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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단식에도, 끝나지 않은 한국게이츠 노동자의 투쟁

[연정의 바보같은 사랑](143) 대성산업 본사에서 고용승계 요구 단식농성 한 한국게이츠 해고노동자들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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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9일,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운영하던 흑자기업 한국게이츠(대구 달성산업단지 소재)의 일방적인 폐업과 해고에 맞서 500일 넘게 투쟁해온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이 한국게이츠 부지를 인수한 서울 대성산업 본사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대성산업에 고용승계를 요구한 한국게이츠 해고 노동자들은 대성산업과의 면담은 끝내 하지 못했고, 한국게이츠의 모기업인 미국 게이츠와 12월 2일 교섭에 합의해 11월 22일 14일 간의 대성산업 본사 점거농성(대성산업 측의 식사 반입 금지에 따른 강제단식을 포함한 단식농성 13일)을 마무리했다.

게이츠와의 교섭 일정이 잡힌 것 외에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이 없는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은 대성산업 앞 천막농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단식농성 후 병원으로 후송된 노동자들은 응급조치 후 다시 대성산업 앞 농성장으로 복귀하여 선전전과 촛불문화제 등을 이어가고 있다. 대구시청과 한국게이츠 공장 앞 천막 농성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2편에 이어 이들 노동자들의 상경투쟁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 <필자주>


  516일 차를 맞이하는 대구 달성산업단지 내 한국게이츠 공장 앞 천막농성장 [출처: 금속노조 대구지부 한국게이츠지회]

밥 구걸하는 것 같아 자존심 상해

“일주일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어요.”


11월 20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시티 대성본사 앞 천막농성장을 지키고 있다는 송해유 사무국장(금속노조 대구지부 한국게이츠지회)이 이야기한다. 한국게이츠의 일방적인 폐업에 맞서 500일 넘게 투쟁해온 한국게이츠 해고 노동자들이 한국게이츠 공장 부지를 인수한 대성산업에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11층 대성산업 본사에서 점거농성을 시작한 지 12일 차. 그리고 대성산업 측이 식사 반입을 막으면서 시작된 비자발적 단식을 포함한 단식농성이 11일 차가 되는 날이다.

“대구에서 단식농성을 했을 때는 저희가 마음의 준비를 했잖아요. 그때는 주위에 단식해본 분들한테 ‘2~3일 전부터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말아라’, ‘어떻게 해라’ 라는 얘기를 듣고 해서 덜 힘들었겠죠. 이번에는 단식 계획이 있었던 게 아니라 대성에서 강제로 단식을 하게 만들었어요. 밥을 올리는 문제로 계속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위에 조합원들이 단식 농성을 하자고 결의를 한 거예요. 대성산업이 밥을 넣어준다는 보장도 없고, 밥을 구걸하는 것 같아 자존심도 상하니까. 그럴 바에는 차라리 단식을 선언하고 제대로 단식을 하자 해서 시작된 거죠.”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이 전국노동자대회 금속노조 사전 결의대회가 열린 11월 13일 단식농성 선언을 하고 소금도 없이 ‘생 단식’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결국 지난주에 대구시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마치고 올라온 이길우 본부장(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윤종화 지부장(금속노조 대구지부), 채붕석 지회장(금속노조 한국게이츠지회)이 차례로 쓰러져 병원에 후송됐다. 당뇨와 고혈압 등 지병이 있던 노동자들도 버티지 못하고 병원으로 실려 가고, 남은 5명의 노동자가 대성산업 본사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가게 된다.

  서울 대성산업 본사에서 단식농성 중에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는 한국게이츠 해고노동자 [출처: 금속노조 대구지부 한국게이츠지회]

절대 내 발로 걸어 내려가지 않겠다

“대구도 아닌 서울에서 계속 사람들이 쓰러지니까 병원에 옮겨야 되는데 어느 병원으로 보내야 되는지 어디에 연락을 해야 될지를 몰라가지고 참 많이 힘들었어요.”


송해유 사무국장이 노동자가 계속 실려 나오던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안면이 있는 보건의료노조의 한 간부에게 어떻게든 해결해달라고 부탁 반 애원 반 하다시피 해서 병원 이송을 했다며, 당시의 당황스러움과 함께 고마움을 표현한다. 송 사무국장 역시 대구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최근에야 일반식을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남은 5명의 노동자들은 물·소금과 함께 효소 섭취를 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들이 어떻게 버텨낼지 강제로 끌고 내려와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많이 된다고 했다.

“위에 있는 조합원들 제가 단식하고 있을 때, ‘대단하다. 우예 밥을 안 먹고 버틸 수 있노. 난 죽으면 죽었지 단식은 못한다’ 카던 사람들이에요. 대성산업이 하는 행태들을 보면서 분노가 쌓인 거죠. 절대 내 발로 걸어 내려오지 않겠다고 해요.”


