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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왜 사고가 참사로 바뀌었는지 알고 싶다”

[세월호 1년](1) 한 명도 구하지 못한 국가, 남은 의혹과 진상규명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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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정조사, 감사원조사, 검찰조사 등이 있었지만, 왜 사고가 참사로 바뀌었는지, 왜 국가는 한 명도 구하지 못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 (전명선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2015년 4월 8일 ‘세월호 참사 1주기의 현재적 의미와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과제’ 정의당 토론회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참세상 자료사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돼가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 원인과 승객 구조 활동 과정에서 나온 갖가지 의혹은 그대로 남아 있다. 세월호 국정조사 등을 거치며 참사 발생 3-4개월 동안 세월호 관련 의혹은 대한민국 일상을 지배하는 키워드였지만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지금은 의혹이 있었는지조차 모를 만큼 잊혀가고 있다. 수많은 의혹을 조사하라고 만든 특별조사위는 정부의 방해로 활동조차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구조실패의 책임자인 정부가 진실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애초 컨트롤타워로서 최종 책임자인 청와대는 적당히 의혹이 잊혀가는 것을 가장 바랄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은 잊혀져가는 의혹을 들춰내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하는 게 주요 골자였다. 세월호 의혹이 단순한 의혹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웅변하는 듯한 안이다. 그런 면에서 국가가 사고를 참사로 만든 이유를 밝혀내는 것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 한국 사회가 변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실마리다.

지난 8일 정의당과 4.16 가족협의회가 주최한 세월호 토론회에서 박주민 민변 변호사(4.16 가족협의회 법률 대리인)가 발표한 세월호 진상규명 과제는 지난해 7월 21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가 주최한 ‘여전히 풀리지 않은 89가지 의혹들 -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 평가 발표회’에서 제기한 진상규명 과제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8개월여 사이에 감사원 감사와 검찰의 수사발표가 있었지만, 의혹 해소엔 진전이 없었다. 오히려 국정조사 이후 복원된 세월호 CCTV 등에서 의혹은 더 많이 늘어났다.

검찰과 감사원 조사에도 의혹이 풀리지 않는 이유는 많은 의혹의 중심에 청와대가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를 둘러싼 가장 큰 궁금증은 왜 국가가 한 명도 구하지 못했느냐는 것인데 국가가 구하지 못한 이유가 세월호 국정조사에서 조금 드러났다. 국정조사에서 정부는 언론에 구조작업 부풀리기만 했고, 실제 구조에 투입한 장비와 인원은 형편없었다. 민간 구조업체와 이권 문제도 드러났다. 겉으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들여다보니 대부분 면피용이었고 비리도 겹쳐 있었다.

면피용 대책발표엔 대통령도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의혹은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못 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 지로 집중된다. 국정원과 세월호의 관련성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했다. 대통령의 구조 골든타임에 사라진 7시간은 아이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데 왜 구하지 못하느냐는 말로 의혹을 부풀렸고, 각종 상황보고 문서와 청와대 해명은 거짓말 의혹을 터트렸다. 그런데도 감사원과 검찰은 의혹의 중심인 청와대에 대해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았다.

최경덕 4.16 가족협의회 심리생계분과장은 “4.16 가족협의회에 진상규명 분과가 없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것이 모든 고통의 시작”이라며 “해경이 4월 16, 17, 18일에 왜 떠오르는 시체만 건지고 배 안에 들어가지 않았는지 우리는 아직도 이유를 모른다. 진상규명은 쉽다. 죄지은 사람은 죄지은 만큼 벌을 줘야 겁이 나서 이런 짓을 안 할 것 아닌가. 그래야 안전해질 것 아니냐”고 진상규명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최경덕 분과장 말에 비춰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조사는 진상규명과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컨트롤타워의 공무상 과실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발표엔 언급도 안 된 청와대

지난 10월 6일 검찰은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수사 경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세월호 침몰원인과 구조과정에서의 과실, 청해진 해운 실소유주 비리, 선박안전 관리 감독 부실 책임, 해운업계 구조적 비리, 구조과정의 위법행위 등 5개 분야를 중심으로 모든 관련 기관과 분야, 공직자 비리 전반을 철저히 수사했다”고 했다. 청와대 책임 부분은 ’구조과정에서의 과실‘에서 다뤄야 할 중요한 사안이었지만 검찰은 비켜나갔다. 검찰 자료엔 청와대 문제는 언급도 없었다. 대신 야권과 세월호 대책회의, 네티즌들이 제기한 의혹 중 몇몇 사안에 대해 일부는 처벌하고, 일부는 적당히 의혹을 봉합하는 식의 결론을 담았다.

