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올해만 10명의 노동자가 영업 현장에서 죽어갔다

이정원 위원장, "10월 증권노동자 총파업, 증권시장 마비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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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9일 여의도 교보증권앞에 모여 '구조조정 저지'를 외치는 증권노동자들의 모습

증권노동자가 10월 총파업을 선언했다.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증권노조)은 지난 9월 9일 여의도 교보증권 앞에서 '구조조정 분쇄! 임단투 승리! 생존권 사수를 위한 증권노동자 총력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이날 집회에 모인 1,000여 명의 증권노동자는 "파업으로 돌파하자"라며 결의를 높였고, 50여 명의 파업 선봉대를 선출하기도 했다. 증권노조는 지난 8월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구조조정 저지와 임단투 승리를 위한 총파업'을 선포한 바 있다.

이정원 증권노조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증권산업이 황페화 되고 노동자들이 거덜나고 있다. 올해만 10명의 노동자가 영업 현장에서 죽어갔다. 사용자들은 이런 노동현장을 방치 한 채 좀더 쥐어짜겠다는 심산으로 합병과 지점폐쇄를 남발하고 있다"라며 증권사 사장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증권노조는 지난 4월부터 임단투를 통해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용자들은, 자본가들은 교섭에 나오지 않고 있다. 위임받은 경총마저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노동자들과 직결된 기업변동 문제에서도 노동조합은 철저히 배제 당하고 있다"라며 현 상황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산업 문제와 죽어 가는 노동자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물러 설 곳도 없고 물러서서도 안 된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자. 10월 총파업을 반드시 성사시키자"라며 파업 투쟁의 결의를 높였다.

부당노동행위 사주하는 경총

현재 증권노조는 2004년 임단투와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연계해서 진행하고 있다. △증권산업 구조조정 저지 및 투기자본 척결 △ 증권산업발전방안 등 교섭 추진 △완전 고용 및 생존권 쟁취 △임단협 쟁취 및 노조강화 등의 목표를 정하고 2004년 임단투를 진행하고 있다.

증권노조가 당면한 문제는 구조조정이라는 산업적 문제,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으로 고사 위기에 놓인 증권산업의 구조적인 문제, 그리고 주5일제 등 사용자들이 공격적으로 나오는 근로조건 후퇴 시도 등이다. 그러나 사용자들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교섭은 사용자들이 불참함으로서 이뤄지지 않았다. 사용자들은 간단한 실무교섭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채 교섭을 다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로 위임했다. 심지어 교섭장 폐쇄, 조합탈퇴 강요, 조합원 구사대 동원 등 전례 없는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현재 증권사 사장들은 시설보호 요청부터 지부간부 40여 명에 대해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노동조합 무력화를 계속적으로 시도 하고 있다.

구조조정 저지, 투기자본 규제의 두 마리 토끼 다 잡아야

공적자금을 받은바 있는 대투 한투의 매각 방침과 그 인수 대상자인 하나증권과 동원증권은 결국 기업 변동 위기에 직면하고 있고, 소로스에게 매각하려다 중단된 SK증권, 우리증권과 LG증권과 인수 합병시키려고 하는 우리지주회사의 상황 등 증권산업의 인위적인 짝짓기는 이미 시작됐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철저히 배제당하고 있다. 증권노조는 이러한 노동배제적이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과 증권산업에 잠입해 자본을 빼나간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 방안 마련 투쟁도 병행하고 있다.

과거 쌍용증권을 인수했던 H&Q의 경우 4년도 안된 투자 기간동안 투자금의 5배를 남기고 신한지주에 되팔았다. 조지소로스 퀀텀펀드의 경우도 인수 3년만에 최초 투자액 675억을 회수하고 건물 매각 등을 통해 더 빼내갈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브릿지증권의 대주주인 BIH는 98년 대유증권을 인수해 2000년 204억을 회수하고, 세 차례 유상감자로 443억원을 챙기고, 사옥매각을 통해 714억을 확보하고 이후 1,350억 원의 자본을 회수했다. 특히 BIH의 경우(과거 KOL) 진승현 게이트, 리젠트 증권 주가 조작 사건의 주범이기도 했다.

증권노조는 투기자본 규제 방안으로 △금융업진출 자격제한 △금융산업에 유입된 외국자본의 장기투자 계획서의 공시 및 이행 확보 △투기펀드의 실질 주주공시 및 공시제도 강화 △투기자본 및 펀드 등에 대한 세금 징수를 요구했다. 또한 기업의 계속성을 위한 규제 방안으로 △고율배당 규제 △유상감자 요건 강화 및 금지 그리고 증권산업 발전 방안 및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에 대한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은 거론 조차 되지 못한 채 뒤로 밀려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미 증권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칼날을 세웠다. 증권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증권시장의 전면중단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정원 위원장은 "증권노동자는 지금의 상황을 절박하게 느끼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투쟁은 피할 수 없다. 10월 중 증권시장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증권 사장단을 향해 경고를 보냈다.

