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이 경제위기 여파에 따른 일자리 감소로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는 등 노동조건이 악화되고 있다.
이주민쉼터 관계자들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에도 못 미치는 노동조건을 제시하는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받아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A사업장의 경우는 근로계약시 일정금액을 임금으로 확정하기도 한다. 이는 법정근로시간(8시간)을 초과해도 이에 따른 야간·연장 근로수당 등 어떠한 추가임금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기지역에서 이주민쉼터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이러한 방식의 임금총액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경우도 있다며 초과근로수당은 생각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초과근로는 임금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그동안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10시간, 12시간 등 장시간 노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지역사무소가 지난 10월 열린 심포지엄에서 소개한 자료에서도 부산지역 이주노동자 69.8%가 9~12시간 노동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2시간 이상을 일하는 경우가 12%일 정도로 초과근로는 이주노동자의 소득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같은 고용주의 노골적인 근로조건 제시는 지금의 이주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초과근로수당 체불도 증가하고 있다. 경기지역의 외국인상담센터 관계자는 “임금체불이 전체 상담의 40%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야간·연장근로 등 잔업수당에 대한 상담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다”고 말했다.
B사업장의 경우는 숙식비 공제는 물론, 퇴직금도 없다는 근로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수십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이 사업장에 취업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한다.
최근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이 이주노동자의 숙식비를 공제하는 내용이 담긴 최저임금법을 발의한 바 있지만 이미 현장에서는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C사업장은 이주노동자에게 충분히 생각하고 방문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괜한 교통비 낭비를 하지 말라는 것으로 그동안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이 사업장을 찾았지만 고용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일자리에 목마른 이주노동자들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저임금 등의 노동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주민쉼터의 관계자는 “지금의 이주노동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근로조건이 아니라 일자리 여부”라며 “이처럼 취업이 우선시되니 임금 등 근로조건이 좋을 리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