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용변도 해결할 수 없는 죽음의 지하철
지하철을 운전하던 노동자가 급한 용변을 처리하려다 추락해 잇따라 오던 지하철에 치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9일 오후, 지하철 2호선 1593호 전동차 뒤쪽 기관실에서 운행을 하고 있던 김 모 씨가 급한 용변에 문을 열고 이를 처리하려다 추락해 뒤이어 오던 1591호 전동차에 치어 사망했다. 사고가 나던 날 김 모 씨는 심한 배탈로 인해 설사병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지하철노조는 “간이화장실 조차 없는 기관실이 승무원의 사망사고를 불러왔다”라며 “기관실 내 간이화장실을 즉시 설치하라”고 촉구했다.
공공운수연맹에 따르면 지하철 기관사와 차장은 용변이 급한 경우 아무런 대책이 없어, 한번 기관차를 타게 될 경우 2~4시간 씩 용변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사망한 김 모 씨도 설사병으로 인해 용변을 처리하지 못하자 판단력을 잃어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일부 기관사들은 신문지나 소변통을 갖고 전동차에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통과 스트레스, 말로 형용할 수 없어”
사건이 발생하자 서울지하철노조 자유게시판에는 사망한 김 모 씨를 애도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조합원은 “승무원(조종사, 선장, 버스기사) 중에서 유일하게 용변을 해결할 수 없는 직업이 지하철 기관사”라며 “생리현상은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행위인데 이를 해결할 수 없는 직업이란 지옥의 삶인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 조합원은 “승무 중 갑자기 설사를 경험해 본 승무원들은 잘 알겠지만 그 고통과 스트레스는 말로는 모두 형용할 수 없으며, 거의 죽음 일보 직전이다”라며 “죽음의 일보 직전에서 아마 살기 위한 선택의 순간, 판단력을 잃었을 것”이라고 죽음을 애도했다.
사망사건과 관련해 서울지하철노조는 “유족과 협의해 시청 앞에서 고인의 장례를 치러 사고를 불러온 서울시와 서울메트로 측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