"산별답게 투쟁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 생각한다"

[인터뷰] 이정원 전국증권산업노조 위원장

- 증권노조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99년 증권산업의 기업별노조가 업종 소산별 노조를 결성했다. 10개 증권사 지부로 조합원은 5,000여 명 규모로 실제 대각선 교섭부터, 집단교섭, 2차례 경총과 통일 교섭을 진행하며 산별노조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증권업종의 노동조합으로는 전세계에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 증권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은 편은 아닌데


일반 시민들의 경우 증권노동자들에 대한 오해가 많다. 증권노동자라면 사기꾼, 투기꾼이라는 인식부터 깔끔한 양복쟁이에 고액 연봉자라는 시각도 있다.
89년 중반부터 90년대 초까지 증권노동자는 고임금 체계를 유지한 게 사실이다. 시장 상황도 좋았다. 그러나 IMF 이후 왜곡된 성과급 제도가 공격적으로 도입되었다. 이제는 100만 원도 채 안 되는 기본급에 성과급을 받는 시스템이 많이 도입됐다. 현재 성과급을 받는 영업직이 10%로도 안 되는 상황이다. 결국 대다수 증권노동자가 100만 원의 기본급도 제대로 못 받아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증권노동자들의 경우 택시노동자들이 사납금을 채우는 형식으로 약정이라는 것을 채워야 한다. 이것은 회사가 정한 기준으로 이것을 채우지 못하면 성과급을 받을 수 없다. 마이너스 성과급제를 도입한 경우 약정을 채우지 못 하면 기본급 마저 깎이는 상황이 된다. 그러다 보니 약정을 채우기 위해 빚을 내서 매매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또한 작전을 하거나, 고객의 매매을 유도하게 된다. 솔직히 증권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이미지는 증권업사의 약정 강요가 일차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 조사에 따르면 증권노동자 1인당 부채비율이 평균적으로 3,000만 원 정도 였다. 아마 지금은 더 많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고용연안이 어느 산업에 비해 짧다. 정규, 비정규직 상관없이 평균 연한이 6.8년 정도 된다. 고용된 동안은 약정에 시달리며 점점 빚을 늘리게 되고, 결국 그 빚더미를 안고 몇 푼 주어지는 퇴직금으로 빚 갚아가며 퇴직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 고리가 업종에 대한 전망을 없게 하고, 직업에 대한 희망이나 삶에 대한 희망까지도 빼앗아 가고 있다.


- 정부는 난립하는 증권사를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증권산업의 구조조정 형태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일상적 구조조정, 정부의 인위적 구조조정, 비정규직 확산이나 노동유연화를 통한 구조조정이다.


현재 우리 나라에는 53개의 증권사가 있다. 이는 정부가 증권사 설립에 있는 규제를 완화하면서 생긴 무불별한 난립 사태이다. 이로 인해 증권사간의 과당경쟁들이 야기되고 있고 수수료를 출혈적으로 인하하며 유일한 수입원을 줄여 숨통을 죄고 있다. 이미 증권사들을 내부적인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일상적으로 각 증권사의 지점을 폐쇄하거나 3개월, 6개월의 영업 비정규직을 확대해 인력을 조정하고 복지등의 조건들을 낮추고 있다. 통계로 봐도 2002년부터 단 2년동안 38,000명이던 증권노동자가 32,000명으로 6,000여 명의 증권노동자들이 정리됐고, 지역 지점 수도 1,705에서 150개를 줄였다.


또한 정부는 인위적으로 증권사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국민들의 경우 공적자금을 받은 한투와 대투의 매각 처리에 대해 부실운영에 대한 당연한 결과로 받아 들일 수 있다. 당시 정부는 대우채권을 강제로 한투와 대투에 넘겼다. 대우가 망하면서 채권은 휴짓조각이 됐고 대우채권을 받은 회사는 부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채권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대투 한투를 매개 삼아 시장의 안정화를 꾀했다. 대투 한투 사례에서도 보여지듯 실제 정부의 경제정책 실책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들이 많다. 그럼에도 그 책임은 언제나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구조조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금융지주회사나 투신증권사를 중심으로 합병, 매각을 진행중이다. 이는 정부 소유 증권사나 은행소유 증권사, 그리고 외국인 소유 증권사 형태로 될 것이다. 정부는 무턱대고 투기자본에 매각을 시도 하고 있다. 대투의 컨소시엄으로 들어온 PCA의 경우도 뒤에는 소로스라는 투기자본이 숨어 있었다. 투쟁으로 막아내긴 했지만 SK의 경우도 이 소로스가 인수하려고 시도하였다.


