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촛불 이전과 결코 같지 않으리!

  • 애니

    정말 딱, 너무도 전형적인, 너무나도 노골적인 자율주의...
    용어선택부터 좀 덜 주관적이었음 좋겠어요.
    촛불봉기도 없었고 5월2일 청소년들의 봉기도 없었습니다. 그걸 봉기로 보는 것, 혹은 그렇게 수사하는 것 자체가 위험합니다.

  • 김강기명

    애니님은 그렇다면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왜 위험하다고 보시는지도요.^^

  • 박정호

    매우 탁월한 평가이고 제안입니다. 노동자, 민중 스스로의 자기 해방정치를 목표로 한다면 스스로가 구상하고 실행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교육의 주체(학생)가 배제된 교육감 선거 문제 심각하지요. 이것을 '직접 민주주의'라고 부른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아이들이 무슨죄냐! 우리가 지켜주자!'의 속편입니다. 그럼에도 정치조직원인 나는 여전히 지도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고 목표와 현실의 일치를 실천할 수 밖에 없습니다. 비록 지금은 노동자계급과 촛불의 결합을 성사시키지 못한 책임을 절감하지만 이길을 갈 수 밖에 없습니다. 7월 5일에 등장한 '자본가 없는 세상 진짜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 애니

    님 글에 전에도 한번 댓글을 단 적이 있었어요. 그때도 반론을 정중히 하시더니 이번에도 정중하시군요. 원래 점잖으신 분이시군요? 하여튼 퉁명스럽게 첫 댓글을 툭 달아놓은 제가 좀 무안해집니다. ^^
    제 첫 댓글의 취지만 간략히 말씀드릴게요.
    "봉기"란 그것이 국가권력을 탈취하든 헤게모니를 장악하든, 그 무엇을 뜻하건 간에, 감탄의 수식어로 씌이는 게 아니라면, 즉 객관적인 평가의 용어로 씌인다면 일단 운동이 도달하는 '최정점'을 뜻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모든게 봉기가 됩니다. 즉 봉기라는 말이 아무 것도 뜻하지 않게 되겠죠.)
    그래서, 지금의 촛불을 봉기로 단정한다면, 즉 운동의 최정점으로 단정한다면 그 다음의 내리막 국면들은 (고시철폐 등의 운동의 구체적인 요구들이 아무 것도 성취되지 않는 지금) 모두 큰 패배로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절정은 지나갔으니까요.
    그래서, 패배감을 잊기 위해서 무언가를 일부러 망각하거나 ("혁명") 멀쩡히 존재하는 현실을 두고 현실 밖의 삶을 꿈꾸거나 ("자본주의 바깥의 삶")아니면 대중을 '대리'해서 모험주의적 행동 (아나키즘적 "직접행동")으로 튕켜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게 제가 봉기라는 단어에 특히 민감해 하며 위험하다고 했던 첫 댓글의 취지였습니다.

  • 달군

    이글 너무 잘 안보이는데 있다요..안타깝.

  • su

    애니님// 저는 "봉기"가 최정점으로 느껴지진 않는데요. 이 글에선 왠지 시작점같은 느낌 아니면 그냥 운동 전체. 시작점이든 최정점이든 모두가 주관적인 인식이 아닌가요? 근데 저는 주관적인 인식/판단이 왜 안되는지, 왜 위험한지 잘 모르겠어요. 또 객관이라는게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봉기든 최정점이든 그 이후의 내리막길에 대해선 동의합니다. 그래서 그런 최정점이 없었으면 좋겠고. 흐흐, 아주 서서히 또는 급격히, 어쨌든 끊임없이 운동/봉기/혁명 하고 싶어요.

  • 애니

    su님// 모든 판단이야 주관적이겠죠. 제 얘기도 뭐, 하나의 주관이구요. 다만 제 주관이 김강기명님의 것과 다른게 요점인데, 그런 의미에서 제 주관을 어줍잖게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촛불시위의 '장기적' 성과는 분명 크지만 (이 점은 누구나 아는 것이니 따로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승리를 자축할만한 '단기적' 성과(예컨대 재협상)는 아직 없습니다. 더불어 7월 5일 이후 촛불시위는 스스로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해야만하는 갈림길 국면에 와 있습니다. 기세가 누그러진 내리막 국면도 여기에 겹쳐있구요.
    그래서 지금 우리는 경계심과 위기의식을 느끼며 선택과 결정을 신중하게 해야합니다. 지나친 낙관(승리의 자축)에 빠져 잘못된 선택을 하게되면 '단기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완전히" 패배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68년 국가 전체를 흔들었던 프랑스 '봉기'가 잘못된 며칠 간의 선택 (우리는 이미 승리했다는, 그래서 대규모 시위와 파업을 마무리하자는 선택)때문에 얼마나 순식간에 드골에게 완전히, 그리고 아주 잔인하게 진압되었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지금 우리는 자신감 못지않게 위기의식과 경계심을 가질 고비에 서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김강기명님의 글 (아나키즘 정치에 기댄 글이라 생각합니다.)이 보여주는 낙관이 지나치며, 또한 이런 지나친 낙관은 사실 역설적이게도 지나친 패배감 때문 (김강기명님 스스로가 인용한 아나키스트들의 패배감)이 아니겠냐는 의구심을 느껴 댓글을 달았던 겁니다. 사람이 패배감을 지나치게 느끼면 냉소적이게 되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승리가 아닌 것을 승리라 하고, 봉기가 아닌 것을 봉기라고 과장하게 되기도 하니까요.
    참고로, 저는 지금 대규모 집회("대규모 방송차와 무대"를 갖춘)를 어떤 식으로든 계속 유지하기 위해 버텨야 한다는 선택이 옳다고 봅니다. 대책위 방송차가 경찰에게 탈취되는 끔찍한 비극도 다시는 일어나선 안된다고 보구요....

