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 실시되는 KT노동조합 임원선거에 출마한 기호 2번(조정택 위원장 후보조)후보 진영이 3일부터 중앙본부 농성에 돌입했다.
이는 선거운동 기간중 사측의 부당노동행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2번 후보 진영이 제시한 '통합개표' 방식이 수용되지 않음에 따른 것이다.
KT사측은 선거 초기부터 위원장과 지방본부장 및 지부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조합원들을 회유, 협박해 추천인 서명조차 어렵게 만들었으며 최근에는 참관인 선정 과정에까지 개입하고 있다.
기호 2번 선거대책본부가 조사, 수집한 사례에 의하면 불이익을 염려해 이미 추천인으로 서명하고도 이의 삭제를 요청하거나, 사측의 압력으로 추천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노골적으로 1번 후보를 선택할 것을 강요하거나, 지점장 앞에서 '1번 후보를 찍겠다'는 다짐을 시키는 사례까지 있었다.
KT사측의 노동조합 선거 부당개입 증거 자료 중 일부
<회사측의 보복이 두려워 추천인 서명에서 삭제를 요청한 사례>
A : 빼주세요 그냥.
B : 왜 그래? 다른 이유가 있어?
A : 그게 저... 위에서 전화왔어요. 본부에서.
B : 어디서? 본부 감사실에서?
A : 예.
B : 누군데?
A : 많이 듣던 목소린데, 잘 모르겠어요.
B : 그래, 뭐라고 하던데?
A : 그냥, 저... 추천해 주지 말라고요.
B : 누군지 정말 모르겠어?
A : 얼굴 봐야 알 것 같아요.
B : 별 문제 없는데. 개인적 피해가 거의 없을거야.
A : 죄송해요.
B : 곤란하게 하자는게 아니니 너무 염려하지 마.
A : 죄송해요.
<지부장 후보 등록에 추천을 거절하는 사례>
A : 00지역에 000가 지부장에 출마하려는데 조합원들이 추천들을 안해주는 거야.
B : 무서워서 못하죠.
A : 아니, 도대체 교육이 된거야, 관리자들이?
B : 못해요 우리. 우리 죽인다고 그랬어요.
<사측이 1번 후보 선택을 강요하는 사례>
A : 회식한 주된 내용이 1번 후보를 찍으라는 것 맞지?
B : 어 맞어.
A : 주된 내용이 뭐라고?
B : 뭐... 1번 후보를 무조건 찍어라 그거지.
A : 1번 후보를 무조건 찍어라?
B : 그래. 여기서는 000이만 잘찍으면 다 나오겠네 그러더라구. 그래서 뭐 "예"라고 대답했지.
A : 자리는 회사측에서 마련한 거네?
B : 그래 맞아. 무조건 1번만 찍으라는 얘기만 했어.
KT는 3년 전의 선거에서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거나 투표용지 뒤에 표시를 해 조합원들의 투표 성향을 파악하는 등 부당개입을 저질러 물의를 빚었던 바 있다. 회사측에 협조적인 후보의 선거운동을 위해 기업카드를 비밀리에 건네주거나, 비협조적인 조합원들은 오지로 발령내는 등의 전례도 있다.
2002년 남청주지부 지부장 선거 당시에는 추천해 준 조합원들이 받는 협박을 보다 못해 지부장 후보가 사퇴했으나, 사측은 이에 아랑곳 않고 추천인 중 3명을 오지로 발령냈다.
이런 이유로, 2번 후보에 우호적인 조합원들도 전혀 호감을 나타낼 수 없는 조건이며 2번 후보 진영이 방문하거나 유세를 해도 사측의 눈치가 보여 얼굴조차 쳐다보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나치게 잘게 쪼개진 선거구 문제 - 사측의 조합원 성향 파악 수월
기호 2번 선거대책본부는 사측의 지배개입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로 '통합개표'를 주장하고 있다. KT노동조합의 선거구는 군소 전화국을 포함하여 440여 곳이나 되고, 조합원이 20여 명 안팎인 작은 지점이 허다하다. 이런 곳에서 직접 개표를 실시한다면 사측이 마음먹기에 따라 누가 누구를 찍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으며, 조합원들도 이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대로 개표 단위를 90여 개 수준으로 통합해, 한 투표함에 모아 개표한다면 수백 명 중의 한 표로 부담이 덜어지므로 사측에 의해 '성향'이 파악되지 않을까 하는 조합원들의 우려도 조금은 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호 2번 선대본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선거관리규정을 개정해 통합개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선거관리위원회와 현 위원장인 기호 1번 지재식 후보 진영 선대본은 이를 거절했다.
기호 2번 선대본은 "노사담합에 의한 총체적 부정선거의 저지를 위해 농성에 들어간다"며 "만약 현재의 상태에서 선거가 실시될 시 또다시 조합원들의 의사는 심대히 왜곡되고 모두의 마음속에 깊은 상처와 갈등이 남을 것"이라며 지재식 위원장과 선거관리위원회의 결단을 촉구했다.
공정선거감시단 투개표 참관 신청자 200명 넘어서
▲ 지난 10월 26일 출범한 '공정선거감시단'의 기자회견 |
한편 지난 10월 26일 출범한 'KT노조 민주주의 회복과 노동탄압 분쇄를 위한 공정선거감시단'(공동대표 김세균 이수갑 진관)은 각 지역에서 KT노조선거 참관인단을 모집해, 현재 200여 명의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이 투개표 참관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선관위는 '외부 개입'이라며 공정선거감시단의 출범을 알리는 게시물조차 모두 삭제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KT노조 민주주의 회복과 노동탄압 저지 투쟁본부'의 양한웅 본부장은 "얼마 전에 있었던 현대중공업노조 선거에서의 사측 개입도 우리와 사정이 비슷하더라"며 "현대중공업이나 현대미포조선처럼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전투성을 상실하게 되는 한편에는 KT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우려했다.
통합개표나 공정선거감시단의 참관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실상 KT노동조합 선거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할 상황인 만큼, 선거관리위원회와 현 노동조합의 이후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