 10월 28일 삼각산재미난학교에서 책읽기 모임을 하는 날 밤 풀무질 일꾼 은종복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