  • 김강기명

    애니/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헌데 저는 '봉기'를 '혁명'과 일정부분 구분해서 쓰고 있습니다. 저는 님이 '봉기'라고 말한 그 측면을 '혁명'이라는 최종점으로(허나 저는 이전의 혁명을 우리의 모델로 삼기를 거부합니다) 보고 있고, 봉기는 여하간 어떤 형태는 대중적 힘의 분출이라고 생각합니다. 봉기란 말 자체가 벌떼의 일어섬이란 뜻이잖아요?^^

    그리고 님의 고민이 자리한 그 자리가 바로 제 고민이 자리한 자립니다. 단기적 목표는 하나도 달성이 안 된 것 같은... 하지만 '혁명'이라는 최종 목표에 대한 상을 지운다면 사실 우리는 이룬게 분명히 있고, 그리고 우리가 이룬 것들로부터 어떻게 다음 단계(그것 역시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로 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거에요.

    그런 점에서 그레이버가 운동의 목표를 단기-중기-최종 목표로 구분한게 유의미하고, 너무나 일찍 달성되어버린 중기적 과제의 승리를 우리가 분명히 힘으로 인식하고, 그 힘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거지요.^^

    그리고 저는 아나키스트가 아니랍니다. 그리고 자율주의에는 가깝긴 한데, 자율주의가 또 아나키스트는 아니에요. 그러니까 딱지 붙이는 식으로 제가 말 걸지 마시고 제 이야기를 제 이야기로 보고 비판을 해 주시면 더 생산적일 것 같습니다.

  • 애니

    김강기명님// 글 참 단정하게 잘 쓰십니다. 읽는 맛이 좋습니다. 필력이 딸리는 저로선 더이상 댓글을 달기가 좀 버거운데 어쨌든 입이 간질거려 몇 가지만 덧붙이자면,

    7월 5일 대책위가 국민승리를 선포하는 순간 전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저만 아니라 같이 나간 꽤 많은 친구들도 함께 당황했습니다. 전 이런 정서가 대중적 정서일 거라고 확신합니다. (님이 글을 쓰신 동기도 이런 당황스러움이 대중적으로 느껴졌기에 쓰신게 아닐까 합니다.) 제 말의 요점은 이런 대중적 정서는 그레이버(누군진 잘 모릅니다)의 글을 통해 안심하고 정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 물질적, 객관적 근거가 있는, 명백히 존재하는 정서라는 점입니다. 그 점에서 저는 촛불을 일단계로 나누든 삼단계로 나누든, 혁명을 이야기하든 아니든, 그런 것과는 아무, 정말 아무 상관없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위기"가 우리 앞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님이 이 "위기"를 위기가 아닌 다른 어떤 것으로 대체한다고 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지나친 낙관, 혹은 지나친 패배감이 그런 대체의 원인이 아닐까하는 넘겨짚음과 함께) 그게 퉁명스런 첫 댓글을 달게 된 주된 동기입니다. 현실에 눈을 감는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덧붙여 아나키즘과 자율주의 딱지를 섞어 쓴 건 그 둘이 서로 꽤나 가까운 이념적 형제라고 판단하는 제 생각 때문인데, 그런 생각과는 별도로 '딱지'를 붙이는 논의방식이 저 역시 님 말씀 대로 생산적인 토론에 그닥 도움이 되진 못한다고 생각해요. (님이 정중하시니 저 역시 정중해야겠군요. 혹 좀 거슬리셨다면 '꾸벅'입니다.) 다만 핑계를 대자면 짧게 댓글 남길 때 제 생각을 압축적이고 효율적으로 표현하기에 딱지붙이기가 비교적 손쉬운 방식이기에 그랬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