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를 앞두고 사회변혁노동자당이 10일 오후,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를 말하다’ 강연을 열었다.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이날 강연에서 경찰청장이 강남역 살인사건을 두고 ‘여성혐오가 아닌 묻지마 살인’이라고 규정한 것은 국가적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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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워커스>자료사진] |
권김현영 씨는 강남역 살인사건이 여성혐오와 묻지마 살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범죄라고 설명했다. 묻지마 살인은 자본주의에서 노동 소외로 나타나는 경향이 크고, 여성혐오는 사회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묻지마 살인의 가장 큰 동기는 유명해지고 싶어서다. 그리고 여성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걸 쾌락을 느낀다”며 “반면 강남역 살인사건 범죄자는 당시 ‘여성혐오로 죽인 건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아시잖아요’라고 답한 건 사회에서 원래 일어나던 일을 조금 강력하게 실행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권김현영 씨는 “강남역 살인 범죄자는 ‘그냥’이 아닌 살해 동기로 여성으로부터의 멸시가 작동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여성혐오 살인 범죄자는 자신의 행동을 사회에 대한 복수로 인식해 그 성취감을 얻는다. 조현병이라는 특수한 개인의 맥락에서 살인을 저질렀어도, 그 복수 대상이 여성이었다는 점은 여성혐오를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 여자 완전 좋아하는데?”
“나 여자 완전 좋아하는데?” 강남역 살인사건 후 한국 사회 남성들을 중심으로 ‘나는 여성을 혐오하지 않는다’로 대변돼 온 말이다. 권김현영 씨는 이 말이 호모소셜(남성 동성 사회),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 여성혐오라는 삼각 구조에서 빠르게 전파됐다고 분석한다.
이 삼각 구조는 (1)한국 사회 남성이 성적 대상으로만 여성을 물화하고, (2)자신의 성적 대상이 기꺼이 되어주는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으로 나누고, (3)물화된 비존재인 여성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에 화를 내는 형태로 작용한다.
권김현영 씨는 “남성 동성 사회에서 한 남성이 여성의 물적 대상화를 지적하면, ‘너 여자 안 좋아해?’, ‘너 호모야?’란 답변이 돌아올 것이라는 공포감도 동성애 혐오 사회에서 나타나는 것”이라며 “여기서 여성혐오는 호모소셜과 호모포비아를 실천하는 매개로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예능과 여성혐오
권김현영 씨는 TV 예능프로그램이 여성혐오를 대중문화로 전파한다고 경계했다.
Mnet의 힙합 음악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에선 여성을 강간하는 랩 가사가 ‘나쁜 남자=멋있는 남자’로 치환되고, Jtbc의 ‘아는 형님’은 남성 동성사회를 강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예능 프로그램은 남성이 돌출, 이상 행동을 보여도 정당화되는 문화를 생산한다. 반면 여성은 몸의 부피로서만 존재, 대중문화 속 ‘객체’로 행동을 규제하도록 한다. “남자들에게 건전한 야동을 제공하려 만들었다”는 ‘프로듀스 101(Mnet)’의 한동철 PD의 말도 그 예다.
권김현영 씨는 “문화적으로 여성혐오를 무력하게 만들려면 여자는 남자의 이성애 대상 혹은 가족 안에서의 딸, 아내, 엄마, 며느리 등 성역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여자도 인간이라는 일상적 경험을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인 오는 17일에는 서울 신논현역 6번출구 앞에서 추모 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