동료들이 실려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불안에 떨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의지가 더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오히려 그러지 말라고 설득을 해야 할 지경이다.

  단식농성 중에 누워서 쉬고 있는 한국게이츠 해고노동자 [출처: 금속노조 대구지부 한국게이츠지회]

대성산업이 성실하게 면담만 했어도

대성산업은 한국게이츠 해고노동자들이 단식농성을 선언하자 식사를 포함한 물품 반입을 허용했다. 송해유 씨는 이제라도 침낭과 의약품 반입이 되는 건 다행인데, 단식하는 줄 알면서 대성산업 직원들을 시켜 단식 중인 노동자들에게 죽을 먹으라고 내미는 건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반면, 거리 제약과 코로나19로 그동안 함께 하지 못했던 노동자·시민들의 관심과 연대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의 상경투쟁 이후 금속노조 본조와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서울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의 연대가 계속되고 있다. 송해유 씨는 “힘내서 꼭 이기시라”, “건강 챙기며 싸우시라”며 음료수와 간식을 건네주고 가는 시민들이 있어 힘이 난다고 했다.

“대성산업이 성실하게 면담만 했어도 우리가 점거농성을 할 필요가 없었을 거고, 대성산업 앞에서 진작 철수했을 거예요.”


이번 상경투쟁을 시작하기 전에 금속노조와 금속노조 대구지부 명의로 대성산업 측에 수차례 면담요청서를 보냈지만, 대성산업은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은 면담을 요구하며 로비 농성에 들어가고, 본사 점거농성 까지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대성산업 측과의 면담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성산업 임원들 역시 출근하지 않고 있다. 점거농성 이후 대성산업은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보낸 면담요청 공문에 한국게이츠 부지를 대성산업 명의로 등기이전 하지 않았다며 면담 거부 답변을 보냈다. 대성산업은 농성 초기에는 “대성산업이 기업을 인수한 게 아니라 공장 부지와 건물만 매입했기 때문에 고용 승계 의무가 없으며, 면담의 의무조차 없다”라고 했다. 심지어는 “인수한 건물과 부지의 활용 용도가 정해진 바가 없고, 목적성을 오픈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제조업 계획을 부정하는 듯한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노동자들이 단식농성을 선언한 이후에는 한국게이츠 부지를 샀지만 “등기 이전을 하지 않아 공장소유권이 없는 대성산업은 법률상 고용승계 문제를 논의할 자격이 없다”는 것으로 입장을 변경했다. 대성산업은 해당 등기부등본을 농성장에 부착하기도 했다. 그리고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과 한국게이츠 해고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5천만 원의 배상요구 내용이 담긴 업무방해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게이츠의 한 노동자가 그 공고문 옆에다가 ‘등기 이전하면 노동자 고용 승계를 하겠다는 확약서만 써주면 우리는 바로 내려가겠다’라는 내용을 써서 붙여두었다고 한다.

  대성산업 측이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의 농성장에 붙인 공지문 [출처: 금속노조 대구지부 한국게이츠지회]

대구시는 10월 말 권영진 대구시장과 노동조합 간의 면담 내용에 따라 노사 협상이 원만하게 될 수 있도록 협조하는 정도이며, 이번 농성과 관련해서는 “한국게이츠와 대성산업 간의 사적 계약이기 때문에 대성산업에 고용승계 하라는 권고는 내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라는 입장이다. 한국게이츠 공장 부지의 매각·임대 관리를 하고 있는 달성산업단지관리공단 역시 사적인 일이라 조율 할 수 없다고 했다. 등기이전을 하지 않는 부분은 이례적인 일인데 내부 사정이 있는 것 같다며, 대상산업 측에 그 이유를 물었지만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구시도 달성산업단지관리공단도 대성산업 측의 인수 목적과 관련된 내용에는 의문을 제기한다. 해당 부지는 제조업 계획이 없으면 입주가 불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다. 공장 운영 계획 등 인수자의 사업계획서 내용을 보고 입주 여부를 결정하는데, 제조업 운영 목적 없이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업체에게 입주 승인을 해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 대성산업은 산업기계 제조 공장 운영과 관련한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여 10월 29일 입주 승인을 받았지만,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성산업은 정당한 사유서 제출 시 유예기간 1년을 포함하여 총 2년 안에 해당 사업을 하지 않는 경우 한국게이츠 부지를 다시 팔고 나가야한다.

대성산업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대성산업이 한국게이츠 부지 인수 사실을 공시하지 않은 것과 관련한 문제제기와 함께, 이로 인해 주가가 하락했다며 골치 아픈 회사와 엮이지 말고 위약금을 물어주고 한국게이츠 부지를 포기하라는 요구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 구로구 대성산업 본사 앞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는 한국게이츠 해고노동자들 [출처: 금속노조 대구지부 한국게이츠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