처벌의 대표적인 사례는 민간 구조업체인 언딘 관련 의혹이었다. 물론 언딘 의혹도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애초 가족대책위 등이 제기한 언딘의 문제는 해양경찰이 해군 최정예 잠수요원인 해난구조대(SSU)대원과 UDT 요원조차 언딘 잠수사 우선 잠수를 위해 접근을 통제한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런 의혹이 나온 것은 국방부 상황보고 자료 때문이었다. 그런데 검찰은 해경 차장 등의 언딘 유착 의혹에 대해서만 관련자들을 불구속하고, 해경이 해군 잠수 요원 투입을 막은 데 대해선 “해군 자체 판단 등 안전을 위한 조치였을 뿐 언딘을 우선 잠수시키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국정조사에서 공개된 해군 보고서에 따르면 침몰 다음 날인 4월 17일 물살이 느린 정조 시간에 19명의 해군 정예요원은 대기만 하고 있었다. 해군은 16일 오후 2시 9분께 사고 현장에 도착해 오후 6시에 SSU 요원 6명을 투입해 세월호 내부에 하잠색(잠수사 인도선)을 처음 설치했지만, 이 하잠색을 해경 잠수팀과 언딘이 먼저 사용했다. 17일 오전 07시 1분 국방부 보고엔 “SSU 9명, UDT 10명이 잠수 준비를 위해 현장에 대기했지만 민간업체(언딘) 우선 잠수를 위해 해경이 현장 접근을 통제하여 잠수 미실시. 군은 상호 간섭 배제를 위해 해경 통제 수용”이라고 적혀 있다. 검찰은 ‘해경 통제 수용’이란 내용만 보고 ‘민간업체 우선 잠수를 위해’란 내용은 외면한 셈이다.

검찰 수사는 해운업계 구조적 비리나 유병언 일가 비리 문제에선 대부분 관련자 구속 수사 등 강도 높은 사법처리로 이어졌지만, 정작 산업은행이 주의 기업으로 분류된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에 제대로 된 감정평가서도 없이 80억 부실대출을 해준 과정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런 논란은 국정원 실소유주 의혹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7월 25일 복원된 세월호 업무용 노트북에서 나온 ‘국정원 지적사항’ 파일 문제를 놓고도 검찰은 국가보호 장비 지정 업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라고 결론지었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3대 미스터리 중 하나로 ‘국정원 세월호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세월호 노트북의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은 2013년 2월 26일에 작성돼 다음 날인 27일 최종 수정한 것으로 ‘선내 여객구역 작업예정’이라는 제목이었다. 여기엔 약 100여 건의 작업내용과 작업자 등이 기재돼 있었고, 구체적으로 천장 칸막이 및 도색작업, 자판기설치, 분리수거함 위치선정, 바닥 타일 교체 CCTV 추가 신설작업, 해양 안전수칙 CD 준비 등에 대해 작업지시를 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 이 문건은 직원들의 3월 휴가계획서 작성 제출, 2월 작업수당 보고서 작성, 환풍기 청소작업, 조립작업, 로비계단 트랩 이물질 제거작업, 탈의실 수납장 신설 등까지 지적했다. 실제 세월호의 소유주가 아니면 관심을 두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당시 세월호 가족대책회의도 “국정원이 세월호에 관하여 이렇게 깊이 관여하고 지시하였다면 세월호의 실제 소유주가 국정원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국정원은 청해진해운의 세월호 구입, 증개축, 운항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점에 대해서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해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검찰은 이 의혹에 대해 “국정원이 국가정보원법, 보안업무 규정 등 관련 법령에 의거해 세월호 보안측정을 실시한 점과 씨스타크루즈호(15,089톤) 등 다른 대형 여객선도 국가보호장비 지정을 위한 보안측정을 실시한 점이 있다”며 “국정원 지적사항 파일 99개 항목 중 실제 국정원이 지적한 항목은 9개에 불과해 법령에 근거한 국가보호장비 지정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정원 관련 문제는 또 있었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엔 해난사고가 나면 국정원에 보고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정조사 국정원 기관보고에서 나온, 청해진해운이 국정원 인천지부에 보낸 문자 메시지를 보면 세월호는 그 규정에 따라 보고 했다. 청해진해운 관리부장은 사고 당일 오전 9시 33분에 국정원 인천지부 항만보안 담당자에게 “세월호 남해안 진도 부근에서 선체가 심하게 기울어 운항을 못 하고 있다. 내용 파악 중에 있다”고 보냈다. 또 38분엔 “세월호 부근에 해경 경비정과 헬기 도착”이라고 보고했다. 세월호 국정조사 당시 이상규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해난사고 시 국정원 보고 선박은 (세월호 외에) 단 한 척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청해진해운의 쌍둥이 배인 세월호와 오하마나호만 운항관리규정에 ‘해난사고 보고계통도’가 별첨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참세상 자료사진]

