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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없는 ‘포지티브 리스트’ 약가거품 못 없앤다”

건약, “제대로 된 포지티브 리스트 도입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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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내놓은 국내 약가제도 개선방안(‘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트집 잡아 한미FTA 2차 협상을 결렬시켜 ‘의약품 건강보험 선별등재방식’(포지티브 리스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런 가운데 지난 달 25일 복지부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대한 후속 조치로 관련법을 입법예고 하고 다음달 24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지부가 ‘뚝심’을 가지고 추진하는 듯 보이는 새로운 약가제도가 그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현행 약가제도 문제점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는 31일 안국동 ‘달게비’에서 기자회견 열고 약가선정구조 등 현 약가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현행 약가산정기준을 실거래에 근접한 기준으로 전환 △모든 의약품에 대한 포지티브 리스트 적용 및 강력한 약가재평가 실시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A7 기준 약가결정방식, 약가 거품 확대시켜”

건약은 우선 현 약가제도가 신약약가 협상과 약가 재평가 시 선진 7개국(A7)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 구조를 지적했다. 건약은 “한국의 약값 산정의 기본은 A7국가의 기준 약가 책자인데, 문제는 기준 약가집이 실제 거래하고 있는 가격보다 높다는 사실”이라며 “일례로 미국 연방정부에서 수행하는 프로그램에서의 의약품 가격은 미국의 기준 약가 책자 가격보다 79%-41% 정도 저렴하다”고 밝혔다.

건약에 따르면 실제로 대표적인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경우 한국의 약값은 23,045원인 반면, 미 연방정부의 공급가격은(FSS)은 19,135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 국방부, 보건소, 해안경비대, 보훈처(BIG4) 등에 공급되는 가격은 한국보다도 10,555원이 싼 12,490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페암 치료제 이레사의 경우도 미국 FSS와 BIG4 가격이 각각 49,104원, 37,966원으로 한국의 62,010원을 크게 밑돌았다.

또한 미국뿐만 아니라 참조하고 있는 유럽의 약값 역시 제약회사가 보험자에게 주는 5-10%의 리베이트 가격이 그대로 포함되어 있는 등 A7 참조 약가가 실거래가 보다 크게 부풀려 있었다.

건약은 또 혁신적 신약이 아닌 일반신약의 경우 기존에 등재되어 있는 의약품과의 비교를 통해 약값을 결정하고 있는 방식에 대해서도 “일반 신약의 상대조정가격이 A7 조정평균가보다 높게 나오는 경우가 있고, 비교 대상이 되는 약물로 최근에 등재된 의약품을 우선 적용하기 때문에 가격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미 가격이 잘못된 혁신적 신약의 약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기에 가격산정이 잘못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2005년 보험 등재된 폐암치료제 타쎄바의 경우 상대비교 약물이 혁신적 신약인 이레사였다. 당시 타쎄바의 상대비교가는 73,111원으로 나왔지만, 이는 A7 조정평균가 보다 7,346원이 비싼 가격이었다.

신약에만 적용된 포지티브리스트, 무용지물

건약은 또 지난 5월 나온 복지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과 이번의 후속조치가 신약에만 포지티브 리스트를 적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한 우려를 제기하며, 포지티브 리스트를 모든 의약품에 확대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또 이들은 포지티브 리스트가 도입되는 기간 동안 기등재 의약품에 대해서도 가격과 사용량 및 경제성 평가를 종합해 실질적인 약가재평가를 실시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과 입법예고안은 포지티브 리스트 도입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경제성 평가지침, 협상지침, 약가산정 기준에 대해 추후 재개정이라고만 했을 뿐 약가제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로드맵과 실행안이 빠져있다는 게 건약 측의 주장이다. 결국 이렇게 되면 포지티브리스트의 장점은 사라지고, 현행 네거티브시스템의 문제점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지적이다.

“‘약가제도 FTA협상대상 아니다’는 정부, 약속지켜라”

한편, 건약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한미FTA의 협상대상이 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정부는 여러 차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한미FTA의 협상대상이 아님을 밝혀왔으나, 정부의 호언장담과 달리 일각에서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둘러싼 한미 양측 간 이면합의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약은 특히 이면합의를 통해 A7 평균가가 약가산정의 기준이 된 전례를 들며 “새로운 약가제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특허연장과 최종약가결정기구에 제약회사 참여를 한국정부가 양보해준다면 결국 말로만 약속을 한 셈이 되는 것”이라며 “약값 결정제도와 특허 관련제도는 그 나라의 상황에 따라 결정할 문제이지 자유무역 형태로 거래되는 영역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약가결정방식은 지난 1999년 통상교섭본부장 재직시절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가 미 무역대표부에 편지를 보내 한국의 약가결정방식을 A7 국가의 평균가로 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도입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오한석 건약 사무국장은 “미국의 통상압력에 밀려 신중한 판단 없이 정책을 도입할 시 아까운 국민의 혈세가 낭비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본보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