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6일 점심 무렵,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가대위 천막에 왔다. 공장 앞에서 공권력 철수와 공적자금 투입을 요구하며 5일째 단식농성을 진행 중인 홍희덕 의원을 만나고 오는 길이다. 이정희 의원이 가대위 천막 안에 자리를 잡기도 전에 질문들이 쏟아진다. 딱히 명확한 답변을 기대한 질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정희 의원이 뭐라고 입을 떼려는 순간 또 다른 이야기가 이어진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방법을 알려주세요.”
“서러운 생각밖에 안 들어. 눈물이 말랐나 싶으면 또 나오고.”
한 조합원의 아내가 손수건을 꺼낸다.
“한 사람이 울면 다 울게 된다니까.”
“난 집에서 애들 다 잘 때 울어.”
여기저기서 손으로 눈물을 훔치기 시작한다. 아침에 조합원 한 명이 손목을 다쳐 봉합수술을 위해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후송되면서 공장 앞이 눈물바다가 되었었다.
“우리 아저씨는 나보고 1달, 2달 휴가 내고 뛰어보래. 저번 날 국회 갔다 와서 남편한테 안 될 것 같다고 했어. 이명박이 이렇게 해도 안 되는데, 박근혜를 찾아가봐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었지.”
“병들어가지고 죽어갈 때 나오는 거지”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그러니 아무것도 반입을 못하게 막는 거야.”
“엄마들 심정은 뭐라도 해서 해결된다면, 나 하나 희생해서 어떻게 될 수 있다면 정말 나하나 희생해서 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거 있잖아요. 나 혼자 휘발유 뿌리고 하는 거. 나 하나 그렇게 하면 해결이 될까....”
“우리 엄마들 이 정도 움직이면 하늘도 감동하겠다. 어떻게 이렇게 악독하게 하는지...”
“회사 위해 몇 십 년 뒤도 안돌아보고 일했는데. 남편은 어디 가면 스토리가 다 쌍용 얘기야. 그렇게 자신감을 갖고 일했는데... 우리 남편은 내년이 정년이에요. 데리고 있던 직원들 생각해서 나만 살겠다고 할 수 없어 같이 뭉쳐주려고 들어가 있는 거예요.”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오기로 버티는 건데, 너무 힘드네요.”
“우리 애는 다 커서 괜찮은데, 유치원 다니는 애기 엄마들은 어떡하나... 그래도 내가 저 사람보단 낫지 하는 생각을 해요.”
“유치원, 학원 다 끊고 버티는 거죠.”
“애들이 초등학생만 해도 알더라고요. 우리는 애들 셋이 한 태권도학원에 다녀요. 관장님은 ‘그냥 보내세요.’하는데, 애들은 어떻게 다니냐고 해요. 어린이날, 티셔츠 준다고 받으러 오라고 하는데, ‘안가. 교육비 안냈잖아.’ 하는 거예요.”
“학교 가면 애들이 그런데요. ‘누구 아빠 짤렸대매? 해고 됐다매?” 애들이 상처받고 오는 거야. 한 번은 우리 애가 그러는 거야. ’엄마, 누구 엄마 아빠는 같이 쌍용차 다니는데, 엄마가 그만뒀대. 엄마도 직장 그만 두면 안 돼? 아빠 다닐 수 있게.‘ 나는 다른 직장을 다니는데... 초등학교 4학년짜리가 그러더라니까.”
“우리 애는 그래요. ‘이모. 경찰이 좋은 사람이야? 나쁜 사람이야?’”
“그럴 때, 어떻게 얘기해야 돼?”
“애들 데려와도 욕이 오고가니까 교육상 안 좋아.”
“그 애들도 이해를 할 거야. 엄마들이 왜 그렇게 하는지 알지. 생전 안 하던 욕을 저쪽보고(사측) 하니까.”
“어떤 분은 건물 몇 채를 갖고 있으면서 편법으로 저소득층 등록을 해서 편법으로 교육비 지원을 받더라고요. 우리는 순진하게 일만 했잖아. 이럴 때, 예산이 있어서 아이들 급식비라도 지원이 되면 좋겠어요.”
“자녀가 셋이어도 지원이 하나도 안 되더라고요.
“세 자녀 방과 후 교육비 지원이 있다 해서 여름방학 때 등본을 내고 지원을 했는데, 한 달 후에 예산이 없다고 세 자녀 중 막내만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것도 2달 후에 끝났다고 3달 후에나 된다고 해요. 그래서 냈죠. 그런데 그것도 1달 하더니 예산이 없어 안 된다고 해요.”
“시에서 예산 쓰려고 연말마다 도로 파헤치면서 이럴 때 지원이라고 해줘야지.”
“실제 버는 돈은 없는데, 쌍용 다닌다는 이유로 지원도 못 받더라고요.”
“안에 음식물 상황은 어떤가요?”
한참 듣기만 하던 이정희 의원이 묻는다.
“없나 봐요...”
“그날(음식물 반입금지 하던 날), 김치 담가 주려고 배추 저려 놨는데, 그렇게 된 거에요. ‘나올래?’ 그랬더니 안 나온대요.”
“약도 걱정이에요. 고혈압, 당뇨 환자도 많은데... 그런 병은 아무 약이나 먹으면 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먹던 약을 먹어야 되는 거잖아요.”
“대책을 세워서...”
이정희 의원이 다시 말문을 연다. 하지만, 가대위 동지들은 답변하기 힘든 이정희 의원의 마음을 아는 건지 말할 틈을 주지 않는다.
“우리가 마음이 급해요...”
“국회의원들은 왜 그렇게 무식한지 모르겠어. 창피해서 이 나라에 살 수가 없어.”
“난 ‘대오’가 뭔지도 몰랐어. 난 가대위가 결성된 줄 몰랐는데, 가대위에서 우편물이 와서 카페도 가입하고, 여기도 나오게 된 거야. 내가 남편한테 처음에 투쟁하라 했는데, 지금 날 원망할지도 몰라.(웃음)”
“난 나오지 말라고 그래. ‘나오지 말고, 버텨라.’”
이정희 의원이 일어선다.
“다음번에 대통령 되게끔 민주노동당 밀을 게요. 이 사태만 해결되게 해주세요.”
가대위 동지들이 천막을 나가는 이정희 의원에게 간절한 마음을 전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