진상규명의 핵심지점, 청와대의 컨트롤타워로서 역할

검찰 수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가의 구조 과정 과실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없다는 데 있다. 그래서 특별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는 총체적 구조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원인과 그 책임을 철저히 가려내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

특조위는 위원회의 조사 범위에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 뿐만 아니라, 원인을 제공한 법령과 제도, 정책, 관행, 구조 구난 작업, 정부대응의 적정성도 포함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기관들을 컨트롤 해야 했던 청와대의 문제점도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별조사위 진상조사는 두 가지 방향으로 이뤄진다. 특조위가 직접 여러 자료를 검토해 조사하는 직권사건과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여러 의혹을 신청하면 이걸 받아서 조사하는 신청사건이 있다.

박종운 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은 “국민대책회의 등에서 몇 차례 회의를 통해 세월호 진상규명 100대 과제 등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과제가 정리되고 피해자 가족을 통해 신청사건으로 올라오게 되면 직권사건과 겹치는 것은 통합하고, 신청사건도 조사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미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와 가족대책위는 지난해 국정조사 기관보고 이후 정부 기관에 대한 89가지 풀리지 않은 의혹들을 정리해 제기한 바 있다. 당시 공개된 핵심 의혹의 줄기는 △ 재난 대응 최고 컨틀로타워로서의 청와대의 무능과 무책임 △해경은 구조하지 못한 것인가, 구조하지 않은 것인가? △세월호 침몰 사고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중앙재해대책본부의 컨트롤타워 역할에서의 총체적 실패 등이었다.

4가지 줄기 중 청와대를 언급한 것들만 살펴보면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은 대통령 보좌 임무를 충실히 했는지 △사고 당일 대통령은 어디서 무얼 했는지 △대통령 지시의 적절성 △청와대 4대 거짓말 의혹 △청와대의 구조 활동 방해 △최종적 컨트롤타워로서 청와대의 무능과 책임회피 △청와대의 언론 개입, 통제 경위 등이다.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 청와대 비서실 기관보고 [참세상 자료사진]

해경의 구조 문제도 규명할 지점이 많았다. △진도 VTS(해상교통관제시스템) 관제 문제 △사고 초기 123정의 이상한 구조작업(선원 우선 구조, 선내 진입 및 퇴선 조치 불이행) △에어포켓 존재 여부 △초기 시신 인양과정의 거짓 모의 정황 △구조된 선원과 선장에 대한 부적절한 조치 △구조적 무능함 △ 언딘 과의 부적절한 관계 등이다. △침몰사고의 정확한 발생시간 △수차례 수정된 AIS(선박자동식별장치) 자료의 신뢰성 △조타수의 급변침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지 여부 등 해양수산부 기관보고에서 나타난 의혹 역시 또 다른 쟁점들이다.

따라서 이런 의혹들이 피해자가족의 조사신청으로 올라올 경우 청와대의 대응에 대한 조사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박종운 상임위원은 “대통령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대통령과 청와대 보좌진이 어떤 시스템으로 움직였고, 왜 청와대에 대한 의혹이 나왔는가를 철저히 조사해, 그 과정에서 잘못이 나오거나 뭔가를 감췄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상임위원은 이어 “대통령 지시로도 구조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지금처럼 국민안전처를 통해 긴급 재해재난 발생 시 제대로 된 통합적 효과를 볼 수 있는지 평가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선 당장 정부의 시행령(안)을 폐기하고 특조위(안)을 채택해야 한다. 세월호 한 유가족은 “해수부 시행령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시 달라고 해야 한다. 특별법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정부 시행령(안) 문제는 심각하다. 공무원도 위원회 조사대상이 되는데도 시행령(안)에 따르면 공무원 파견인력 중 해양수산부가 가장 많은 9명(21.4%)이고, 해경이 소속된 국민안전처가 다음으로 많은 8명(19.0%)이기 때문이다.

한편 특조위가 밝혀야 할 의혹엔 정부의 구조 실패 외에도 검찰의 일방적 발표로 사실인 것처럼 알려진 문제들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침몰 원인문제다. 박주민 변호사는 정의당 세월호 토론회에서 “검찰이 주장하는 사고 원인은 무리한 증개축에 무리하게 과적을 해 복원성이 약화한 상태에서 조타 실수에 다른 개각도 변침으로 가라앉았다는 것”이라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시뮬레이션 시나리오 결과는 AIS 항적이 정확해야 하는데 항적이 부정확 한데다가 물, 평형수, 기름의 양도 모르고, 마찰계수 추정을 위한 고박(뱃짐 묶기) 상태도 제대로 모른 채 값을 대입해 진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세월호를 인양해야 더욱 자세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세월호 인양이 참사 진실규명과 맞닿아 있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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