이러한 투기자본의 매각, 합병에 대해 사회적으로 비판 여론이 높아지니까 정부는 다른 형태의 자본들에게 매각을 꾀하고 있다. 투기자본이 국내자본과 손을 맞잡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검은머리 투기단을 구성한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나서서 투기자본의 활성화를 돕고 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는 고용유연화를 통한 방법이다. 현재 증권산업에는 30% 정도가 비정규직이다. 증권영업을 하는 3개월 6개월 임의적으로 계약한다. 회사가 정한 약정을 채우지 못하면 짤리게 되는 방법이나, 정규직원에 대한 상시적인 명퇴를 실시하거나, 기본급을 낮추고 성과급제를 높이는 형태로 가거나 연봉제를 확산하는 방법들이 공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 10월 총파업을 선언했는데


사실 증권노조에 있어 10월 총파업은 기로에 선 결단이다. 올해만 증권노동자 10명이 과로사 내지는 자살로 사망했다. 수억에 이른 빚을 감당하지 못한 노동자가 약을 먹고 자살하고, 만년 대리였던 40대 말의 노동자가 자살을 하고 퇴근하라며 흔들어 깨웠던 노동자가 이미 시체가 되어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증권노동자들의 현장은 죽음의 지옥이다. 지독한 약정으로 노동자들을 쪼아오는 구조적 문제가 노동자들을 죽이고 있다.


계속되는 구조조정, 증권산업의 출혈적 경쟁 시스템, 투기자본의 수입 창구로 전락한 증권시장,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 불안... 이제 밀린다면 더 이상 증권노동자의 희망은 존재할 수 없다. 투쟁으로 장벽을 돌파해야 한다. 그 시점이 10월말로 맞춰진 것이다. 특히 올해는 사용자가 공격적으로 산별노조를 약화시키려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밀릴 수 없다. 증권노동자는 파업으로 지금의 난관을 돌파할 것을 결의했다. 우리는 투쟁할 것이다. 지금 우린 절박하다.


- 경총과의 교섭을 거부하는 이유는


증권노조가 업종 산별노조로 산별협약이 없었다. 초기 대각선, 집단교섭도 해봤고 경총과 사용자 단체를 구성해 통일교섭 형태로도 해봤다. 경총과의 교섭은 통일교섭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 의의를 둔다. 그러나 이러한 교섭은 왜곡되었다. 사용자들이 교섭단에 참여하지 않고 오직 경총 임원들만 나오거나, 합의된 내용도 지켜지지 않는 등 왜곡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2003년 초기 증권업협회와 사용자 대표단을 구성하려고 했다. 협회에서 약 100일 간 점거농성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경총과는 산별교섭 특히 증권업종 특성에 맞는 교섭을 하기가 어렵다. 경총은 근로조건에만 그 초점을 맞춰 하향 평준화하려 한다. 그러나 증권업의 경우는 구조와 제도에서 기인하는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제도개선으로 풀어야하는데 이러한 내용은 경총이 담보할 수 없다. 증권업에 대해서 잘 모르기도 하고 사용자들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사용자들의 경우 증권노조와의 교섭 회피 수단으로 경총을 내세우고 있다. 교섭의 실질적인 내용을 담보할 수도 없고, 교섭 결과도 지켜지지 않고, 사장들의 방패막이 역할이나 하는 경총과 교섭할 필요는 없다.


증권노조가 올해로 6년차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교섭 창구에 대한 투쟁만 계속해왓는데 올해는 반드시 끝장을 볼 것이다. 올해는 4월 임투를 시작으로 각 지부 간담회를 비롯한 전국 순회투쟁을 진행하며 전국 조합원들의 분위기를 끌어왔다. 오늘 결의대회(9월 9일)도 조합원들이 기대 이상으로 많이 참여했다. 이는 현장 노동자들 또한 투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다. 기업변동의 쟁점에 오른 4개사 지부를 중심으로 파업투쟁의 전술이 배치되겠지만, "뜯어 고쳐야 한다"는 현장투쟁의 의지는 뜨겁다.


- 투쟁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한말씀만


기업변동 대상의 사업장들은 협상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 노동조합을 배제한 채 밀실협상이 관행화되고 있다. 이러한 관행을 깨 나가고, 산업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제대로 된 산별교섭을 하는 것, 이것이 지금 가장 큰 과제라 생각한다. 산별교섭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구조조정 문제도 약정철폐와 출혈경쟁으로 인한 산업의 문제 그리고 투기자본 규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자리가 생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증권산업에서 산별 틀거리를 만들고, 산별답게 투쟁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 생각한다. 쟁점인 기업변동 문제, 임단투 문제, 투기자본 문제, 증권노동자 고용안정과 생존권 문제들을 산별답게 풀어갈 것이다. 많은 동지들의 연대투쟁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