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몰입교육 논란과 국제중, 자율형사립고 등의 사교육 밀착 학교 신설로 사교육 돌림병을 유발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정부가 28일 사교육을 잡겠다고 나섰다. 교과부가 이날 오전 ‘사교육 경감 대책’을 국무회의에 보고한 뒤,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사교육 돌림병 유발한 정부의 대책안
법무부, 국세청, 경찰청 등과 함께 이 대책을 만든 교과부가 전날인 27일 오후 공식 보도자료에서 앞세운 두 개의 부제는 ▷학원비 영수증, 신용카드 또는 현금영수증으로 의무화 추진 ▷교원평가제 시행을 위한 법령개정 연내 마무리였다. 학원비 상승을 막기 위해 학원에 대한 특별 단속을 벌이고, 교원평가제를 시행하겠다는 게 이 방안의 뼈대인 셈이다.
이 같은 주요 대책은 ‘학원을 때리고, 교사를 조지면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란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사교육의 근본 원인을 해소하기보다는 그 원인 때문에 나타난 현상에 매달리고 있는 꼴이다.
실제로 이번 대책에는 사교육 원인으로 지적된 외국어고와 국제중에 대한 처방이 들어있지 않다. 물론, 특목고 입시전형에서 중학교 교육과정 내 출제와 내신 확대 방안을 끼어 넣었긴 하지만 이 또한 ‘재탕’ 성격이 짙다. 중학교 교육과정 출제를 못 박는 법을 내년 2월까지 제정하겠다는 내용은 색다른 점이 있지만, 이 또한 국회와 관계 속에서 지켜볼 일이다.
반면, 몇 년째 교육시민단체는 물론 이전 정부에서도 사교육 원인으로 지목한 특수형 학교들을 오히려 신설하는 방안이 사교육경감대책 속에 들어가 있다. 이른바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 추진’이라는 게 그것이다.
기숙형고를 내년까지 142개로 늘리고 자립형사립고의 변형판인 자율형사립고를 만들기 위해 올해 말까지 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내용이다. 국제중 신설 또한 이 대책에는 들어있지 않지만 학교 다양화 차원에서 교과부와 청와대가 밀고 나가는 정책으로 알려져 있다.
대입전형에서도 사교육 경감을 위해 내신을 강화하겠다는 것도 실현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그 동안 내신 강화에 거세게 반대하는 대신 대학본고사를 주장해온 대교협에 대입 결정권을 넘겨준 상태이기 때문이다.
‘교원평가제 법제화’를 사교육 경감 대책의 일순위로 앞세운 대책 안은 생뚱맞기까지 하다. 교과부는 이 대책에서 올해 말까지 법을 개정해 2010년 3월부터 교원평가제를 본격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사교육은 공교육 질이 낮기 때문이고, 공교육 질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교원평가가 필요하다’는 단순 논리인 셈이다.
하지만, 교육선진국인 핀란드는 교원에 대한 정부 차원의 평가가 일체 없는데도 사교육 또한 숨죽이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이번 정부 대책은 자의적이란 지적을 받을만 하다.
이밖에 방과후학교 강화, EBS 수능과외, 사이버가정학습 내실화, 사교육 통계 인프라 구축 등은 이전 정부에서 나온 사교육 대책을 ‘재탕’한 것이다.
전교조 “대입과 학벌 개혁방안 내놔야”
한만중 전교조 정책실장은 “귀족중학교와 귀족 고등학교 양산을 추진하는 현 정부가 바로 사교육의 원인 제공자”라면서 “이런 정부가 참여정부의 대책에서 한발도 나가지 않은 정책을 내놓고 사교육 경감을 외치는 것은 병 주고 약 주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한 정책실장은 “사교육 경감을 위해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학벌 문제 해소와 함께 대학입시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중견관리는 “30년 평준화로 인해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 모두 피해자가 되어 학원에 의존하게 되었다”면서 “정부가 자율형사립고 등 다양한 선택권을 폭넓게 보장하면 사교육 수요는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윤근혁 기자)